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 '대우전자' DNA 품은 종합가전기업, 루컴즈전자
[IT동아 김영우 기자] 199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한국 가전 시장에는 ‘가전 3사’라는 용어가 널리 통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대우전자가 시장을 3등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전자는 ‘탱크주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튼튼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강조하던 기업이다.
하지만 1997년 말 한국경제를 강타한 IMF 금융위기의 와중에 모기업인 대우그룹은 치명타를 입었고 1999년 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각 계열사 중에 몇몇은 문을 닫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타사에 인수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는 체질개선을 통해 독자적인 길을 걷기도 했다. 과거 대우전자의 모니터사업부였으나 독립해 중견 가전기업으로 재탄생한 루컴즈전자가 대표적이다.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가 ‘루컴즈전자’가 되기까지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가 분사해 2002년 11월 ‘대우루컴즈’를 설립하면서 루컴즈(LUCOMS)라는 브랜드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루컴즈라는 이름은 빛을 발한다는 뜻의 '루미너스(Luminous)'에 소통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합친 것이다. 대우루컴즈는 당초 대우전자의 모니터사업부의 사업을 이어받아 디스플레이 사업에 집중했다.
그리고 2005년, 대우통신에서 분리된 대우컴퓨터를 인수하며 PC 시장에도 진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이를 통해 2006년에는 과거 대우컴퓨터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브랜드 ‘솔로(Solo)’를 부활시키고 2011년 공공조달납품 중소기업 부문에서 1위를 하는 등 굵직한 성과도 내면서 과거 ‘대우’의 영광을 부활시킨다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전후에 전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긴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영향으로 인해 대우루컴즈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우루컴즈는 교육용 모바일 컴퓨터, 태블릿 컴퓨터, 넷북(미니컴퓨터) 등의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결B2C 사업 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한동안 공공조달 시장에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대우루컴즈의 기술력을 이어받아 B2C 사업을 시작한 곳이 지금의 ‘루컴즈전자’이다. 루컴즈전자는 TV 시장에 본격 진출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대형마트와 파트너십도 맺어 제품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코스트코, 2017년에는 이마트트레이더스와 가전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유통망도 점차 넓혀 나갔다.
2019년 역시 루컴즈전자가 큰 도약을 한 해였다. 그동안 주력하던 TV, 모니터에 더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을 출시하며 종합 가전업체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루컴즈 빌딩에 R&D 센터 설립하며 기술과 품질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갔다.
브랜드 바뀌었지만 DNA는 그대로
그리고 2019년에는 루컴즈전자의 자사몰(루컴즈몰)을 오픈하며 e커머스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성장한 루컴즈전자의 매출은 2019년 약 330억에서 2020년에는 520억을 달성했다. 여기에 올해 선보인 렌탈 전문 플랫폼 ‘루컴즈렌탈’이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루컴즈전자는 공장에서 직접 수도권 2일, 지방 3일 내에 고객에게 배송하는 스마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국 15개 지사 및 145개소 지역 센터망을 확보하는 등 효율적인 A/S 시스템도 확립했다.
브랜드를 일신하고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긴 했지만 루컴즈전자의 뿌리가 1984년부터 이어온 대우전자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1~2인 가구를 위한 실속형 가전이나 게이머를 위한 게이밍 모니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TV 등 시장의 트렌드에 충실한 맞춤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점도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가전기업 중 하나였던 대우전자의 DNA를 느끼게 한다.
한편 지난 2월, 루컴즈전자는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산업자원통상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브랜드경영협회가 후원한 ‘2021 국가 소비자중심 브랜드 대상’ TV 기업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우전자 시절의 영광 재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루컴즈전자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