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사례와 시사점 2부
연재 개요 및 목차
최근 몇년 사이, 기존 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어나는 시장 변화와 온라인화 요구에 따라,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전략은, 막상 실행하려면 굉장히 막연합니다. 기존 기업 경영진들이 스타트업을 경험하지 못했고, 사내에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략 수립 조차 어려운 마당에 실행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에 (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활용하고, 투자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합니다. 또한, 실행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5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1.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기업 성장 전략, 스타트업에 물어보자.
2.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사례와 시사점
3.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1) 세부 실행 전략별 특징과 현실적 기대
4.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2) 스타트업 발굴과 협업 방법
5.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3) 전담 인력의 내재화 필요성과 고려 사항
1부에서 이어지는 2부 기사입니다.
(4) 여러 스타트업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
소수의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성장을 양육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당연히 투자 금액도 크고, 보통 이를 전담하는 부서도 있습니다. 지난 4~5년 사이 가장 흔한 모습은 기존 기업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스타트업을 모집한 뒤, 사업할 기회를 제공해, 이들 중 일부에게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입니다.
공식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서 시도한 것은 지난 2015년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시초이지만, 이런 형태의 투자를 가장 대규모로 한 사례는 GS홈쇼핑입니다. 2011년 이후 10년간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누적 투자한 금액만 3,000억 원 이상이니까요. GS홈쇼핑은 직접 투자와 펀드 등을 통한 간접 투자를 섞어 진행했습니다.
유통사뿐만 아니라 금융사나 식품사, 기술 제조사, 게임사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이 엑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며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기업이 투자용 펀드를 조성하고, 내외부 자금을 엮어서 투자에 좀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다면 이는 ‘Corporate Venture Capital(CVC)’라고 합니다. 외부 자본을 펀드 조성에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VC와 유사합니다만, 일반 기업체가 주도하고,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납니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제약 사항이 많고, 자칫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편법적 일감 몰아주기 방안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비판으로 인해 기대만큼 활성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액셀러레이터 형태이건 CVC 형태이건 상당한 규모의 회사가 아닌 이상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투자 방식입니다.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다수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양육하고,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죠.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 전략이고, 금액의 크기나 업무의 복잡성 때문에 내부에 이를 전담할 전문 조직과 인력을 조성해야 합니다. 즉, 대기업이 많이 채택하는 전략입니다만, 코맥스 벤처러스 같은 기업처럼 탄탄한 기술과 자금력을 가진 중견기업체도 하나둘 스타트업 전문 발굴 및 투자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시) 농심의 경우 공식적인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지 않았습니다만, ‘테크업 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액셀러레이터와 협업해 식품 분야 스타트업을 모으고, 이들에게 성장 기회와 농심 지분 투자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투자 규모를 줄이고, 스타트업 발굴과 양육을 직접 한다는 부담을 낮추는 대신 외부 업체 도움으로 일정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입니다.
스마일게이트는 게임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잠재적인 투자 대상을 선발하기 위해 ‘오렌지 팜’ 이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가 보유 중인 공간을 스타트업에게 제공하고, 그들에게 기술이나 사업적 도움을 제공한 뒤 적합한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하는 형태입니다. 대형 게임사로서 보유하고 있는 퍼블리싱 능력이나 QA, 고객 대응력, 기술역량 등의 활용율을 높이면서 잠재적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는 새 콘텐츠를 찾는 방법인거죠. 이와 아주 유사한 형태의 스타트업 지원 및 발굴 사업들을 IT 분야 대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종의 사회 공헌 사업입니다만,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삼성넥스트라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3년 출범한 글로벌이노베이션 센터가 모태이며, 별도 펀드를 조성해 미국, 이스라엘, 유럽 등에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비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조금 늦은 편인데, 최근 ‘씨랩 아웃사이드’라는 프로그램을 출범, 15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지원하면서 투자 후보군을 찾고 있습니다.
자금과 자원이 풍부한 초대형 기업은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중견기업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중견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외부 스타트업에서 찾고자 하죠. 그래서 최근 이런 중견기업을 모아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작년 하반기 시작한 ‘신한스퀘어브릿지 서울, 오픈이노베이션’과 같은 프로그램은 신한금융지주 외에 한라그룹, KT CS, 코맥스 벤처러스, 굿네이버스 등 5개 회사가 참여해 프리-시리즈A 전후 스타트업 27개를 모았고, 3개월 동안 사업 모델 강화 기회와 참여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 타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기존 기업으로부터 투자 받을 기회를 받은 스타트업, 평소 스타트업을 독자적으로 만나기 어려웠던 기업 양측의 만족도 모두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에도 이러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5) M&A
2010년대 이전, 국내 기업은 M&A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하만카돈을 인수하거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메모리 사업을 인수하긴 했지만, 양측 모두 대기업이었죠. 당장 하이닉스도 SK가 인수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대형 M&A는 리스크가 크지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나 사업 기회 확보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그것도 초중기 스타트업을 매입하는 것은 논란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을 때 인스타그램 직원은 20명에 불과했지만, 1조 원의 대가를 지불했죠. 구글은 만들어진지 1년밖에 되지 않았던 유튜브를 무려 1조 7,000억 원을 주고 매입했습니다. 당시 국내 대기업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죠. 어떤 계산으로 초기 기업에 1조 원 이상의 값어치를 인정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보다도 저런 스타트업을 사들이는게 사업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명확하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지금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진정 경영진의 인사이트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인수는 실패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유튜브로 초대박을 쳤고, 매년 수십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스타트업 이해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진 구글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같은 경우 크게 얻은 것 없이 소프트뱅크에 매각해버렸죠. 구글의 기존 사업이나 기업 문화와 시너지를 내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국내 기업은 2015년 이전 주로 해외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매년 10여 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고 알려진 삼성전자도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은 2017년 AI 챗봇 업체 ‘플런티’를 인수한 것이 첫번째라고 하니까요. 주로 해외 연구개발센터 또는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소규모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했던 현대자동차는 2018년 이후에나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공언했고, 그 결과물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인수인 것 같습니다.
