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1세대 인텔 코어 i7-1165G7으로 보는 2021년 형 노트북의 기준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장 조사기업 카날리스(Canalys)가 발표한 2020년 PC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분기의 PC 출하량은 총 1억 4,300만 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35%의 성장을 이뤘다. 2020년 전체 PC 출하량은 4억 5,800만 대로 이 역시 전년 대비 17%라는 역대급 성장세로 기록될 예정이다. 다만, 2020년 출하량이 워낙 기록적인 탓에 2021년의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며, PC 시장의 수요 변화로 인해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의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2019년 전 세계 데스크톱 판매량은 7,900만 대였으나, 2020년 6,080만 대 판매에 그치면서 연간 성장률이 -23.1% 기록했다. 반면 노트북은 2019년에 1억 8,8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린 이후 2020년 2억 4,100만 대 판매로 27.9%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태블릿 역시 2019년 1억 2,300만 대에서 2020년 1억 5,600만 대를 판매하며 26.5%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체 시장의 규모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점유율도 살펴보자. 시장조사기업 머큐리리서치가 조사한 2020년 4분기 인텔 데스크톱 및 모바일 CPU 점유율에 따르면, 인텔 데스크톱 CPU 점유율은 직전 분기 79.9%에서 4분기 기준 80.7%로 소폭 상승했고, 모바일 프로세서는 직전 분기 79.8%에서 4분기 기준 81.0%로 1.2% 상승했다. 2020년 4분기에만 1억 4,300만 대가 팔렸는데, 이중 약 80%가 인텔의 점유율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졌음에도 인텔 점유율이 약진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인텔이 그만큼 소비자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지난해 9월, 새로운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 그리고 노트북 인증 제도인 인텔 이보(EVO) 등을 선보인 이유도 점유율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10나노 공정 기반 인텔 코어 i7-1165G7, 노트북의 기준을 바꾸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10nm 슈퍼핀 공정 기반의 윌로우 코브 아키텍처가 적용되며, 통합된 PCIe 4세대 전송 속도와 새로운 메모리 컨트롤러, 고성능 전송 규격인 선더볼트 4와 내장형 Xe 그래픽 등 10세대 이전의 14나노 기반 인텔 코어 프로세서보다 성능과 기능 모두 향상됐다. 여기서 nm 단위는 나노미터를 뜻하며, 반도체에서는 회로의 밀집도(집적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밀집도가 향상되면 동일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제품 원가는 낮아지면서, 성능과 전력 효율은 향상된다. 단순히 말해, 나노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아진다는 의미다.
이 효율의 차이가 노트북을 더 얇고 가볍게, 그러면서도 성능은 향상된다. 최근 슬림형 노트북이 2~3년 전 출시된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내는 이유도 공정의 미세화 덕분이다. 2020년 4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HP 스펙터 x360이 탑재한 인텔 코어 i7-1165G7이 10나노 공정의 혜택을 제대로 받은 노트북이다. HP 스펙터 x360은 HP의 13.3인치 2-in-1 노트북 라인업으로, 작은 크기에 휴대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발열을 해결하기 위한 방열 구조도 그만큼 작지만, 소모 전력 대비 효율성을 끌어올려 최신 사무 환경에서도 성능이 충분하다.
아울러 HP 스펙터 x360은 인텔 이보(EVO) 인증도 적용돼있다. 인텔 이보 인증이란, 인텔 11세대 코어 i5 및 i7이 탑재된 노트북에 부여되는 인텔의 노트북 성능 기준으로, 절전 모드에서 1초 이내 시스템 재가동, FHD 해상도 기준 실제 9시간 이상 사용과 30분 충전으로 최소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와이파이 6나 USB-C 규격의 선더볼트 4 지원, 최소 8GB 메모리와 256GB 이상 저장 공간 등의 기준도 있다. 본격적으로 인텔 i7-1165G7의 성능을 알아보자
인텔 코어 i7-1165G7은 4개의 코어와 8개의 스레드가 구성된 쿼드 코어 프로세서로, 최대 4.7GHz의 속도로 동작한다. 다만, 1월 초 CES2021에서 공개된 11세대 H 프로세서와는 같은 4코어 8스레드 구성이라더라도 성능이 낮은데, 이는 i7-1165G7이 최대 28W의 발열 제한이 있는 저전력 프로세서라서다. CPU는 반도체이므로 동작 시 열을 내므로, 노트북의 쿨링팬과 히트파이프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을 둔다.
