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보다 빠르네'··· DJI FPV로 만난 드론 레이싱의 묘미
[IT동아 남시현 기자] 드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항공 촬영은 헬리콥터·항공기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개인용 항공 장치인 드론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항공 촬영을 시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2차원에 머물러있던 영상 촬영 환경이 단숨에 3차원으로 격상됐다. 이제 드론은 산업 현장은 물론 엔터테인먼트나 다큐멘터리, 심지어는 뉴스나 예능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드론이 이토록 대중화될 수 있었던 까닭은 매년 새로운 드론 기술과 이를 적용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고, 또한 업계 1위 기업인 DJI가 꾸준히 생태계를 지원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출시된 DJI FPV 역시 드론 레이싱이라는 생소한 영역을 일반 대중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출시된 제품이다. FPV는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의 약자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을 보고 조종하는 기존 드론과 다르게 1인칭 시점의 전용 FPV 고글을 함께 사용해 마치 VR 기기로 화상을 보는 것처럼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이미 DJI는 일반 드론에 연동할 수 있는 1인칭 시점용 고글인 DJI 고글 및 고글 RE, FPV 고글을 출시한 적이 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스포츠로서의 드론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전용 드론까지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FPV 드론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DJI FPV 시연을 통해 확인해봤다.
1인칭 시점으로 즐기는 140km/h의 속도감, DJI FPV
DJI FPV는 기체와 고글, 조종기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된 드론 시스템이다. 무게는 약 795g이며, 프로펠러를 포함한 전체 크기는 높이 127mm에 정면 기준 가로 255mm, 세로 312mm다. 카메라는 1,200만 화소 1/2.3”인치 CMOS를 탑재해 4K(3,840x2,160) 50/60fps 및 FHD(1,920x1,080) 50/60/100/120fps 영상을 기록하며, 1축 짐벌과 록스테디(RockSteady) 전자식 떨림 방지 기술이 동시에 작동해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영상을 담는다. 최대 비행 시간은 무풍 환경에서 40km/h 속도를 유지했을 때 20분이며, 최대 140km/h의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이 2초에 불과해 순간 최고속도 만큼은 슈퍼카보다도 빠르다.
이 제품이 특별한 이유는 지금까지 DJI가 선보여온 드론에서 더 큰 차원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DJI는 영상 촬영, 산업 용도에 특화된 드론에 집중해왔다. 스포츠 용도의 레이싱 드론은 사용자가 직접 드론을 만들고 띄우는 식으로 발전해왔기에 DJI 같은 제조사가 개입하지 않아 왔다. 완성차 업체가 튜닝 차량 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하지만 일반 드론보다 현란한 FPV 드론만의 영상미나 FPV 드론 레이싱 등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DJI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FPV 드론이 출시되기에 이른다.
DJI FPV는 드론을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부터 드론 전문가까지 모든 사용자가 대상이다. 일반 드론과의 차이점은 조종 방식이다. 일반 드론은 리모컨에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을 연결해 카메라 화상을 보면서 시계 비행한다. 반면 FPV는 DJI 오큐싱크(OcuSync) 3세대 기술이 탑재된 FPV 고글로 1인칭 시점의 화상을 보면서 비행하고, 별도의 모션 컨트롤러를 이용해 동작 인식으로 조종할 수 있다. 1인칭 고글은 화상 모드는 1,440x810p 60fps의 고화질 모드와 28ms의 저지연 모드, 파일럿의 시각을 최대 8명에게 공유하는 시청자 모드가 제공되며, 최대 4km 거리에서도 화상을 볼 수 있다. 종합했을 때 사용자는 마치 헬리콥터에 탑승해 본인이 조종사가 된 느낌으로 공중을 활보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FPV 드론에 적용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도 대거 적용된다. DJI FPV는 모든 비행 모드에서 ‘비상 정지 및 호버링’ 기능이 추가돼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고, 공역 제한 및 잠재적 위험을 알려주는 GPS 기반의 지오펜싱과 유인 항공기 비행을 알려주는 ADS-B 수신기 등의 안전 기술이 포함된다. 아울러 ‘리턴 투 홈’ 기능이 있어서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거나 전송 신호 유실 시 자동으로 드론이 이륙 포인트로 복귀한다. 처음 FPV에 입문 한 초보자들이 자주 겪는 문제가 드론이 분실되거나 추락하는 경우인데, 이런 부분을 기술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너른마당 임종덕 이사의 도움을 받아 직접 DJI FPV를 시연해보았다. 일단 FPV 드론은 다른 DJI 드론과 비슷하게 동작하는 일반(N) 모드와 숙련된 사용자를 위해 안전 장치가 해제되는 수동(M) 모드, DJI 드론의 안전 기능과 FPV 특유의 주행 성능이 조합된 스포츠(S) 모드 세 가지로 나뉜다. 일반 영상 촬영이나 안전한 주행을 선호하는 경우에는 일반 모드를 사용하면 되며, 이때 드론 하단의 비주얼 포지셔닝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다. 반면 수동 모드는 모든 센서와 호버링 기능이 비활성화되는데, 기기 보호를 위한 장치 개입이 오히려 드론 레이싱에 제약이 될 수 있어서다.
