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망원경 품은 디지털카메라 - 캐논 파워샷 줌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과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일상에서 디지털카메라(디카)의 존재를 점차 지워가고 있다. 이에 디카 제조사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스마트폰이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특별한 촬영 분야에 집중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캐논의 '파워샷 줌'도 그런 디카다. 물론 냉정히 말해, 사진 촬영에 있어 스마트폰 말고 반드시 필요한 디카라고 주장할 순 없지만, 제품 이름에서 예상하듯 '줌' 기능 하나만으로도 가치와 의미는 있을 듯하다.

골프 거리측정기 같은 디지털카메라, 캐논 파워샷 줌
골프 거리측정기 같은 디지털카메라, 캐논 파워샷 줌

파워샷 줌은 일반 디카와는 모양이 다르다. 흡사 골프 거리측정기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용법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게는 145g 정도라 휴대하기 좋고, 한 손에 감아쥐는 형태로 전원, 셔터, 줌 조절 등 조작버튼을 한 손 엄지 또는 검지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다. 망원경처럼 한 손에 쥐고 한쪽 눈에 댄 다음, 검지로 'ZOOM' 버튼으로 줌 조절한 후 엄지로 'PHOTO' 버튼 눌러 사진을, 녹화 버튼을 눌러 영상을 촬영하면 된다.

한 손에 쥐고 사진 촬영 및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한 손에 쥐고 사진 촬영 및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기본 초점거리는 100mm(35mm 표준 초점거리 환산)라, 접근촬영(접사)보다는 일반 또는 망원촬영에 적합하다. 피사체와 1미터 이상 떨어져야 제대로 촬영된다. ZOOM 버튼을 한번 누르면 400mm, 또 한번 누르면 800mm 줌이 가능하다. 400mm 줌은 렌즈 자체로(광학 줌), 800mm 줌은 디지털 확대로(디지털 줌) 처리된다.

ZOOM 버튼을 누르면 100mm, 400mm, 800mm 줌이 즉시 적용된다
ZOOM 버튼을 누르면 100mm, 400mm, 800mm 줌이 즉시 적용된다

참고로, 디지털 줌은 디지털 이미지를 그저 '확대'하는 기능이라, 줌을 당길수록(이미지를 확대할수록) 화질은 저하된다. 카메라의 줌 성능은 광학 줌 기능으로 결정된다.

이외 옆면에는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과 USB-C 충전/사진전송 단자가 있다. 메모리는 마이크로SD/SDHC/SDXC 규격을 지원한다. 유효 화소수는 1,200만이고, 동영상은 풀HD 화질인 1,920 x 1,080(30프레임) 화질로 촬영된다. 단 사진이나 영상 화질은 변경할 수 없다.

마이크로SD 메모리 카드가 들어간다
마이크로SD 메모리 카드가 들어간다

파워샷 줌은 고해상도 사진/영상 촬영을 위한 디카가 아니다. 망원경처럼 먼 피사체를 가깝게, 그리고 잽싸게 촬영하기 위한 장비다. ISO 감도는 100에서 최대 3,200까지 지원하니 어두운 환경보다는 태양광 아래 야외 촬영에 적합하다. 셔터속도는 최단 1/8000초에서 1/30초까지 지원한다(동영상 촬영은 최단 1/4000초). 움직임이 빠른 스포츠 경기나 동물 촬영에 유리하다.

파워샷 줌의 기본 정보는 이러하다.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 사양에 비해 월등한 디카라고 하기엔 왠지 좀 아쉬워 보인다. 그럼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파워샷 줌이 유리할 수 있는 촬영 환경은 무엇일까?

캐논 파워샷 줌의 우수 사용 사례(제공=캐논코리아)
캐논 파워샷 줌의 우수 사용 사례(제공=캐논코리아)

파워샷 줌은 야외 촬영, 이를 테면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지만) 스포츠 경기 직관이나 콘서트 관람, 등산, 라이딩 등의 외부활동 등에서는 스마트폰 촬영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단 파워샷 줌은 조작이 간편하고 빠르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삑'하는 소리와 함께 즉시 촬영 가능 상태가 되고, ZOOM 버튼을 누를 때마다 바로바로 줌이 적용되니 촬영 순간을 놓칠 여지가 적다.

