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케어 VS 비스포크', 렌털시장 성장이 촉발한 정수기 경쟁
[IT동아 남시현 기자] 4~5년 전만 해도 정수기 구성은 단순 냉온수기 혹은 물탱크형 정수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냉온수기는 별도로 배달받은 물통을 얹어서 냉수·온수만 받는 형태고, 물탱크형은 수돗물을 정수한 다음 내부의 탱크에 저장했다가 공급한다. 두 방식 모두 대용량의 냉온수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래 사용하면 탱크 내부나 관에 침전물이 생겨 오염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물탱크 없이 바로 직수로 공급받는 정수기다. 이 정수기는 이전 세대의 냉온수기, 물탱크형 정수기에 비해 세균의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고, 차지하는 공간도 작다. 물론 냉온수 공급이 느리고, 대용량 급수 시 지체되는 단점이 있지만, 공간 효율과 안정성 때문에 최근에는 이 형태가 많이 사용된다.
물탱크 없이 직수로 공급받은 물을 사용하는 정수기가 대세가 되면서 정수기의 몸체까지 숨겨버리는 언더싱크형 정수기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언더싱크형 정수기는 기존 직수형 정수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출수부(코크)만 싱크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물론 공간 활용도가 매우 우수하다. 물론 초반에는 이 방식 역시 상온 정수 기능만 지원하는 제품이 많았지만, 이 방식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기업과 주요 제조사들도 언더씽크형 정수기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물탱크를 없애면서 빠르게 정수기의 트렌드가 바뀌었지만, 언더싱크형이 등장하면서 또 한번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LG전자 퓨리케어, 언더싱크형으로 시장 개척
LG전자는 지난 2009년 정수기 시장에 진출했고, 국내 렌털 시장이 커지면서 정수기 사업의 판도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 종의 ‘퓨리케어’ 브랜드의 정수기를 내놓고 있지만, 지난 6월 출시한 ‘퓨리케어 듀얼 정수기’는 디자인은 물론, 활용도 면에서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출시한 퓨리케어 듀얼 정수기는 LG전자 퓨리케어 WU800AS와 900AS다. WU800AS는 정수 및 냉수를 제공하고, WS900AS는 냉온수기 역할을 한다.
해당 정수기는 제품 본체를 싱크대 수납장 아래쪽에 배치하고, 출수구만 싱크대쪽으로 빼낸다. 상단의 출수구는 온수, 용량, 정수, 연속 출수, 냉수, 안심살균과 필터기 교체 여부가 표기되며, 하단의 출수구는 전기분해 세척수가 분사된다. 전기분해 세척수는 과일이나 채소류 등의 세척부터 그릇이나 수저, 식기 등 위생적인 세척에 추천된다. UV(LED)를 사용해 출수구 코크를 1시간마다 자동으로 살균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한, 보통의 정수기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사물인터넷 기능이 포함돼 LG 씽큐(ThinQ) 앱을 연결해 필터 교체 시기, 제품 상태, 물 사용량 등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케어솔루션 서비스에 가입하면 3개월에 한 번씩 케어솔루션 매니저가 방문해 고온살균과 고온세척 등으로 관리해주고, 1년마다 직수관을 무상으로 교체해준다. 언더싱크형 특유의 공간 활용도와 퓨리케어 정수기만의 활용도가 합쳐지면서, 퓨리케어 듀얼 정수기는 출시 1달 만에 1만 대를 판매했고, 8월 중에는 LG 정수기 전체 판매량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 직접 경쟁보다는 틈새시장 노려
국내 렌탈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해외 정수기 시장도 긍정적으로 흘러감에 따라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기존 정수기 시장이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냉장고형 정수기로 첫선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국내 정수기 시장의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으면서, 냉장고 제품군도 더욱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출시된 냉장고형 정수기는 직수형 정수기를 냉장고 문에 부착한 방식이며, 최대 2,300리터의 정수 용량을 제공하는 4단계 필터 시스템을 소비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서 출시된 제품이 언더싱크형 정수기인 비스포크 정수기다. 비스포크는 삼성의 주방가전 라인업으로, 소비자가 직접 인테리어와 부품 구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비스포크 정수기 역시 국내 최초로 모듈형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가 제품 구성을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인은 정수기 모듈을 싱크대 아래에 설치하는 빌트인 타입이며, 필터와 구동부로 구성된 기본 모듈, 그리고 냉수와 온수가 필요할 때 추가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추가 모듈로 구성돼있다. 정수 단독과 정수 및 냉온수기 기능을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맞출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출수부 색상도 싱크대 디자인에 맞게 블랙, 화이트, 로즈골드 세 가지 색상으로 선보여 메인 출수부와 서브 출수부를 총 9가지 색상으로 조합할 수 있다. 향후 네이비, 그린, 실버 컬러도 추가될 예정이다.
비스포크 정수기는 4단계 필터 시스템이 적용되며, 최대 2,500리터 정수 용량을 제공해 4인 가족이 하루 6.8리터를 마신다고 가정해도 1년간 필터를 교체하지 않고 쓸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클린 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정기적인 방문 없이도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포화시장인듯 블루오션··· 향후 전망도 밝아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2년 4조 6천억 원이던 가전 렌털 시장 규모가 2019년에 12조, 2020년엔 4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LG전자의 생활가전 렌털 부문 수익은 2019년 3천억 원에서 2020년에만 6천 억원으로 뛰는 등 시장 규모가 눈에띄게 커지고 있다. 렌털 시장의 성장은 정수기 시장의 규모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수기는 주기적인 필터 교체 및 관리가 필요한 가전이라 예로부터 렌털 사용이 전제였다. 렌털 시장이 성장하면서 정수기 시장도 갈수록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지난해 12월부터 민간조합에서 실시하던 정수기 제품 인증 업무가 환경부 산하 물기술인증원으로 이관하면서, 정수기 성능 및 품질 관리가 이전보다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더 믿고 정수기를 쓸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며, 새로운 정수기 형태가 등장하면서 또 한번 정수기 시장이 바뀔 조짐이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