따라서 저전력 프로세서는 발열 한계를 낮추는 대신 발열 해소에 필요한 장치를 줄일 수 있어서 얇고 가벼운 노트북에 탑재되고, 고성능 프로세서는 발열 한계를 높여 성능을 확보하는 대신 크고 무거운 노트북이 된다. 그렇지만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저전력이더라도 효율이 높아서 예전처럼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특정 작업을 수행해 컴퓨터 프로세서의 성능을 수치로 나타내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텔 코어 i7-1165G7의 성능을 확인해봤다. 특정 화상을 렌더링한 속도를 통해 점수를 매기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Cinebench R23)을 활용한 결과에서는 단일 코어 1,446점에 다중 코어 합산 5,171점의 점수를 획득했다. 동일 테스트에서 2017년 출시된 7세대 인텔 코어 i7-7700K의 점수가 6,302점인데, 코어 i7-7700K가 TDP 91W의 고성능 게이밍용 프로세서인 점을 감안하면 저전력 노트북으로는 괄목할만한 점수다.
노트북의 앱 실행 속도나 웹 브라우징 환경, 디지털 콘텐츠 편집 등의 실사용 성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PC마크 10의 테스트도 적용해보았다. 인텔 코어 i7-1165G7의 앱 실행 및 화상회의, 웹 브라우징이 종합된 필수 점수는 10,307점, 엑셀 및 워드 작업인 생산성은 6,649점, 사진 및 3D 비디오, 영상 편집 등 디지털 콘텐츠 생산성 점수는 4,900점, 그리고 3D 마크 : 파이어 스트라이크가 조합된 게이밍 점수는 그래픽 스코어 5,772점으로 확인된다.
2019년 출시된 9세대 인텔 코어 i5-9400F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6G의 조합 점수가 필수 8,500점대, 생산성 7,500점대, 디지털 콘텐츠 생산성 점수가 7,000점대, 3D 마크 : 파이어 스트라이크 점수가 9,000점대인데, 작업 생산성과 디지털 콘텐츠 생산성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업무 역량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9세대 프로세서와 지포스 조합이 7~10kg은 나가는 데스크톱임을 감안한다면 1kg 대 노트북으로는 큰 폭으로 따라잡은 셈이다.
추가로 CPU 동작 속도와 온도도 확인해봤다. 30분간 진행된 테스트 구간에서 프로세서는 최대 94도까지 상승하였지만, 평균적으로 70도의 온도를 유지했고, 동작 속도는 최대 부하에서도 일시적으로 4.6GHz를 유지했다. 최대 부하가 지속하는 경우 동작 속도를 2.8GHz까지 낮춰 발열을 줄였는데, 성능이 조금 줄어드는 대신 온도도 비례해서 낮아지므로 쿨링팬의 소음도 크진 않았다.
CPU의 연산 처리 성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파일 압축 및 해제 테스트는 7-zip에 내장된 벤치마크를 활용해 MIPS(초당 백만 연산) 속도를 측정했다. 해당 테스트에서 인텔 코어 i7-1165G7의 압축 속도는 29,184KB/s며, 압축 해제 속도는 387,283KB/s에 전체 결과는 33,890MIPS로 확인됐다. 압축 속도는 초당 30MB 정도고, 압축 해제 속도는 387MB인데, 이 역시 9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인 i5-9400F보다는 소폭 높은 점수다.
배터리 성능 역시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대 성능비와 저전력 성능과 직결돼있다. 공정이 정밀해지는 만큼 성능이 향상되는 영향 덕분이다.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민감한 만큼, 인텔 역시 이보 인증에 배터리 관련 성능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실사용 시간 9시간과 30분 충전에 최소 4시간을 쓸 수 있는 고속 충전이 기본 조건이다. 다양한 실사용 환경을 기반으로 배터리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 PC마크 8 배터리 라이프를 활용해 배터리 성능을 시험해보았다. 테스트는 배터리 우선 설정에 밝기 50%로 진행되었는데, 배터리 20%가 남은 상태를 기준으로 6시간 24분간 동작했다. 남은 퍼센트를 합치고, 밝기 등으로 배터리 성능을 안배하면 9시간 연속 사용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양한 CPU가 난립하지만, 당분간은 인텔 CPU가 기준일 것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은 지난 20년 가까이 인텔 프로세서가 독주했다. 그런데 지난 가을, 애플이 인텔과의 결벌을 선언하고 2년 내 ARM 기반의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는가 하면, AMD 역시 지난 1월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젠3 아키텍처 기반의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좋은 시장 평가를 받으면서 철옹성 같은 인텔의 노트북 시장 점유율도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인텔은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성능과 안정성을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음을 무기로 삼는다.
전년 동기대비 35%의 시장 성장세를 보인 PC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소비자들이 가격대비 성능비도 중시하지만,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른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11세대 인텔 코어 i7-1165G7은 실사용 성능도 2~3세대 전 데스크톱과 맞먹는 결과를 보여준 데다가, 인텔 이보를 통한 배터리 등 활용도 측면도 확실히 증명하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의 손이 자연스레 가는 상황이다. 인텔의 입지가 굳건한 게 확인된 만큼, 2021년은 물론 그 이후로도 당분간은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가 시장의 기준이 되리라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