이들 외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그 자체가 스타트업이었던 IT 대기업과 게임업체 등은 활발하게 스타트업 M&A를 진행하며,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M&A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투자자로서 스타트업에 대한 재무적 지원과 함께 사업적인 성장 기반까지 만들어낸 후 M&A해 진정한 윈-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시) 카카오 계열사 중 2021년 가장 기대되는 상장 기대주는 카카오페이지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2013년 21억 원이었던 매출을 2019년 2,571억 원까지 성장시켰죠. 불과 6년 사이에 100배 성장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 내부에서 만든 기업은 아닙니다. 2010년 설립한 포도트리라는 스타트업이었죠. 김범수 의장이 투자,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훌륭한 J 커브를 그렸고, 2015년 카카오가 인수 합병했습니다.
포도트리 경영진은 투자금을 훌륭하게 활용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든 셈이고, 카카오는 자사가 가진 기술력과 자금, 인력, IP, 고객접근력 등을 포도트리에서 활용할 수 있게 열어 윈-윈한 사례입니다. 스타트업 발굴 – 전략적 지분 투자 – 협업 프로젝트 진행 – 기업과 스타트업간 시너지를 통한 투자 자금 추가 확보 – M&A 까지… 아주 깔끔하게 보여주는 성공사례입니다.
다만, IT 분야나 커머스 분야를 제외하면 스타트업 인수합병은 그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해당 기업 내부에서 살펴봐도 쉽지 않습니다. 인수한 스타트업이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남겨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삼성의 플런티 인수처럼 조직을 해체하고 기존 사업부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기에 분리해서 성과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처럼 독립적으로 두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그냥 기존 사업부에 합치는 것이 좋은지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기술 특허 또는 몇몇 인력의 내재화만이 목표가 아니라면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독립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인수합병의 목표에 좀 더 적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시사점
(1) 상황별로 유연하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협약부터 인수합병까지 스타트업 협업/투자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기업과 스타트업의 입장, 시장의 변화, 기술적 특성, 인력의 역량 및 태도, 기업의 준비 정도 등 수많은 고려 요소에 따라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스타트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혁신적 접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분투자 이상의 commitment가 기업 경영진에게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10~20% 정도 지분은 보유한 주주여야 열심히 협업할 동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변화무쌍한 스타트업 성장을 외부에서 계약과 같은 형태로만 지켜보기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자원이 많은 대기업이 아니라도 소규모 지분 투자 또는 각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스타트업과 접점을 넓히고, 이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타진해야 합니다.
특정 투자 방식을 염두에 둘 이유도 없고, 반드시 혼자서 스타트업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다는 뜻입니다.
(2) 지속, 반복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글같은 스타트업 전략적 투자에서 최고의 전문 역량을 가진 회사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투자입니다. 재무적 투자로 손꼽히는 비전 펀드도 위워크 사태처럼 종종 실패합니다. 스타트업 자체가 성공 확률이 매우 낮고, 협업하는 대기업의 역량과 조직문화, 케미 등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몇 차례 실패하더라도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업 내부 R&D도, 신사업 추진도, 해외 진출 시도도 한두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협업/투자도 반복적으로 시도해야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3)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카카오페이지 같은 성공 사례는 투자하는 기업 경영진이 스타트업을 잘 이해해야 하고, 스타트업 성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펀드매니저에게 주식 투자금을 맡기듯, 돈만 투입하는 투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자가 기업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비율은 3~4%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엔 80% 후반이라고 하죠. 국내도 2010년대 후반부터 매우 활발해졌다지만, 아직 기존 기업 경영자들이 스타트업을 낯설어한다는 뜻일 겁니다. 일단 스타트업을 통해 성장 기회를 찾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경영진이 직접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투자한 스타트업이 추가 투자를 받거나, 사업 기회를 찾아서 J 커브를 그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야죠.
다만, 경영진이 모든 스타트업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스타트업 운영 관리 측면에서 디테일을 챙길 수도 없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 경영진을 도와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충원해야 합니다. 일단 외부 액셀러레이터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습하고 - 일부는 외부 인력을 데려와야 하겠습니다만 - 결국은 내부 인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다음 글에서부터는 스타트업 투자 방식 및 단계별로 부딪히게 될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이복연
(현) Corporate Venturing 및 전략적 투자 교육 전문 회사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현) 신한금융지주 신한스퀘어브릿지 ‘신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메인 코치
한국IBM, 삼성SDI,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에서 신사업 전략 수립 및 사업성 분석, 신시장 개척 및 해외 얼라이언스 파트너 발굴, 조직 혁신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2016년 이후 판교스타트업캠퍼스,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양육 프로그램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700여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났고, CJ ENM, 농심 등 여러 대기업의 사내벤처 및 스타트업 관련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