[모빌리티 인사이트] 스쿠터계의 테슬라, ‘Gogoro’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전기오토바이, 왜 필요한 변화인가요?
최근 지구 온난화, 대기오염 등으로 인한 문제 인식 확산으로 환경 보호는 남일이 아닙니다. 그 중, 석유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산업은 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되며, 전세계는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를 도입하고자 노력 중이죠. 하지만,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토바이인데요. 오토바이 역시 석유를 주연료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동차보다 가볍게 여깁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차량 중 4륜차가 대부분이고, 오토바이는 자동차보다 가볍기 때문에 연료 소모도 적어 비교적 오염원을 덜 배출한다는 이미지 때문이겠지요.
여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연구를 살펴볼까요. 미국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전체 등록 차량 중 3.6%만을 차지할 뿐이죠. 하지만, 일산화탄소 등 스모그를 이루는 가스 배출은 전체에서 10%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자동차 못지 않게 오토바이도 대기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죠.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사람이 집콕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외식보다 배달을 선호하는데요. 배달은 주로 오토바이로 이뤄집니다. 배달을 많이 시킨다? 당연히 오토바이 이용도 많아지죠. 이에 따르는 대기오염 위험도 더 커졌습니다. 전기차 상용화만큼 전기오토바이 상용화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토바이로 인한 대기오염은 자동차만큼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높아진 전기차 관심 대비 전기오토바이는 화제 삼지 않는 것 같네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정부는 전기이륜차(오토바이)로 전환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환경부는 추경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그린뉴딜 관련 정책에 투입한다 밝혔고, 예산 중 약 23%를 전기이륜차ㆍ전기화물차ㆍ전기굴삭기 등으로 보급하는 데 사용한다고 전했죠. 작년 8월에는 국토교통부에서 ‘그린배달 서포터즈’라는 것을 출범했습니다. 배달대행업계, 전기이륜차업계, 배터리업계와 함께 배달기사를 상대로 전기이륜차를 홍보하고, 보급 활성화 정책 수립을 위해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만, 전기오토바이 보급률이 떨어지는 것은 단순히 홍보 문제만은 아닙니다. ‘성능’과 ‘충전 인프라’라는 문제부터 해결해야죠. 여러 업체가 전기오토바이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지 전기차 개발보다는 관심이 낮습니다.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보다 더욱 열악합니다. 전기를 충전할 때마다 충전 시간 동안 사용하지 못하고, 충전할 장소도 마땅찮습니다. 전기오토바이는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어요. 구매할 때 지급받는 충전기를 220V 단자에 꽂아서 충전해야 하는 모델이 대부분입니다.
아직 전기차도 충전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가야하는 길은 멀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성능도 기존 내연기관 오토바이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요?
현재 빠른 배달을 우선하는 배달기사에게 인기 있는 모델 기준으로 알아보죠. 연비와 내구성이 좋아서 인기 있는 내연기관 오토바이 A가 있습니다. 이 모델은 125cc 용량으로, 연비를 계산해보면 한 번 주유시 최대 430km까지 주행할 수 있습니다. 최고속도는 약 110km 정도이고요.
반면, 한 전기오토바이 제조업체의 대형 오토바이인 B모델을 살펴보죠. 이 모델은 100%까지 충전하는 데 약 5시간 정도 걸립니다. 완충 후 30km로 정속 주행하면 최대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습니다. 최고속도는 45km에 불과하고요. 얼마 전, 기사로도 나왔습니다.
오토바이 성능이 곧 수익인 배달기사 입장에서, 현재 전기오토바이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전기오토바이 확대를 위해서는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네요. 아직 시중에 이러한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전기오토바이는 없나요?
이렇게 생각해보죠. 만약 주행속도도 빠르고, 충전 시간도 짧은 전기오토바이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고자 노력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대만의 ‘고고로(Gogoro)’라는 기업인데요.
모델마다 조금 다르지만, 고고로의 전기오토바이 제로오십(시속0km에서 시속50km까지 걸리는 시간) 성능은 3.7초이고, 최고속도는 시속 92km입니다. 또한, 분리형 배터리를 사용했죠. 즉, 기존 오토바이가 주유하는 것처럼 충전소로 이동해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하면 됩니다. 이 고고로는 ‘스쿠터계의 테슬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으며, 대만의 유니콘 업체로 부상했습니다.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완충된 배터리를 보관하는 충전소도 많아야 할 것 같은데요.
고고로는 대만 내에 ‘Gogoro Energy Network(이하 고고로 네트워크)’라는 충전소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습니다. 2021년 2월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고고로 네트워크는 대만 내 총 2,080개 충전소와 76만 4,000개의 배터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약 1.3km마다 충전소가 있다는 뜻입니다. 배터리는 고고로가 자체 관리합니다. 때문에 사용자는 배터리 결함 등의 고민에서 자유롭죠. 아, 키오스크 방식을 도입한 고고로 네트워크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합니다. 배터리 교체 시간은 1분 정도라고 하네요. 참고로 고고로 네트워크는 전기오토바이를 구매하면 2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한 달에 약 3만 3,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죠.
고고로의 전기오토바이를 사용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 이용자는 얼마나 있나요?
고고로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기오토바이 약 36만 대를 팔았습니다. 특히, 2019년 한 해 동안 14만 5,000대를 판매하면서 대만 스쿠터 시장의 16%를 차지했죠. 그래서 그게 얼마나 많이 팔았다는 건지 감이 안 오실 텐데요. 2020년 국내에 신규 등록 오토바이 수(약 14만 4,600대)와 비슷합니다. 거기에 현재까지 이뤄진 배터리 교체 수는 1억 7,000만번 이상입니다. 하루 평균 27만번 가량 배터리를 교체하는 수준이네요.
현재까지 고고로 이용자들이 주행한 총거리는 32억km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구를 8만번 넘게 돌 수 있는 거리라는데요. 통계적으로 총 1억 리터 이상의 휘발유 사용을 절감했고, 이는 2억 6,000k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합니다. 탄소 감축이라는 점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기록이네요.
아까 배달시장 이야기를 했었죠. 국내에서는 배달용으로 정말 많은 오토바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고로 전기오토바이를 국내 배달업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고고로는 대만 내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독일 베를린이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일본 이시가키 섬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GoShare’라는 이름으로 공유스쿠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GoShare는 고고로가 전기오토바이를 바탕으로 대만에서 런칭한 공유 서비스입니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배달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대만만큼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을지, 배터리 이용료는 어떻게 충당할 수 있는지 등 문제부터 해결해야죠.
국내 전기오토바이 시장이 성장하려면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요?
국내의 오토바이 용도와 대만이나 동남아시아의 오토바이 이용 용도는 꽤나 다릅니다. 대만은 오토바이를 출퇴근길 교통수단이나 레저 목적으로 이용합니다.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배달이나 택배를 목적으로 많이 이용합니다. 수요 자체가 많이 적었죠. 그런데 배달관련 업계의 성장과 배달기사 증가로 인해 오토바이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죠.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로인해 판매되는 오토바이의 대부분이 일본산이라는 점입니다.
전기오토바이는 아직 초기 시장입니다. 신규 기업이라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죠.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국산 제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품질 차이라기 보다 보조금 정책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즉, 아직 국산화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선임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