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확한 편집을 위한 필수 장치, 벤큐 SW271C 에이큐컬러
[IT동아 남시현 기자] 디지털카메라의 색공간 메뉴를 살펴보면 ‘sRGB’와 ‘Adobe RGB’ 두 종류가 있다. sRGB는 마이크로소프트와 HP가 협력하고, 국제전기표준회의(IEC)가 표준으로 지정한 디스플레이용 표준 색공간으로, 윈도우를 비롯해 모니터,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등 보편적인 장치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일반적인 가정용, 사무용 모니터와 취미용 카메라로 가볍게 사진을 찍는 수준이라면 sRGB를 쓰는 게 좋다. 하지만 더욱 깊은 색채와 인쇄 환경, 그리고 본인 모니터뿐만 아니라 제3자의 시각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전문가는 sRGB 대신 Adobe RGB를 쓰는 경우가 많다.
Adobe RGB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어도비 시스템즈가 제안한 표준 색공간으로, sRGB보다 훨씬 넓은 색 재현력을 지니고 있어 더욱 섬세하게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sRGB의 색채 표현에 필요한 정보는 Adobe RGB에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Adobe RGB가 상위 호환이다. 그렇다면 Adobe RGB 99~100% 색 재현력을 제공하는 모니터만 구매하면 전문가용으로 쓸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Adobe RGB 모니터는 160cd/m2에 가깝게 교정된 명점과 0.5557cd/m2에 가깝게 교정된 암점, 287.9:1의 명암비로 교정돼있어야 하고, 색온도나 감마도 정해진 값이 대입돼야 한다. 고성능 패널을 쓰는게 전부가 아니라, 패널을 완벽하게 교정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브랜드 제품만이 전문가용 모니터로 쓸 수 있다.
전문가용 모니터란 이런 것, 벤큐 SW271C 에이큐컬러
벤큐(BenQ) SW271C 에이큐컬러(AQCOLOR)는 벤큐의 27형 4K(3,840x2,160) 해상도 지원의 전문가용 모니터다. 패널 종류는 중앙부와 주변의 밝기가 상대적으로 고르게 표현되는 평면내 전환(IPS) 패널이 사용되며,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밝기를 비례한 명암비는 1,000:1을 지원한다.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수는 10bit를 온전히 지원하며, 색영역은 Adobe RGB 99%, DCI-P3 90%, sRGB 100%를 지원한다. DCI-P3가 90%인 이유는 DCI-P3가 사진이 아닌 영상용 포맷이기 때문이므로 정상이다. 이와 함께 애플에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 P3, M-book 모드,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저장 모드, 수동 입력 모드, 모니터와 프린터의 재현 감도를 동기화해 화상 그대로 인화하는 페이퍼 컬러 싱크(Paper Color Sync) 모드, 의료용 디지털 영상 및 통신 표준(DICOM), HDR10 지원을 활용한 HLG(Hybrid Log Gamma) 기능을 정식 지원한다.
색상 모드 중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은 전문가용 모니터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능이다. 흔히 모니터 여러 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열이면 열 모두 색감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제조사의 같은 모델도 색감이 다를 수 있다. 열심히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해서 보내도, 받는 사람의 모니터로는 다른 색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용 모니터는 데이터컬러의 스파이더X나 X-Rite의 i1 디스플레이 프로·스튜디오 같은 하드웨어 캘리브레이터(교정기)를 활용해 모니터를 160니트 밝기에 6500K 색온도, 감마 2.2 등 표준값으로 교정해서 사용한다.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색상이 교정되면 서로 다른 모니터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색감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이나 영상 편집, 인쇄를 공동으로 작업할 때 전문가용 모니터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다.
