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퍼니펍 노한나 대표 “유니크한 해외 마켓, 셀러문에서 대화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어느새 해외 여행의 즐거움을 잊었다. 작년 한해 코로나19를 맞닥뜨린 전세계 비행기는 나라를 오가는 비행을 멈췄다. 여행 산업계는 탈출구 없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21년 1월 1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5개 공항 여객 수(국내선은 출발, 국제선은 출발·도착 합산)는 전년 대비 68.1% 감소한 3,940만 3,960명으로 집계됐다. 국제선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년대비 84.2% 감소한 1,431만 5,695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1998년 이래 최저 수치다. 그나마 코로나19 영향을 덜받은 국내선도 24% 줄어든 2,535만 5,684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수요 회복은 난망하다. 지난 2020년 통계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이었던 1월~2월 실적을 포함한 수치다. 3월 이후 여객 감소율은 국내선 25.3%, 국제선 96.8%에 달한다. 코로나19는 하늘 길을 멈춰세웠다.
상상 못할 여행 상품도 등장했다. 집이나 이동할 때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외 및 국내 여행지로 떠나는 ‘랜선여행’, 목적지 없이 비행기를 타고 상공을 도는 ‘무착륙 및 무목적 비행여행’ 상품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다.
사실 여행은 이미 ‘일상’으로 다가온지 오래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지만, 과거 여행을 즐겼던 향수는 진득하게 남아있다. 해외 현지에서 맛봤던 그 나라만의 유니크한 음식과 미로 같은 골목 속에 숨어있는 매장에서 찾은 액세서리, 공항 면세점에서 남은 동전으로 구매한 현지 랜드마크 모양의 마그넷 등을 다시 찾을 수는 없을까.
미국 마트이자 유럽 식당인 셀러문
지난 2016년 4월 설립한 퍼니펍은(FunnyPub Inc)은 해외쇼핑정보 공유 앱 서비스 ‘셀러문’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셀러문은 해외에 살고 있거나 해외 여행을 떠나는 ‘판매자(셀러)’와 해외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유럽 이탈리아 로마 식당의 특정 파스타 소스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오프라인 해외 직구 쇼핑몰에도 없는 상품이라면?
파스타 소스를 구하기 위해 수백만원에 달하는 항공권을 구매하고 직접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 이럴 때 이탈리아 로마에 살고 있는 현지인 또는 마침 로마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해당 식당을 방문해 소스를 구매해 전달해 준다면?
셀러문 노한나 대표는 “셀러문을 소개할 때 ‘유니크한 해외 직구 마켓’이라고 설명합니다. 해외 특정 지역의 유니크한 상품을 원하는 구매자와 현지에서 살고 있거나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를 연결해 해결하죠”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렵지만, 해외 여행은 자연스러운 일상 속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여행했던 현지 상품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의 경험, 추억을 찾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죠. 그래서 셀러문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해외 직구. 해외의 상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상품은 특정 몇몇 상품군에 치우쳐 있다. TV나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나 명품 브랜드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해외 현지에서 소소하게 판매하는 생필품은 구하기가 까다롭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거리 축제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오르골을 구할 수 있을까?
셀러문이 추구하는 목표다. 그래서 노 대표는 “셀러문은 쇼핑을 여행하는 앱입니다. 해외 현지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일상적인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장터입니다”라며, “셀러문은 미국 메릴랜드의 마트일 수도 있고, 유럽의 유명 식당일 수도 있습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셀러와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일 수도 있구요”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의 상품 기획자를 우리는 흔히 MD(merchandiser)라고 칭한다. 셀러문 속 셀러는 각각 한 명의 MD다. 현지 상품을 기획한다. 그리고 방문하기 어려운 국내 구매자가 상품을 구매한다. 이 둘 사이에 셀러문이 있다.
노 대표는 셀러뿐만 아니라 구매자도 MD라고 말한다. 여행을 떠났던 현지에서 구했던 상품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셀러문 서비스 초기에는 (해외) 셀러들이 현지 상품을 올리면, 상품을 원하는 (국내) 구매자가 등장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후 약 4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구매자가 현지 상품을 요청하는 일이 늘었단다. “이것 좀 사주세요”라고 말이다.
