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RTX 30 시리즈 모바일 GPU 공개··· 게이밍 노트북의 새 장 연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1년이 시작된지 채 보름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게이밍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AMD CEO인 리사 수(Lisa Su) 박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와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인 HX 프로세서를 공개했고, 덧붙여 RDNA 2 기반의 모바일 그래픽 카드 출시도 예고했다. 인텔 역시 CES2021에서 게이밍 및 비즈니스를 위한 고성능 프로세서, 11세대 인텔 코어 H시리즈 프로세서와 데스크톱용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로켓레이크-S, 그리고 차세대 프로세서 엘더 레이크의 등장까지 예고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두 기업이 게임을 주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이, 엔비디아가 양쪽 모두에 날개를 달아준다. 바로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의 노트북용 RTX 30 시리즈인 RTX 3060, 3070, 3080 그리고 데스크톱용 RTX 3060 그래픽 카드를 한 번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군은 정체돼있는 게이밍 노트북 시장과 메인스트림 급 데스크톱용 그래픽 카드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제품이다.
엔비디아, CES 참가 대신 자체 행사로 RTX 30 공개
엔비디아는 지난 1월 12일 새벽 2시(한국 시각)에 홈페이지를 통해 지포스 RTX: 게임 온(GEFORCE RTX: GAME ON) 행사를 진행했다. 제품 공개에 앞서 엔비디아 지포스 부문 부사장 제프 피셔(Jeff Fisher)는 “2년 전 엔비디아는 그래픽에 레이 트레이싱(실시간 광선 추적)과 인공지능 기반의 딥 러닝 수퍼 샘플링(DLSS)이 조합된 RTX를 선보였다”라며, “그리고 지난 가을,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세대 간 가장 큰 성능 향상을 이룬 암페어(Ampere) 아키텍처 기반의 2세대 RTX 그래픽 카드, RTX 3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암페어 아키텍처는 인공지능 렌더링으로 화상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딥 러닝 수퍼 샘플링(DLSS)의 성능이 전작 대비 두 배 가까이 향상됐고,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용 RT 코어를 갖추고 있다. RTX 30 시리즈의 성능 향상폭은 기대 이상으로, 중급형(메인스트림) 제품군 RTX 3060Ti가 RTX 20 시리즈의 상위 제품군인 2080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낼 정도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노트북용 RTX 30 시리즈로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GTX 10 시리즈 이전까지 엔비디아는 데스크톱용 GPU와 노트북용 GPU를 따로 개발해 출시해왔다. 따라서 같은 공정 기반이더라도 성능 편차가 심해 게이밍 노트북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었다. 하지만 GTX 10 시리즈 이후부터는 노트북에도 데스크톱과 동일한 GPU가 탑재되며, 발열 제어를 위한 성능 저하 정도만 반영해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내기 시작했다. 2세대 RTX 그래픽 카드인 RTX 30 시리즈의 성능이 워낙 높은 만큼, 같은 GPU를 탑재하는 노트북 역시 높은 성능을 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새롭게 공개되는 암페어 기반 노트북 그래픽 카드는 RTX 3060, 3070, 그리고 최상급인 3080이다. 노트북용 RTX 3060은 플레이스테이션 5보다 1.3배 빠르며, 대다수 최신 게임에서 최고 옵션 FHD 설정에서 90프레임 성능을 낸다. 상위 제품인 노트북용 RTX 3070은 전 세대 상위 모델인 RTX 2070보다 1.5배나 빠르며, 1440p 해상도 최고 옵션에서 90프레임을 유지한다. 새로운 최상급 모델로 자리매김한 RTX 3080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는 16GB GDDR6 메모리를 탑재하며, 1440p 해상도에서 100프레임 이상의 성능을 낸다.
아울러 게이밍 노트북에는 3세대 맥스큐(MAX-Q) 기술을 적용해 두께는 얇지만, 성능과 효율은 이전 세대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 적용된다. 엔비디아가 4년 전 선보인 맥스큐는 CPU와 GPU, 소프트웨어, 기판 설계와 전력 공급 등 모든 측면을 얇은 두께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내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3세대 맥스큐 기술은 인공지능을 통해 CPU와 GPU에서 전력이 필요한 곳을 자율 판단해 전력을 전환하는 다이내믹 부스트 2.0, 그리고 새로운 수준의 음향 제어 기술인 휘스퍼 모드 2.0이 도입된다. 아울러 피시아이 익스프레스(PCI-Express)의 고급 기능을 활용해 게이밍 성능을 끌어올리는 리사이저블 바(Resizable BAR)도 함께 공개됐다. 리사이저블 바 기술은 게임에서 GPU 메모리 전체에 동시 접근하는 기술로, 메모리 소요가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나 업데이트가 잦은 게임에 효과적이다.
전 세계 제조업체는 RTX 3070, 3080이 탑재된 노트북을 오는 1월 26일부터 출하할 예정이며, 가격은 RTX 3070 모델이 최저 1,299달러, RTX3080 모델이 최저 1,999달러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RTX3060 기반 노트북은 2월 2일부터 출시되며 가격은 RTX 3060이 999달러부터 시작한다.
RTX 20 시리즈는 건너뛸 만 했다, RTX 30 시리즈는 다르다
CES2019 당시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2060을 탑재해 최초로 레이트레이싱과 DLSS를 지원하는 게이밍 노트북을 선보였다. 하지만 RTX 20 시리즈 자체가 10 시리즈와 대단한 성능 차이를 보이지 못했고, 함께 공개된 레이트레이싱 기능은 데스크톱보다 한 계단씩 성능이 낮은 게이밍 노트북으로 기대하기엔 무리였다. 가격도 200~500만 원대로 책정돼 소비자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전 세대 최상급인 GTX1080 그래픽 카드 보유자가 승리자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의 RTX 30 시리즈는 이전 세대 대비 큰 성능 격차를 이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같은 공정 기반의 칩셋이 적용된 게이밍 노트북 역시 RTX 20 시리즈 출시 당시보다 훨씬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사이 많은 게임들이 RTX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지원하게 된 것도 있고, 성능 제약이 걸린 노트북으로도 원활하게 레이트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기가 강해진 게 RTX 30 시리즈 모바일 그래픽카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가 예측한 2020년 게이밍 노트북 시장 규모는 109억 6천만 달러(한화 약 12조 원)으로 추정되며, 2026년 말에는 178억 2천만 달러(한화 약 19조 6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노트북 수요의 증가와 게이밍 노트북과 데스크톱간의 성능 간격 축소, 그리고 게이밍 노트북을 활용한 업무 수요가 증가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RTX 30 시리즈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한 덕분에 올해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순항하리라 본다. AMD 역시 이에 대항하기 위한 RDNA 2 기반 모바일 GPU를 내놓을 예정인 만큼, GTX 10 시리즈 이후 4년 만에 게이밍 노트북에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