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노트북 점유율 노리는 AMD의 직구, AMD 라이젠 7 5800U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7년 2월, AMD는 새로운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프로세서를 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젠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의 설계를 포기하고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한 아키텍처로 클록 사이클 당 명령어 처리 횟수(Instruction Per Cycle, IPC)가 최대 52%까지 향상돼 몇 년 간 지지부진했던 성능 부족 논란을 한 방에 타개했다. 라이젠 프로세서의 성공적인 데뷔에 자신감을 얻은 AMD는 이후 젠+ 아키텍처를 통해 1세대 젠 아키텍처의 성능을 최적화했고, 그다음 젠2 아키텍처를 통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더 넓은 대역폭과 성능 최적화를 반영한 젠3 아키텍처로 또 한 차례 성능을 끌어올렸다.

한편, AMD는 젠 아키텍처 기반의 x86 모바일 프로세서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매번 주목받는 데스크톱 라이젠과 달리, 노트북용 라이젠 프로세서는 집중도가 떨어진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집계한 2012~2021년 x86 노트북 CPU 점유율에 따르면, 인텔은 2013년부터 2020년 2분기까지 85~90% 점유율을 유지했고, AMD 라이젠 4000 시리즈 노트북이 본격 출하하기 시작한 2020년 2분기 이후가 되어서야 80.1%로 떨어졌다. 여전히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인텔 노트북을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APU, 지난 CES2021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된 제품군이다. 출처=IT동아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APU, 지난 CES2021 기조연설을 통해 공개된 제품군이다. 출처=IT동아

이러한 가운데 AMD는 올해 CES 2021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젠 3 기반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노트북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며, 2분기에 들어서 해당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코드명 ‘세잔(Cezanne)’으로 등판한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는 지금의 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라이젠 5000 시리즈, 코드네임 ‘세잔’으로 분위기 역전할까

AMD 라이젠 7 5800U 프로세서 CPU-Z 정보(좌)와 GPU-Z(우). 출처=IT동아
AMD 라이젠 7 5800U 프로세서 CPU-Z 정보(좌)와 GPU-Z(우). 출처=IT동아

AMD 라이젠 모바일 APU 시리즈는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데스크톱 CPU 동일한 ‘젠 3’ 아키텍처 기반의 세잔(Cezanne), 그리고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데스크톱 CPU와 동일한 ‘젠2’ 아키텍처 기반의 루시엔(Lucienne)으로 나뉜다. AMD 라이젠 7 5800U와 라이젠 5 5600U, 라이젠 3 5400U가 4세대 프로세서인 세잔 노트북이며, AMD 라이젠 7 5700U, 라이젠 5 5500U, 라이젠 3 5300U를 탑재한 노트북은 3세대 프로세서의 개선판인 루시엔 노트북이다. 메모리는 최대 32GB까지 구성할 수 있고, 동작 속도는 DDR4 최대 3,200MHz, LPDDR4 최대 4,266MHz까지 지원한다.

그래픽 성능은 3세대 APU에 탑재된 GPU에서 동작 성능만 끌어올렸다. 출처=IT동아
그래픽 성능은 3세대 APU에 탑재된 GPU에서 동작 성능만 끌어올렸다. 출처=IT동아

가장 성능이 높은 AMD 라이젠 7 5800U는 8코어 16스레드 구성에 기본 클록 2GHz, 부스트 클록 4.4GHz으로 동작한다. 내장 그래픽은 이전 세대와 동일한 AMD 라데온 그래픽스를 그대로 적용하고, 동작 속도만 올렸기 때문에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게이밍 그래픽 성능을 수치로 측정하는 프로그램인 3D 마크 : 파이어 스트라이크를 통해 확인한 AMD 라데온 그래픽스의 그래픽 점수는 3,275점에 CPU 물리 점수 15,812점으로 확인된다. 벤치마크 점수를 토대로 봤을 때 배틀필드 5가 1080p 울트라로 30프레임, GTA 5가 1080p 울트라로 20~30프레임으로 플레이할 수 있지만, 그래픽 메모리가 512MB라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한정적이다.

