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성장 가속화한 OTT 서비스
[IT동아 권명관 기자] OTT(Over The Top) 시대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일컫는다. 'Top'은 TV에 연결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가 있고 없음을 떠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PC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통해 조금씩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OTT는 스마트폰 보급과 무선 네트워크 발전을 통해 빠르게 확대했다. 이제 사용자들은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시청한다.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OTT는 여러 비대면 서비스 중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기존 유료 케이블 방송과 VOD 서비스도 OTT 시장으로 급전환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방송사들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으로 콘텐츠를 공유한다.
OTT 시장 확대를 주도한 것은 넷플릭스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했다. 온라인 DVD 대여 사업자였던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 국가에서 약 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2020년 기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넷플릭스와 비슷한 OTT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로부터 촉발된 동영상 시청, 미디어의 변화는 이미 다수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OTT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넷플릭스
지난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한 'Tech in 2020' 이벤트에서 벤처투자사 ‘Andreessen Horowitz’의 베네딕트 에반스(Benedict Evans) 투자자는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규모로 새로운 기회가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TV 시장의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미국 유료TV 가입자 수는 계속해서 감소 중이다. 2019년 기준 미국 유료TV 가입자 수는 2011년 대비 20%, 2018년 대비 약 7% 감소했다. 특히, 미국 내 청소년의 유료TV 시청 시간 점유율은 계속해서 감소해 2019년 9월 기준 약 11.5% 정도를 기록, 넷플릭스(약 36%)와 유튜브(약 38%)에 한참 뒤처졌다.
팬데믹 이후 상황은 더욱 가속화했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대응으로 대대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과 함께 2020년 3월 기준, 영화 관객 수는 172만 명으로 1년 전(1,319만 명)보다 87.7% 급감해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월별 매출액을 보면 2월에는 전년 대비 67.3% 줄어든 620억 원, 3월에는 전년보다 88.2% 줄어든 14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넷플릭스의 경우 작년 1분기 신규 가입자는 1,577만 명을 유치, 월가 예상치인 820만 명의 약 2배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으며, 디즈니플러스(Disney+) 역시 2배 증가하는 등 글로벌 OTT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즉,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져온 파급 효과로 시청자들이 새로운 콘텐츠 수요처로 OTT를 선택한 셈이다.
특히, 2020년 한해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OTT 서비스의 성장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OTT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수혜주가 되었고 주가는 연일 상승, 2020년 1분기 전통적인 콘텐츠 강자인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으며, 6월에 시가총액 2,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은 기존 방송사업자와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국내 OTT 서비스 중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 2010년 미국,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1년 남미 43개국, 2012년 북유럽,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일본, 2016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으로 서비스 넓혔다. 2018년 기준 미국, 유럽 온라인 동영상 시장점유율 1위, 2019년 기준 전세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30%를 점유한다. 이 같은 OTT 서비스의 확장은 코드커팅(Cord-Cutting, 기존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코드를 끊어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현상을 주도하는 중이다.
양질의 퀄리티로 높인 콘텐츠 경쟁력
OTT 서비스의 경쟁력은 콘텐츠의 질과 서비스 가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외에도 서비스 이용 편의성, 화질, 추천 기능 등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넷플릭스가 인기를 끈 이유는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 보다 1/8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유료방송 서비스 가격이 매우 저렴해 미국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아날로그 케이블TV 가격은 월 2,000원∼4,000원, 디지털방송 서비스 가격은 8,000원 내외다. 국내 유료 OTT 서비스 가격은 월 7,000원 내외로, 넷플릭스 월 이용료 가격이 약 1만 원이라 오히려 약간 높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 한정해 OTT 서비스의 성장은 단순히 가격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국내 OTT 서비스의 성장요인은 방대한 양의 콘텐츠와 기존 TV, 케이블TV, 디지털TV와 차별화된 양질의 퀄리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 진출한 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에 약 7,700억 원을 집행했다. 드라마 ‘킹덤’에 120억 원, ‘미스터 션샤인’에 280억 원을 투자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스위트홈’ 등 국내 시장에 대한 콘텐츠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국내 주요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차 등의 콘텐츠 특징을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 인기콘텐츠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킹덤’, ‘종이의 집’, ‘하우스오브카드’ 등 오리지널 콘텐츠 등이다. 티빙은 tvN, JTBC, Mnet 등 국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주요 콘텐츠이며,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제공해 차별점을 뒀다. 왓챠는 국내 영화가 많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HBO의 프로그램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등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국내 OTT 서비스 가입자수 역시 팬데믹 전후 크게 요동쳤다. 2019년 9월에서 2020년 5월로 넘어오면서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약 2배 증가하며, 국내점유율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티빙은 324만 명에서 394만 명, 왓챠는 84만 명에서 90만 명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촉발한 비대면 문화의 확장과 지속은 OTT 시장을 더욱 성장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OTT 유료 이용자 중 70% 이상이 30대 미만 젊은 세대로, 장기적인 주소비층으로 활동할 것이란 점도 지속적인 성장을 짐작케하는 결과다. 팬데믹 이후 ‘사냥의시간’, ‘승리호’ 등 극장 개봉을 예정하고 있던 영화가 바로 OTT 서비스로 콘텐츠를 런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다양한 기기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로 가속화하고 있는 변화를 주목할 때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