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로 들여다보는 TV의 미래, 2021년 이후 텔레비전 시장의 방향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새해 벽두에 전 세계 가전 및 전자제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CES 2021(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이 지난주 공식 일정을 종료했다. CES가 가전 및 전자 산업의 디지털 풍향계 역할을 하는 이유는 가전 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큰 규모로 진행되고, 1월 초에 진행된다는 시공간적 영향이 크다. CES부터 시작해 인류사를 바꾼 전자제품이 많은 점도 CES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20세기를 풍미했던 1970년 카세트 테이프(VCR), 1981년 캠코더, 1991년 CD, 1998년 HDTV가 CES를 통해 공개됐고, 21세기에 들어서는 PDP TV와 블루레이, OLED TV, 태블릿 PC, 울트라북, 플렉서블 OLED, 커브드 UHD, 4K UHD TV가 CES를 통해 공개됐다.
CES는 일반 대중을 위한 모든 가전이 공개되지만, 텔레비전과 대중 매체와 관련된 가전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매체와 관련된 가전이야말로 소비자가 가장 체감하기 쉽고,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CES만 살펴봐도 그 해의 텔레비전 산업은 물론 몇 년 뒤의 텔레비전 산업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2012년 LG 55인치 3D OLED가 최고의 제품 상을 수상한 지 3~4년이 지난 시점부터 OLED 텔레비전이 대중화된 사례라던가, 2008년 소니가 4K TV를 공개한 이후를 시작으로 4K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CES2021 역시 TV 산업을 뒤흔들만한 제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해당 제품들에 대한 소개와 향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간추려본다.
OLED, TV 정점 찍고 더 넓은 영역으로
OLED TV는 CES 2008에서 처음 등장했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유기 발광 다이오드)란, LCD 기술처럼 빛을 내는 광원(백라이트)이 없이 각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액정이 없어서 LED TV에 비해 얇게 제조할 수 있고 소비전력은 훨씬 적다. 특히 검은색을 표현하는데 각 소자가 광원을 꺼버리는 방식으로 동작해 검은색을 완전한 검은색으로 표현하며, 응답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 잔상이 거의 없고, 시야각도 LCD보다 훨씬 넓다. 첫 제품은 소니가 공개한 27인치 OLED TV였지만, 2012년 LG전자가 55인치 3D OLED TV로 대형화의 길을 열면서 지금처럼 대중화되기에 이른다
올해 LG전자는 소자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차세대 공정의 OLED 기술이 적용된 LG OLED 에보(LG OLED evo G1)를 공개하며 OLED 시장을 이끌고 있다. LG OLED 에보는 보다 정교한 파장의 빛을 내 기존 OLED보다 훨씬 선명하고 밝은 화면을 보여준다. LG OLED 에보에 탑재된 4세대 α9 8K AI 프로세서는 1백만 개 이상의 영상 데이터와 1,700만 개 이상의 음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딥러닝 기술로 고해상도 업스케일링이나 장면 분석 최적화 기술인 다이내믹 톤 맵핑, 인공지능 사운드 프로를 통한 사운드 강화 등이 적용된다.
사용자 환경에 따른 제품 규격도 세분화하고 있다. 올해 LG전자가 출시할 OLED TV 중 7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이 지난해 4개에서 올해 초 7개로 확대되며, 83형 OLED TV도 추가된다. LG전자의 OLED 제품군은 글로벌 시험 인증 기관인 인터텍(Intertek)으로부터 원작과 TV 화면 간의 색의 명도, 채도, 색도 등을 평가하는 색 충실도 100%를 충족하는데, 대형 화면에 높은 품질을 추구하는 구매자들의 수요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해 공개한 48인치 OLED를 통해 소형 OLED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것에 대한 변화도 관측된다. LG전자는 올해 42인치 OLED 패널 양산을 통해 42인치 TV 출시를 예고하는 한편, 31.5인치 4K OLED 모니터를 공개해 전문가용 OLED 모니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미 노트북 계열에서는 지난해부터 LCD 대신 OLED 패널을 장착한 프리미엄 제품군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 CES2020까지의 추세가 OLED TV의 대형화였다면, CES2021은 소형 OLED를 통해 LCD 수요를 점진적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관측된다. 올 한해는 30~50인치 사이 OLED 제품이 TV 시장을 뜨겁게 달구리라 예상된다.
