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포토샵·한글 합쳐 만 원'··· 소셜커머스 3사, 여전히 불법 SW 판매 방조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은 유출된 소프트웨어 제품 키의 판매 행위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판단해 유죄를 확정했다. 소프트웨어 제품 키는 소프트웨어를 적법한 절차를 통해 구매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입력하는 20~25자리 내외의 암호인데, 해당 키를 보유하고 있으면 제조사가 제공하는 제품·보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품 키가 배포되는 경로가 다양한 데다가, 디지털 형태로 관리되므로 적법하지 않은 라이선스가 일반 시중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끊이질 않는다.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MS는 국내 주요 오픈마켓 운영사업자에게 불법 라이선스의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당시 일부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불법 경로로 구한 정품 라이선스 제품 키를 정품보다 수십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이후 오픈마켓 운영사업자들은 자율규제를 통해 지식재산권 침해 운영센터를 도입하거나 신고 제도를 운영하는 등 불법 라이선스 판매를 규제하기 시작했고, 이후 대부분의 불법 라이선스 판매가 근절되는 듯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오픈마켓에서 불법 라이선스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불법 라이선스 판매, 관리 소홀인가 방임인가?
2021년 3월 16일 현재 쿠팡과 티몬, 위메프 3개 사의 오픈마켓에서 2019년 당시 문제가 된 윈도우 10 제품 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드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판매자들은 제품 결제 시 즉시 제품 키를 이메일로 보내주며, 단 한 번의 구매로 평생 영구 사용이 가능한 정품이라며 홍보한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사용한 불법인증과 다르다며 100% 보증된 제품을 판매한다는 문구까지 등장한다.
불법 라이선스의 판매 대상은 윈도우로 끝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365,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2020, 어도비(Adobe)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프로, 애플의 파이널 컷 프로, 로직 프로 등 고가의 소프트웨어도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옥션이나 11번가, 인터파크 등의 오픈마켓은 일반 소비자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어렵도록 잘 규제하고 있는 반면, 소셜커머스 기반의 쿠팡, 티몬, 위메프 3개 사의 오픈마켓은 불법 라이선스 판매글을 인기 순으로 노출한다거나, 연관 검색어를 제공해 사실상 규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주요 4개 오픈마켓인 옥션, 지마켓, 인터파크, 11번가를 검색해 불법 라이선스를 구매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4개사 모두 윈도우 10이나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를 검색하면 온라인 판매 인증을 받은 판매자가 우선 노출된다. 간혹 불법 라이선스 판매자가 목격되기는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설치할 정도의 컴퓨터 지식이 있는 사용자라면 다른 정품 판매자와 비교해 정품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옥션 중고장터는 윈도우 10 제품 키나 COA(Certificate of Authenticity, 정품 인증서) 스티커를 거래하는 판매자가 있는데, 이는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특성에 따른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 쿠팡, 티몬, 위메프는여과없이 불법 라이선스 판매글이 등장한다. 쿠팡에서 ‘윈도우 10’을 검색하자 1만 원에 윈도우 10 및 MS 오피스 묶음 할인 특가 상품이 최상단에 노출되고, 불법 라이선스 판매 글의 제휴 광고까지 노출된다. 한글 2020이나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앱 등 타사 소프트웨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몬은 ‘윈도우10’ 혹은 ‘윈도우 10’ 검색 시 검색 결과를 제공하지 않지만, ‘윈도우’라고 치면 1,900원부터 판매하는 상품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소프트웨어는 바로 검색된다. 위메프 역시 별 제약 없이 불법 라이선스 제품 키를 정품의 100분의 1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오픈마켓에서 쉽게 불법 유통되는 소프트웨어를 구할 수 있는 이유는 현행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하면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키의 저작권법 관련 문제는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문제일 뿐, 오픈마켓 운영사업자에게 법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말뿐인 지식재산권 보호, 자율 규제 속 실천 나서야
최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보고서에는 ‘당사는 과거에 앱이나 웹사이트에 판매된 특정 항목이 제 3자의 지식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불만을 접수했거나 접수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분쟁 및 관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 그리고 ‘제 3자의 지식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모든 항목을 탐지하고 제거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미 오픈마켓의 지식재산권 관련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는 뜻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마켓에서는 개선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픈마켓의 불법 소프트웨어 판매는 특정 판매자의 일탈로만 치부할 만한 일이 아니다. 법으로 보호받는 지식재산권이 박탈당하도록 방관하는 행위이며, 장기적으로는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국가적 신뢰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굿 윈도 캠페인(Good Windows Gampaign)과 스테이 리얼(Stay Real) 등 자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라며, “불법 소프트웨어 판매상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