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IT] 사회적 책임과는 다르다? 'ESG'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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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ESG 요소를 살핌으로써, 경영에 대한 필수적인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기업의 장기 전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수익성을 뜻하는 재무적 역량과 대비되는 영역이어서 주목받지 않았지만, 기후 변화 대응이나 사회적 가치의 대두, 친환경 제품 개발 등이 범인류적 과제가 되면서 기업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ESG는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에서부터 시작해, 2015년 유엔 지속개발가능목표(UN SDGs)와 파리협정으로 지속가능성과 환경 보호의 원칙이 강조됨에 따라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이 조사한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약 30.7조 달러에 달하며, 글로벌 ESG 투자의 85%가 미국과 유럽 투자사가 차지함으로써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를 비롯해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일본 공적 연금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ESG에 대한 고려가 향후 핵심 투자 모델이 될 것이라며 매년 ESG 기업 투자 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역으로 말하자면,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갈수록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다.
ESG가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임에도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덕목이 된 이유는, ESG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약화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경이다. 지금까지의 기업은 이윤과 가치 추구에만 집중해오면 됐지만, 기후변화가 우리 모두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환경 보호도 기업의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애플은 2030년까지 가치 사슬 전체를 탄소 중립화한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 및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75%를 직접 감축하고, 탄소제거 이니셔티브인 ‘복원 기금(Restore Fund)’에 2억 달러를 투자해 나머지 25%를 해결할 것이라 발표했다. 복원 기금의 목표는 매년 승용차 20만 대가 내뿜는 양과 같은 100만 톤의 이산화 탄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삼림 복원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아울러 애플은 2016년부터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소재로만 제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품 패키징부터 제조 부품까지 순환 가능한 소재를 적용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 전반이 ESG의 환경이다.
사회는 조금 더 복잡한 개념이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는 다른,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흔히 ‘사회’라는 단어 때문에 사회적 책임과 비슷한 책무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생산 영업 활동을 하면서 윤리 경영과 사회 공헌, 지역 사회와의 상생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은 기업 활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보완하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ESG의 사회는 기업의 활동 영역을 넘어선 인권 경영과 사회 공헌, 노동 및 고용, 소비자 안전 및 보호 등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구조에 기여하는 활동을 뜻한다.
네이버가 발간한 ‘2020 NAVER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네이버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웰빙, 이용자 경험과 만족,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창작자 지원과 문화 콘텐츠 활성화, 미래세대의 디지털 활용 능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고 있다. 인권 측면에서는 익명의 고충 처리 채널 ‘With U’ 운영과 전사 인권교육, 공정한 고용 및 노사관계를 위해 노사 동수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보건안전 및 웰빙 실현, 공정한 거래와 파트너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적 상생 방안을 실현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1960년대 미국에서 기업의 비윤리적, 비인도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으로, 기업을 둘러싼 시장과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등의 관계를 조정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ESG에서는 기업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구조, 기업의 독립성과 내부 통제 등의 체계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사회나 환경 분야와 달리 △ 효과적인 기업지배구조 체계 구축을 위한 기초 강화 △ 주주권, 주주평등 및 주요 지분 기능 △ 기관투자자, 주식시장, 기타 중개기관 △ 기업지배구조 내에서 이해관계자의 역할 △ 공시와 투명성 △ 이사회의 책임까지 6개 장으로 구성된 OECD의 기업지배구조원칙(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책임투자의 확산을 위해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거래소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전 코스피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E)과 사회(S) 보고서는 2025년까지는 자율 공시하나, 2025년에서 30년 사이에는 일정 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가 의무화된다.
ESG는 시대흐름, 10년 안에 기업 추세 바뀐다
ESG는 주류, 담배, 무기제조 등 특정 산업에서 종교적, 윤리적 사유로 투자를 배제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환경 오염이나 기업 비리, 인권 문제 등으로 시대적 현실을 반영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효율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얼마나 윤리적인 태도로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가를 보는 잣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2013년 81.1%였던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은 2019년에 91.5%까지 올랐고, 71.9%의 사람들은 친환경 제품의 구매 사유 1순위를 나와 가족의 건강, 그리고 2순위가 사회 환경보호 및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답했다. 모든 소비자가 기후 변화와 환경에 더 큰 관심을 가질수록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이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특히 생산, 건설, 중공업 위주의 2차 산업은 ESG 확보에 어려운 반면, 첨단 산업이나 서비스업 위주의 3·4차 산업은 ESG 품질 확보에 유리한 구조다. 어찌됬건 기업들이 ESG 경영에 집중하는 게 시대의 흐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