QNED가 쏘아올린 미니 LED 텔레비전의 시작
CES2018부터 시제품, 혹은 콘셉트만 공개되던 미니 LED, 마이크로 LED TV는 CES2021을 기점으로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다. 마이크로 LED 혹은 미니 LED는 100~500 마이크로 크기의 초소형 LED 소자를 배열해 만든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OLED와 마찬가지로 각 소자가 자발광하므로 검은색을 완전하게 표현하며, 전력 효율도 LCD보다 높다. 다만 LED 크기를 소형화하는 기술이 진행 중이어서 아직까지 100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마이크로 LED TV 110형 신제품을 더 퍼스트 룩 2021 행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CES2018에서 146인치 더 월(The Wall)을 공개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110형 마이크로 LED TV에 이어 오는 3~4월에 99형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연내에 70~80형까지 출시해 가정용 대형 텔레비전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CES2020에서 선보였던 미니 LED 제품을 QNED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LG QNED 미니 LED는 86형 8K(7,680x4,320) 해상도 기준 3만 개의 미니 LED를 탑재하며, 2,500개의 디밍 구역을 갖춰 화상의 명암 표현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LG전자는 86형 8K QNED를 시작으로 8K 및 4K QNED TV 10여 개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세계 3위 디스플레이 사업자인 중국 TCL 역시 올해 CES에서 미니 LED 3세대 제품인 ‘OD 제로 미니 LED TV’를 공개했다. OD 제로 미니 LED는 미니 LED 백라이트와 액정 표시장치(LCD) 패널 간격이 ‘0’에 수렴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는데, 그만큼 얇다는 의미다. TCL은 2019년에 미니 LED TV X10과 X8 시리즈를, 2020년에는 6시리즈 미니 LED 모델을 출시한 적이 있으나, 보급형 제품이 주류인 브랜드가 내놓은 초고가 TV라는 인식 때문에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OD 제로 미니 LED는 2021년 중 출시될 예정이다.
다가오는 OLED 시대, 아직은 먼 미니 LED 시대
CES2021을 기점으로 세계 1,2,3위 사업자 모두 마이크로 및 미니 LED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 텔레비전 시장이 미니 LED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텔레비전 시장의 표준 사양을 살펴보면, 미니 LED의 상용화는 아직 먼 얘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공개한 2017~2019년 전 세계 TV 판매량 기반 해상도 점유율에 따르면, 2017년까지도 FHD 해상도 TV의 점유율이 62.9%, 4K 점유율이 37.1%였고, 2019년에 들어서야 4K TV 점유율이 53.5%로 과반을 차지했다. 소니가 82형 4K 텔레비전을 선보인 게 CES 2008에서였으니, 4K 상용화에만 해도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이다.
OLED 역시 비슷한 절차로 나아가고 있다. 2012년 LG전자가 55인치 OLED TV 공개 이후 2013년부터 시장에 제품을 선보였고, CES2014에서 77형 울트라HD 곡면 OLED TV, CES2017에서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선보이며 OLED 시장을 개척한 결과가 지금의 텔레비전 시장이다. 2021년 1월을 기준으로 55형 OLED TV를 130만 원대로 구매할 수 있으니, OLED 대중화도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막 80~100인치 대형 TV가 공개되기 시작한 미니 LED 제품군에 OLED의 사례를 대입한다면, 지금으로부터 빨라도 4~5년은 바라보아야 한다.
확실한 점은 미니 LED가 현재의 LCD 기술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니 LED는 OLED와 동일한 높은 명암비와 저전력을 실현하면서도, 수명은 월등히 길다. 특히 사이즈와 비율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고, 부분적으로 교체할 수도 있어 디스플레이의 응용 분야를 한차원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단순히 텔레비전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웨어러블이나 의료 등 산업 전반에 응용할 수 있기에 발전할 수 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1~2년 후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시대에서 CES는 매년 5년 뒤, 10년 뒤의 미래를 미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CES2021에서 화두로 떠오른 미니 LED도 10년 후 미래에서 되돌아보면, 과거에서 미래를 예측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