AMD 라이젠 7 5800U의 시네벤치 R23 결과, 단일 코어 1,375점, 다중 코어 6,991점이다. 출처=IT동아
AMD 라이젠 7 5800U의 시네벤치 R23 결과, 단일 코어 1,375점, 다중 코어 6,991점이다. 출처=IT동아

프로세서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을 활용해 AMD 라이젠 7 5800U의 성능을 확인해봤다. 시네벤치 R23은 10분간 특정 화상을 렌더링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점수로 환산하며, 해당 결과를 다른 프로세서의 점수와 비교해 우열을 확인할 수 있다. 리뷰에 사용한 노트북은 에이수스 젠북 13 OLED UM325S 모델로, LPDDR4 16GB 듀얼 채널 메모리가 적용돼있다. 해당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7 5800U가 획득한 점수는 단일 코어 1,375점, 다중 코어 6,991점으로 확인된다. 동일 테스트에서 젠1 기반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라이젠 7 1700X가 8,889점이며, 인텔 코어 i7-7700K가 6,302점이다. AMD 라이젠 1700X와 인텔 코어 i7-7700K 모두 2017년 1분기를 기준으로 개인용 데스크톱으로는 최상위 제품인데, 무게 1kg 남짓한 초경량 노트북이 몇 세대 전 데스크톱과 맞먹는 성능을 낸다.

PC마크 벤치마크 결과. 출처=IT동아
PC마크 벤치마크 결과. 출처=IT동아

작업 성능은 경량 노트북으로는 인상적이다. 표준 시스템 및 부품의 성능을 기반으로 생산성 점수를 측정하는 프로그램, PC마크 10을 통해 AMD 라이젠 7 5800U의 점수를 확인해봤다. 측정 항목은 앱 실행 속도와 화상 채팅, 웹 브라우저 등을 활용하는 에센셜, 엑셀 및 워드 등의 동작 속도를 재는 생산성, 사진 편집 및 렌더링 속도, 비디오 편집 속도를 확인하는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션 점수로 구성돼있다. 해당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7 5800U가 획득한 점수는 에센셜 항목 9,444점, 생산성에서 8,833점, 디지털 콘텐츠 성능에서 5,087점을 획득했다. 앱 실행속도는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비디오 편집 성능은 높지 않다.

PC마크 10 배터리 테스트 결과, 밝기 50%에 배터리 우선 기준으로 11시간 43분이 지속됐다. 출처=IT동아
PC마크 10 배터리 테스트 결과, 밝기 50%에 배터리 우선 기준으로 11시간 43분이 지속됐다. 출처=IT동아

AMD 기반 노트북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배터리 성능도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앱 실행과 화상 채팅, 웹 브라우징, 사진 및 영상 편집 등 실사용 환경을 토대로 노트북의 배터리 수명을 측정하는 PC마크 10 배터리 테스트를 통한 배터리 성능을 시험했다. 시험에 사용한 에이수스 젠북 UM325S의 밝기를 50%로 설정하고, 배터리 우선으로 설정해 시험을 진행했다.

해당 결과로 확인된 실사용 시간은 11시간 43분으로, 더 낮은 밝기와 절전 모드를 사용하면 최대 14시간은 쓸 수 있다. 물론 젠북 UM325가 13.3인치 노트북으로는 대용량인 67Wh 배터리에 전력 소모가 매우 적은 OLED 디스플레이라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저용량 배터리와 LCD 기반 노트북이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능 우선이라면 이상적, 소비자 접근성은 떨어져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AMD 라이젠 5000 시리즈(코드네임 세잔)는 저전력 프로세서로는 우수한 성능과 안정적인 배터리 효율을 갖추고 있다. CPU 성능이 중요한 영상 편집이나 3D 작업 용도로 휴대한다면 흠잡을 데 없는 성능이다. 1세대 ‘레이븐 릿지’ 기반의 노트북과 비교하자면 괄목할 만큼 완성도가 좋아졌다. 하지만 라이젠 기반 노트북은 대다수 소비자가 ‘실패하지 않게 노트북을 고른다’는 원칙을 간과하고 있다.

경쟁사인 인텔은 오래전부터 센트리노 플랫폼이나 울트라북 인증, 인텔 아테나 프로젝트나 이보(Evo)처럼 표준 사용자를 위한 제품 구성을 브랜드화해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인텔 로고만 보고 고르면 평균 이상의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현재의 AMD 노트북은 소비자가 노트북 성능이나 하드웨어 지원, 확장성 등을 이해하지 않으면 고르기가 어렵다. AMD 노트북의 가격대비 성능비가 뛰어나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고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AMD 리사 수 최고 경영자가 CES2021에서 라이젠 7 5800U 프로세서의 성능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AMD
AMD 리사 수 최고 경영자가 CES2021에서 라이젠 7 5800U 프로세서의 성능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AMD

AMD 라이젠 노트북도 이제 4세대에 접어들었고, 프로세서 성능이나 전력 효율은 대단히 진보했다. 하지만 이런 이런 성능이 몇 퍼센트나 뛰어나다를 강조하기보다는, 왜 AMD 노트북이 일상생활에서 매력적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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