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와 가장 가까운 키보드, 좋은 거 써보세요 - 로지텍 무선 키보드 'G913 TKL'
[IT동아]
컴퓨터 키보드는 예나 지금이나, 키 배열/배치 등이 일부 다르거나 독특한 제품은 있었어도, 키보드의 그 근본적인 디자인과 구성, 방식 또는 관련 기술에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예전에는 키보드라는 게 PC 본체 사면 덤으로 딸려오는 소모형 주변기기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용도나 환경에 따라, 또는 취향과 성향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되는 개인 소장품이 됐다. 스마트폰용 이어폰을 고급 제품으로 별도 구매해 오래 사용하는 것처럼, 키보드도 고급 제품을 두고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키보드가 '고급' 키보드로 구분되는 지, 이제 살펴볼 로지텍 G 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G913'을 보면 알 수 있다. 로지텍(Logitech)은 명실공히 PC용 입력장치 업계의 글로벌 절대강자다(스위스 기업이다). 리뷰에서 다루는 로지텍 G913 키보드는 일반 키보드와 달리, 오른쪽 숫자패드 부분을 제거한 소형 키보드다. 숫자패드 0~9까지 10개 키가 없다고 해서 '텐키리스(Ten key-less)' 키보드라고도 한다. 그래서 모델명에 'TKL'이 붙는다.
이런 텐키리스 키보드는 게임 전용으로 주로 사용되는데, 숫자패드 부분이 없다보니 책상 공간을 좀더 확보하려는 경우에도 요긴하다. 참고로, USB로 따로 연결하는 (범용) 숫자패드도 있으니, 숫자 입력이 잦다면 이를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로지텍 키보드 제품 중 '프리미엄'급에 속하는 G913은 게임용 무선 키보드다. 로지텍은 게임용 고급 키보드에 고유의 'G 로고'를 넣는다. 일반 키보드보다 여러 모로 좋아서 가격도 비교적 비싸다. 20만 원이 넘는 키보드인 만큼(2021년 1월 기준), 로지텍의 40년 키보드 노하우가 모조리 담겨있다.
대충 훑어봐도 구석구석 비싼 티가 물씬 풍긴다. 전체 디자인이나 본체(하우징) 재질, 제조마감, 구성, 완성도 등에서 일반 키보드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연결 방식도 USB 케이블 연결, 무선(수신기 내장), 블루투스 연결을 모두 지원한다(단 블루투스 수신기는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화면 전환이 빠른 FPS 게임 등에는 무선 키보드/마우스가 (유선보다) 불리하리라 예상하지만, 요즘 무선 키보드/마우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더구나 G913은 로지텍의 '라이트스피드(Light Speed)' 무선 기술이 적용돼, 유선 키보드와 동일한 1ms(밀리초)급 응답속도를 발휘한다.
'배틀그라운드'나 '서든어택' 등의 FPS 게임에서 실제로 사용해봤는데, 키보드 입력 지연으로 인한 불편은 조금도 없었다(USB 수신기로 무선 연결). 프로게이머나 게임매니아 등도 이 키보드를 게임에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라이트스피드의 무선 연결 안정성을 딱히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게임용 키보드다 보니, 게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볼륨 조절을 오른쪽 다이얼로 처리하도록 했다. 원하는 음량을 재빠르게 조절할 수 있어, 게임 진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그 옆으로 음소거 버튼, 미디어 재생/멈춤/이전/다음 버튼도 큼직하게 배치했다. 왼쪽에는 연결방식 선택(무선/블루투스), 키보드 불빛 온/오프(색상 선택) 버튼 등이 있다. 가운데 LED 빛은 배터리 상태와 캡스락(CAPS Lock) 키 상태를 보여준다.
바닥면 역시 깔끔하고 단정하다. 키보드 높이는 2단계(4도, 8도)로 조정할 수 있고, USB 수신기를 분실하지 않게 끼워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본체(하우징)는 알루미늄 합금 재질이라 흠집/스크래치에 강하고, 타이핑 시 흔들리지 않게 묵직하면서도 전체 무게는 휴대/이동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유지했다(무게는 약 800g). 게이머라면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기 좋다.
G913은 기본적으로 기계식 키보드로, 키캡과 본체 사이에 로지텍 고유의 'GL 스위치'를 적용했다. 키캡 크기는 일반 키보드의 절반 정도인데,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경쾌한 키감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리뷰용 G913에는 'GL 클릭키' 스위치가 들어 있어, 타이핑 시 '찰칵찰칵' 거리는 소음이 '경쾌하게' 난다.
로지텍 GL 스위치는 GL 클릭키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로지텍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구매 전 참고하길 권한다.
고급 스위치로 구성된 프리미엄 기계식 키보드라, 만족스러운 키감으로 리드미컬한 타이핑은 가능하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조용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민폐의 소지가 다분하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배기음이 우렁찬 것처럼, 클릭형 기계식 키보드는 경쾌한 타이핑 소음이 매력이다.) 요즘 같은 재택근무 분위기에 집에서 업무용 또는 게임용으로 사용하면 제격일 듯.
본 리뷰의 일부를 G913으로 작성했는데, 타이핑이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드는 건 '비싼 키보드'에서 오는 플라세보 효과만은 아니다. 손가락 끝에 찰칵찰칵 달라 붙는 듯한 키감과, 키 누름을 가볍게 튕겨내어 다음 키로 자연스레 넘어가게 하는 탄력은, 아무 글이라도 두서 없이 두드리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번들 이어폰이 아닌) 수십 만 원대 이어폰/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와 다름 아니다.
추가로, 로지텍 홈페이지에서 'G HUB'라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아 PC에 설치하면, G913의 불빛(조명)을 자유롭게 구성, 출력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여러 색상으로 바꾸거나(총 1,680만 가지) 발광 패턴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외에 키보드와 게임 플레이와 관련한 여러 추가 설정을 할 수 있으니 게이머라면 활용하기 좋다.
무선 키보드라 내장 배터리로 작동하며, 로지텍에 따르면 완전 충전 후 불빛 끄고 하루 8시간 사용할 때 4개월 정도 버틴다. 위쪽 모서리에 전원 스위치가 따로 있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끌 수 있고, USB 케이블로 PC에 연결하면 충전하며 유선 키보드로서 사용할 수 있다.
G913은 텐키리스 형태로 크기도 최대한 작게 만들어서, 기존 일반 키보드를 대체하면 책상 위 공간이 한결 넓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끝으로, G913의 텐키리스(TKL) 모델은 20만 원대 초반, 숫자패드가 있는 일반 모델은 20만 원대 후반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싼 이유가 분명한 고급 키보드이며, PC는 바뀌더라도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