패널 규격이 전문가용인 만큼, 제품 구성도 전문가를 위한 기능으로 꽉 차 있다. 디스플레이 스탠드는 완전히 금속으로 제작돼 패널을 포함해 12.3kg에 달하며, 아래로 -5˚, 위로 - 20˚의 틸트 기능과 좌우 45˚ 스위블, 90도 피벗과 150mm의 엘리베이션을 지원한다. 또한, 주변광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내부가 벨벳 처리된 분리형 후드와 OSD 메뉴를 조절할 수 있는 ‘핫키 퍽 G2’리모컨을 기본 제공한다. 측면에는 USB 3.1 규격의 SD 슬롯과 2개의 USB 3.1 포트가 배치돼있고, 후면 스탠드를 분리해 100x100mm 베사 마운트 규격의 외장 모니터 스탠드를 쓸 수도 있다.
SW271C 에이큐컬러는 전작인 SW271에는 없던 USB-PD 기능이 포함돼있다. USB-PD는 USB-C형 단자를 지원해 장치를 충전하는 기능인데, PD 지원 노트북과 연결하면 모니터 신호와 충전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외부 입력은 좌측부터 서비스센터용 USB 포트와 핫키퍽용 미니 USB 포트, 2개의 USB 2.0 단자, 디스플레이 포트 1.4 단자, USB-PD 지원 C형 단자, 측면 허브 활성화용 USB 3.1 B형 단자, 오디오 단자로 구성돼있다. 두 대 이상의 입력 장치를 SW271C에 연결할 경우, 게멋 듀오(GamutDuo) 모드를 활용해 두 개의 영상을 각기 다른 색 영역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OSD(On Screen Display) 메뉴 구성도 알차다. 한글을 기본 지원하고, 바로 가기는 물론 핫키퍽 G2를 활용해서도 제어할 수 있다. 모드는 외부 입력과 화면비를 결정하는 디스플레이, 컬러 모드 및 세부 색상을 잡는 색상 조절, 두 개 이상의 입력을 동시 출력하는 구성을 지정하는 PIP/PBP, USB-C 입력이나 오디오 입력 단자, OSD 밝기 및 지속 시간 등을 지정하는 시스템, 바로 가기 및 핫키퍽에 기능을 할당하는 컨트롤러 키 모드가 있다. OSD 이외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WHQL 드라이버를 공식 지원하며, SW271C 전용 소프트웨어인 팔레트 마스터 엘레멘트(Palette Master Element)를 활용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과 색상 점검, 보정치 확인도 진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비압축 디지털 신호의 직렬 전송 사양인 SDI(Serial Digital Interface)를 HDMI 신호로 출력해 블랙 매직 테라넥스 미니 SDI, 블랙매직 마이크로 컨버터 SDI, 블랙매직 덱링크 4K 익스트림 12G, AJA Hi5 12G, AJA 코나 5의 4K 영상 신호를 HDMI 입력만으로 원본 출력하고, 칼만 및 라이트스페이스의 소프트웨어를 정식 지원한다. 추가로 SW271에는 포함되지 않은 용지 색상 동기화가 포함돼 화면과 출력물 사이의 색상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진 편집은 물론 영상 편집과 인쇄 영역까지 간단하게 대응한다.
전문가라면 탐낼만한 구성, 완성도도 더욱 좋아져
국내에서 제대로 된 사진 및 영상 편집 전문가용 모니터를 내놓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의 에이조(EIZO)를 포함해 대만의 벤큐(BenQ), 에이수스(ASUS), 미국 델(DELL) 정도다. 다른 기업들도 Adobe RGB나 DCI-P3 지원 제품을 내놓긴 하지만,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지원에 대한 업데이트나 전문가용 장치 호환성까지 고려했다고 보긴 어려운 제품이라서 전문가용 모니터로 볼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벤큐 SW271C 에이큐컬러는 제대로 만든 전문가용 모니터다. Adobe RGB 99%와 P3 90%의 광색역과 10비트 색상심도 지원, 델타-E 2 수준의 정밀도를 지원하는 색상 정확도와 16비트 3D-LUT 지원, HLG를 지원하는 HDR10까지 모든 성능이 전문가를 향해 있다.
가격은 220만 원대 후반으로 4K UHD 지원 Adobe RGB 99% 모니터 중에서는 고가에 속한다. 물론 정확한 사진과 영상 편집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4K 편집을 전제로 하는 전문가라면 이 정도 수준의 모니터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