노 대표는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셀러문을 찾는 일이 많아진 것 같아요. 2020년 한해 동안 해외 상품 판매량은 2019년 대비 328% 증가했습니다”라며, “싱가포르 여행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보양식 ‘송파 바쿠테’를 재현할 수 있는 티백 제품이나 유럽에서 오랜기간 사랑 받는 ‘요피 소스’, 중국의 만능소스 ‘라조장’ 등을 많이 찾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금씩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셀러문
2016년 2월 노 대표는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지원으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6’에 참가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셀러문 초기 버전을 들고 참가한 이 전시회에서 그도 놀란 호평을 받았다. “해외 현지에서 우리 부스를 많이 찾았습니다. 당시에는 스스로도 셀러문 경쟁력에 대해 반신반의했는데 말이죠. 셀러문은 ‘쇼핑계의 에어비엔비’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과분한 관심이었죠”라고 말했다.
이어서 노 대표는 “당시 국내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셀러문 MVP 버전으로 발표했고, 투자를 받았죠. 지금 생각하면, 갑작스럽게 스타트업의 길로 접어든 셈입니다”라며, “조금 더 착실하게 준비하고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그렇게 2년 정도 고생한 것 같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는 누구나 혁신적이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아이템 또는 서비스는 주변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셀러문도 그랬다. 2016년 받은 관심은 놀라웠다. 하지만, 사업은 다르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팀을 꾸리고, 성장 전략을 세우며, 타겟에 맞춰 마케팅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춰야 한다. 노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좌충우돌 부딪히며 도전했다.
노 대표는 “우리가 추구한 목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략을 수정하고, 초기 아이템을 조금 바꿔야만 했어요. 셀러와 구매자간 안전한 거래를 위한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고, 국제 배송으로 인한 상품 배송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현지에서 인기있는 상품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관심 조차 받지 못하는 상품도 있었어요.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죠”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입생로랑은 국내에서 잘 알려진 명품 브랜드 중 하나다. 입생로랑 립스틱과 쿠션 등 화장품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프랑스 현지에서는 입생로랑의 화장품 보다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다. 가방, 신발, 지갑 등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와 현지에서 찾는 입생로랑 제품은 이렇게 다르다.
노 대표는 “현지에서 인기있다고 국내에서도 인기 있으란 법은 없었죠. 섣부른 예측은 오히려 독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상품 선택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구매자는 안전한 거래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준비가 미흡했던 거죠”라며, “그래도 꾸준하게 성장 그래프는 우상향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어요. 나름의 데이터도 찾았습니다”라고 웃었다.
셀러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꿈꿉니다
4년 이제 5년째 접어드는 셀러문 서비스 시간 동안 셀러와 구매자를 연결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인연을 맺었다. 셀러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스토리가 쌓였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구할 수 있었다. 구매자가 셀러에게 보내는 감사 엽서, 셀러가 구매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하나둘 늘었다.
노 대표는 “셀러와 구매자 사이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셀러문을 이용하는 셀러들은 한국인이 많은데요. 이 분들은 현지에서 외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한국을, 고국을 그리워하는 분도 많죠”라며, “정기적인 거래는 셀러와 구매자 사이에 유대감을 발생시킵니다. 그래서 소통창구를 준비했어요. 메신저 기능과 정보를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 메뉴를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셀러문 속 셀러와 구매자 사이 유대감은 특별한 장점이다. 마치 오래된 식당을 꾸준하게 찾는 식당 주인과 단골 손님의 대화를 듣는 듯하다.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이다. 노 대표는 이를 “셀러문의 노하우, 셀러문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정기적인 거래는 곧 정보로 이어졌다. 장기 아이템과 단기 아이템을 구분할 수 있는 스킬을 쌓았다. 소위 말하는 경험치다. 노 대표는 “아직은 밝힐 수 없지만, 셀러문의 다음 단계를 위한 밑거름”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바르셀로나 MWC에서 발표하던 당시, 퍼니펍에는 노 대표 혼자만 있었다. 2021년 지금 노 대표 주변에는 4명의 팀원이 함께한다. 성장을 위한 초기 투자도 받았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스타트업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걸음마를 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성장, 스케일업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셀러문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