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짤‘ 하나를 6억 원에 팔리게 한 기술, NFT는 대체 뭘까?
[IT동아 권택경 기자] 모나리자 같은 미술품을 거래하듯이 JPG 같은 디지털 이미지도 거래를 할 수 있을까? 설령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자산으로서 가치는 높지 않을 것이다. 실제 미술품과 달리 디지털 콘텐츠에는 원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무한히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닌 이미지가 원본이라는 사실이나 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미술품 거래 시장에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움짤‘ 이미지가 6억 원에 달하는 거액에 거래되는가 하면 트위터 CEO이자 창립자인 잭 도시가 2006년에 올린 트윗은 약 30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은 이미지 파일 하나를 경매에 부쳐 무려 약 780억 원에 판매했다.
무한히 복제될 수 있고, 원본 개념이 없는 디지털 데이터를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미술품처럼 판매할 수 있는 건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덕분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블록체인이란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하지만, 여전히 그 개념이 아리송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친구들과 계모임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A라는 한 사람이 회비 장부 관리를 도맡아서 하게 한다면, A가 정직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돈을 빼돌리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다 같이 장부 내용을 SNS에 공유하면서 관리하면 누구 한 사람이 딴마음을 품더라도 문제가 생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앞서 나온 경우를 기존 금융거래, 다 같이 장부를 공유하며 관리하는 상황을 블록체인으로 생각하면 된다. 기존 화폐와 이를 이용한 거래는 은행이라는 중앙기관이 그 가치와 내용을 보증해준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폐에는 장부를 한데 맡아서 기록해줄 은행 같은 중앙기관이 없다.
대신 모든 이용자가 장부를 '블록'이라는 데이터로 나누어 가진다. 서로가 서로를 보증해주는 방식인 셈이다. 장부를 모두가 공유하니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며, 위변조하려 하더라도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모든 블록을 뜯어고쳐야 하니 현재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NFT도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하는 일종의 자산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실제로 현재 유통되는 NFT는 대부분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발행되고 있다.
그러나 NFT와 기존 암호화폐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그게 바로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이다. 비트코인이나 달러, 원화 같은 화폐처럼 하나하나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 서로 대체가 가능한 자산을 대체 가능 자산이라고 한다. 반면 토지나 보석, 미술품처럼 각각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서로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대체 불가능 자산이라고 한다.
지갑 속 지폐와 신분증 차이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천 원짜리 지폐는 다른 모든 천 원권과 동일하게 천 원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지폐를 맞바꾸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신분증은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해주는 증서이며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윳값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신분증과 맞바꿀 수 없다.
NFT도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NFT를 활용한 디지털 미술품 거래도 그 미술품 자체를 거래한다기보다는 NFT라는 증명서를 거래하는 것에 가깝다. 디지털 콘텐츠에 NFT라는 '원본 인증서', '소유자 증명서'를 꼬리표로 붙여서 판매하는 셈이다.
NFT를 실물 미술품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미술품 거래 플랫폼 테사는 미술품의 소유권을 여러 명이 나눠 가질 수 있게 해 투자 장벽을 확 낮췄다. 분할 소유권을 관리할 때 NFT 기술을 활용한다.
현재 NFT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회의감과 기대감이 섞여있다. 어떤 이들은 NFT 거래가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한편에선 디지털 시대에 예술가들 권리 보호와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NFT 사례처럼 블록체인은 활용하기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수 있다. 흔히 블록체인하면 암호화폐를 떠올리며 ‘투기 자산’이라는 부정적 시선을 보낼 때가 많다. 그러나 ‘암호화폐=블록체인’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지닌 특징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분증과 신원인증 절차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디지털화하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DID(Decentralized Identifier, 탈중앙화 신원증명)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부터 블록체인 기반 DID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공무원증을 발급하기도 했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백신 여권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