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 상장 첫날 100조 돌파··· 국내 유통 업계도 '초긴장'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4년 9월, 중국 알리바바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날 알리바바는 92.70달러로 매매를 시작해 장중 한때 100달러를 기록했고, 93.89달러로 마감했다. 첫날 시장 가격은 공모가 대비 38.07% 높은 가격에 거래됐으며, 최대 250조에 가까운 자금 조달을 조달했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전날 공모가 기준으로 아마존 시가총액을 추월한 데 이어 하루 만에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당시 기준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네번째로 시가총액이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21년 3월 12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의 오프닝 벨을 울리게 됐다. 쿠팡은 공모가 35달러로 장을 시작해 장중 최고 58.69달러를 기록한 다음, 49.5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고가에 비해 다소 떨어진 금액임에도 40.71%의 상승률을 보였고, 폐장 후에도 주가는 5.38% 상승해 51.90달러를 기록했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시가총액을 단숨에 100조까지 몸집을 불렸으며, 이는 알리바바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로 기록됐다. 국내 기업과 비교해도 삼성전자 이후 두 번째로 큰 시가총액이다.
미국으로 간 쿠팡? 원래 미국에 있던 쿠팡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가 분석한 이크로스 커머스 플랫폼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쿠팡앱 순이용자수는 1,689만 5천 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11번가와 비교해도 700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 수 차이를 보인다. 특히 전년 10월 대비 9월 순 이용자 수도 25.5% 늘며 가파른 성장률을 보였다. 쿠팡이 압도적인 성장률을 바탕으로 시장 1위 사업자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은 당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 배송은 물론 가구나 가전, 식품 배달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 목표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1위 사업자인 쿠팡이 코스닥이 아닌 미국 시장에 상장한 점에 대해서 의아한 소비자들이 많겠지만, 상장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보면 쿠팡의 미국 상장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상장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상장한 쿠팡은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쿠팡 LLC며, 한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쿠팡(주)는 쿠팡 LLC의 전소유 자회사다. 쿠팡 LLC의 이사진도 김범석 의장과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최고 재무 책임자, 투안 팸(Thuan Pham) 최고 기술 책임자, 해럴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 행정 책임자 등 강한승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와 박대준 신사업담당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다.
아울러 김범석 의장이 가진 주식(클래스B)의 1주당 의결권을 일반 주식(클래스A)의 29배로 설정하는 차등 의결권(dual class structure)도 적용됐다. 차등 의결권은 국내 증시엔 없는 제도로, 만약 지분 보유량에 29배의 의결권을 적용할 경우 지분을 2%만 보유해도 58%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어서 강력한 기업 지배력을 갖게 된다.
종합적으로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접하고 있는 쿠팡은 미국 기반의 쿠팡 LLC의 자회사고, 쿠팡 LLC는 대표부터 이사진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 기업이다. 덧붙여 소프트뱅크의 벤처펀드인 ‘비전 펀드’의 지원도 받고 있으니, 한국 증시 상장과 관련에 대한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자금력 확보한 쿠팡, 시장 독주체제 만들까
상장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이 목표로 하는 사업 분야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 소매, 공급, 유통, 제조 및 생산업체와의 경쟁, 웹 검색 엔진, 비교 쇼핑,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및 앱 기반 구매 수단, 전자상거래 기업과 온 오프라인 식음료 판매 등 포괄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쿠팡이 추진하고 있는 로켓 배송과 쿠팡이츠, 쿠팡 플레이, 쿠팡파트너스 등 다양한 사업이 목표 실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과제다. 이러한 목표와 함께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됐다.
김 의장은 증시 상장 이후 뉴욕 현지에서 진행된 미국주재 한국 언론 특파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한국은 전 세계 10대 e-커머스 시장 중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진출하지 못한 유일한 시장”이라며, “지금은 적자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현재 쿠팡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1위 사업자인 상황에서 더욱 체제를 공고히 할 예정이라고 볼 수 있다.
쿠팡의 목표와 향후 행보가 드러난 상황인 만큼, 쿠팡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 역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프라인 거래액 1위 사업자인 이마트가 네이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해, 네이버는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이마트는 e커머스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는 등 동맹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신선식품 배송 경쟁업체인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도 “올해 안에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업 확장은 물론 쿠팡과의 배송 경쟁에도 대비할 뜻을 밝혔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올해 관련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유통업계 경쟁, 2021년 분수령 되나
쿠팡은 상장 보고서를 통해 “쿠팡없이 어떻게 살았나?”라고 궁금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쿠팡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제 쿠팡은 유통업계라는 한계를 넘어서,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플랫폼으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외신 역시 “알리바바 이후 최대어”라거나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혜성처럼 나타난 쿠팡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하고 있다. 쿠팡이 국내 시장을 넘어 제2의 아마존이 될지, 아니면 국내 유통업계만 승자 독식하는 구조로 갈지는 올해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