35mm 표준 초점거리 기준으로 400mm 망원 줌을 렌즈만으로 당길 수 있으니 야외 촬영에 더욱 유용하다. 800mm 디지털 줌도 야외 촬영이라면 어느 정도 봐줄 만하다(물론 화질은 광학 줌보다 저하된다).

100mm 기본
100mm 기본

400mm (광학) 줌
400mm (광학) 줌

800mm (디지털) 줌
800mm (디지털) 줌

등산, 라이딩 시 눈에 띈 야생동물의 모습을 재빠르게 담아내기에는 나름대로 유용하다. 조작음이나 셔텨음도 없어 동물을 놀라게하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앉은 독특한 새나 꽃 위의 나비, 수풀 사이의 길고양이 등을 담기에 좋다.

길냥이 100mm 촬영
길냥이 100mm 촬영

길냥이 800mm 줌 촬영
길냥이 800mm 줌 촬영

관람객 수가 제한되긴 하겠지만, 곧 개막할 프로야구 경기 직관에도 유리하다. 야구팬이라면 200mm ~ 400mm 망원렌즈(대포렌즈)를 단 묵직한 DSLR을 사용하는데, 파워샷 줌이라면 응원하는 선수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신속하게 찍을 수 있다. (물론 DSLR의 사진 화질을 넘어서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100-400-800mm 줌을 버튼 하나로 바로바로 바꾸며 촬영할 수 있다는 건 스마트폰에 비해 큰 장점이라 할 만하다. 작고 가벼우니 스트랩으로 손목 또는 목에 걸고 있거나, 자켓/바지 주머니에 넣어도 별 부담은 없다.

400mm 이상의 망원 촬영을 해야 하니 캐논의 '손떨림방지 기능(IS)'은 기본으로 내장했다. 이동하며 촬영할 게 아니라면, 한 손으로 잡고 셔터를 눌러도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두 손으로 잡으면 더욱 안정된 촬영이 가능하다. 망원경 같은 역할이니 사진 촬영이 아니더라도 특정 장면, 특정 선수에 집중하는 데도 요긴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대응 불가능한 영역이다.

1,200만 화소의 사진(4,000 x 3,000 픽셀)이라 일반 미러리스 디카 등의 화질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파워샷 줌의 용도는 고화질 사진 촬영이 아니라 신속한 망원 줌 촬영이니 받아들여야 하겠다. 물론 사진 인화에 전혀 문제 없을 수준이며, SNS 등에 올릴 용도로는 결코 부족한 화질은 아니다. 동영상 품질도 마찬가지로, 풀HD 화질 정도면 영상 기록 용도로 큰 불만은 없으리라 판단한다.

한편,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은 본체에서 확인 가능한데,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재생 메뉴를 통해 확인해야 하니 좀 번거로울 순 있다. 파워샷 줌은 스마트폰 앱(캐논 'Camera Connect')으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진이나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뷰파인더 화면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원격 출력하며 스마트폰으로 직접 주밍하며 촬영할 수도 있다. 한 곳에 세워두고 원격 촬영하는데 유용하다. 앱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파워샷 줌을 구매한다면 설치하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스마트폰 'Camera Connect' 앱으로 사진 확인
스마트폰 'Camera Connect' 앱으로 사진 확인

스마트폰 앱과 연결하면 라이브 뷰 촬영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과 연결하면 라이브 뷰 촬영도 가능하다

일상 촬영이 아닌 특별한 용도의 디지털카메라로서 가치와 의미는 충분히 있는 듯하지만, 막연한 기대나 호기심으로 접근할 만한 카메라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등반/등산/하이킹을 즐기는 이라면 스마트폰보다는 좀더 역동적인 사진/영상을 담을 수 있을 테다(단 풍경 촬영 제외). 콘서트나 뮤지컬 관람에도 스마트폰보다 큰 도움 되니 역시 고려할 만하다.

여담으로, 골프 거리측정기와 비슷하게 생겼으니, 이 참에 거리측정 기능까지 넣은 줌 카메라로 출시되면 필드에서 사진 많이 찍는 골퍼들의 관심도 끌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캐논 파워샷 줌의 공식 가격은 39만 9,000원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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