우선 임 이사가 조종하는 DJI FPV에 FPV 고글을 연동해 화면을 보았다. 고글은 안경 착용자도 편하게 쓸 수 있으며, 마치 VR 기기로 화상을 보는 것과 같다. 차이점이라면 고개를 돌려도 화상의 위치가 정면으로 고정돼있고, 드론의 카메라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화상을 본다. FPV 고글을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연동하는 것보다 훨씬 시인성과 몰입감이 뛰어나고, 또 시계 비행이 아닌 기체 입장에서 화상을 보기 때문에 조종의 편의성도 훨씬 좋다.
국내 주요 지방파 방송에서 FPV 드론 촬영을 맡을 정도의 실력인 임 이사의 의견은 어떨까. 임 이사는 “기존 FPV는 기체 자체를 본인이 조립하고, 비행 스타일에 맞게 조종간을 튜닝하는 과정이 있다. DJI FPV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본인의 비행 스타일을 그대로 조종간에 적용하는 게 가능하므로 숙련자라면 본인의 기체처럼 DJI FPV에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직접 제작한 FPV의 체공 시간은 보통 5~7분 정도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카메라 하우징도 분리해서 탑재한다. 반면 DJI FPV는 스펙상 20분, 빠른 비행 시 15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고성능 짐벌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어서 비행 시간도 길고 영상의 완성도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FPV를 직접 제작하는 것 자체가 1인칭 드론 레이싱의 묘미지만, 누구나 빠르게 수준급의 항공 영상을 만들고 드론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는 게 DJI FPV의 장점이다.
DJI FPV, 누구나 수준급의 비행 가능해
실제로 조종간을 잡아본 소감은 ‘이 정도면 간단한 비행 영상이라면 나도 찍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다. 드론에 대해 막연한 상황에서는 고가의 드론이 파손되면 어쩌지 하는 우려, 그리고 조종 미숙으로 인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DJI FPV는 DJI 버츄얼 플라이트 앱을 사용해 파손 걱정 없이 가상 세계에서 비행 연습을 할 수 있고, DJI FPV 셋업 및 비행 튜토리얼 가이드도 제공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이도 드론 레이싱을 시작할 수 있다. 임 이사가 처음 드론 레이싱에 입문한 이후 제품 파손과 분실만 십수번에 시행착오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DJI FPV를 사용한다면 가상 비행과 안전 장치를 바탕으로 드론 조종에 익숙해질 수 있고, 파손되더라도 보험 형태의 DJI 케어 리프레시를 활용해 제품을 보전받을 수 있다.
DJI FPV는 드론과 조종기, FPV 고글과 케이블, 배터리가 포함된 콤보 구성이 150만 원대고, 모션 컨트롤러는 20만 원대에 별도로 판매된다. 비슷한 체급의 매빅 에어 2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비싼데, FPV 고글이 포함됐으니 큰 차이는 없다. 게다가 사용자가 직접 FPV 드론 부품을 모아 조립하면 최소 2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는 들어간다고 하니, 초기 입문자라면 오히려 합리적인 구성이다. DJI FPV의 등장으로 앞으로의 드론 시장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