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투자 받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 스케일업 데모데이 현장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데모데이(Demoday). 스타트업이 투자자 또는 일반인들 앞에서 비즈니스모델(BM), 데모 제품 등을 선보이는 행사를 뜻합니다. 본래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이름으로 사용됐지만,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죠.

스타트업에게 데모데이는 소개팅에 나선 상대의 눈에 비친 첫인상과 같습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성 사이에서 불과 몇 분, 아니 불과 몇 초 사이에 첫인상이 결정되듯 스타트업은 투자자에게 스스로를 잘 어필해야 합니다. 특히 IR을 겸비하는 데모데이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만 아픕니다. 스타트업에게 자금조달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데모데이에서 혹시 모를 은인을 만날지 모른다는 긴장감. 스타트업에게 데모데이는 그런 기대와 부담을 안고 나서는 현장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5일, 서울먹거리창업센터 1관 세미나실에 델리스와 바다드림, 에이치엔노바텍이 모였습니다. 스케일업팀이 준비한 데모데이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죠. 7분 발표와 8분의 질의응답. 스케일업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고체육수 순간' 델리스 김희곤 대표

가나다순으로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IT동아
가나다순으로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델리스 김희곤 대표, 출처: IT동아

이제 3초 만에 육수를 완성한다.

델리스 김희곤 대표의 모습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간 스케일업을 통해 소개했던 내용을 하나씩 전달하는 데 집중했죠. 육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 번거로운 뒤처리에서의 해방 등. 고체육수 '순간'이 필요한 이유부터 시작했습니다.

순간의 핵심은 3초입니다. 고체육수 순간은 끓는 물에 3초 만에 풀어져 빠르게 육수를 완성해냅니다. 음식물 쓰레기도 남지 않습니다. 타정방식이 아닌 동결건조공법을 사용해 자연 재료 그대로를 담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죠. 30대 육아맘을 타깃으로 하겠다는 B2C 전략과 밀키트, HMR 업체를 공략하겠다는 B2B 전략을 전했습니다. 2019년 와디즈 펀딩, 올해 초 미국 수출, 지난 9월 해피빈 펀딩을 통해 올린 매출 공개도 이어졌습니다.

델리스의 고체육수 순간의 핵심은 이 한마디에 있다, 출처: 델리스
델리스의 고체육수 순간의 핵심은 이 한마디에 있다, 출처: 델리스

마지막으로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생산 공장 시설 안정화와 벤처 인증을 받은 지금의 델리스를 소개했습니다. 내년 홈쇼핑과 온/오프라인 판매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렸죠.

'회이팅'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두 번째로 나서 ‘회이팅’ 소개를 시작한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두 번째로 나서 ‘회이팅’ 소개를 시작한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 출처: IT동아

두 번째로 나선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는 '회이팅' 발표에 주력했습니다. 설립 후 지금까지의 이야기보다는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을 조금 더 알렸는데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통계와 외식보다 집에서 음식을 찾는다는 소식, 국내 배달음식 시장이 월 1조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회이팅의 장점 소개는 그대로였습니다. "횟감은 크면 클수록 맛있다", "수산시장 새벽 경매에 참여해 좋은 횟감을 낙찰받아 소분해서 고객에게 보낸다", "배송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등 준비한 자료와 함께 현재 상황을 전했습니다.

회이팅 서비스의 핵심 문구는 ‘대어소분’이 아닐까, 출처: 바다드림
회이팅 서비스의 핵심 문구는 ‘대어소분’이 아닐까, 출처: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의 마지막 말은 꽤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제값 내고 제대로 된 회를 먹을 수 있는 그날까지, 회이팅! 파이팅!'이라는 문구. 그때 눈치챘습니다. 바다드림의 PT 파일 가장 오른쪽 위에는 '제값제회'가 쭉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바다에서 난 패티' 에이치엔노바텍 김양희 대표

마지막은 에이치엔노바텍이 발표했습니다. 바다에서 난 대체육류 '마린미트'를 소개하며 해조류에서 추출한 헴(Heme) 분자 소개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철분과 아미노산 결합체를 통해 고기 맛을 내는 헴 분자의 독자 기술을 확보한 에이치엔노바텍의 설명과 식물성 헴이 아닌 해조류 헴에 생선 연육을 더한 마린미트 생산방식에 관심이 모였습니다.

에이치엔노바텍이 예상하는 헴 분자 1톤 생산시 얻을 수 있는 매출 규모, 출처: 에이치엔노바텍
에이치엔노바텍이 예상하는 헴 분자 1톤 생산시 얻을 수 있는 매출 규모, 출처: 에이치엔노바텍

특히, 생산설비 공장 구축을 위한 투자 유치 완료 소식과 다른 대체육류 대비 저렴한 가격, 확보한 납품 계약 등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확실히 데모데이는 발표하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나 사업모델보다 매출과 이익, 발전 가능성 관련 소식에 관심을 쏟습니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죠.

먹거리 스타트업을 위한 시식회

3개 기업의 발표가 끝난 후 먹거리 스타트업 데모데이답게 시식회가 열렸습니다. 델리스 김희곤 대표는 3분 육수 '순간'으로 간단한 국수를,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는 실제 판매하고 있는 대방어와 대광어를, 에이치엔노바텍은 L사의 불고기버거와 대체육류를 넣은 햄버거를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오픈키친을 활용해 진행한 시식회, 출처: IT동아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오픈키친을 활용해 진행한 시식회, 출처: IT동아

시식회 현장은 딱딱한 데모데이와 달랐습니다. 스타트업 대표와 심사위원, 투자자 사이의 묘한 기류는 조금씩 지워졌습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먹거리를 두고 농담 섞인 질문이 오가는, 가벼운 네트워킹 자리에 가까웠습니다. 에이치엔노바텍 김양희 대표의 햄버거 앞에서는 웃음도 터졌습니다.

"이게 대체육류 패티를 쓴 건가요?"
"치킨 너깃은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랑 거의 분간이 안 되는데요?"
"아직 에이치엔노바텍 대체육류 제품은 시장에서 못 구하는 거죠?"

대체육류를 사용한 햄버거와 L사 햄버거를 두고 진짜/가짜 맞추기에 나섰던 참가자들, 출처: IT동아
대체육류를 사용한 햄버거와 L사 햄버거를 두고 진짜/가짜 맞추기에 나섰던 참가자들, 출처: IT동아

한바탕 왁자지껄했던 대체육류 햄버거 맞추기는 의외의 결과를 남겼습니다. 실제 판매하는 햄버거와 치킨 너깃이 아니라 대체육류를 사용한 햄버거와 치킨 너깃이 완판(?) 된 거죠. 단순 패티만 놓고 비교했다면 차이를 느꼈겠지만 빵과 소스, 양상추 등을 넣은 햄버거는 대체육류와 실제 햄버거 패티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에이치엔노바텍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죠.

절정은 바다드림 김영선 대표가 꺼낸 대방어와 대광어였습니다. 각자 초장과 간장, 고추냉이를 꺼내 준비부터 시작했죠. 흔히 보는 횟감보다 두껍게 친 대방어를 맛본 심사위원들은 한 잔(?) 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코로나19로 현장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더 친밀했는데요. 서로 경계를 지우고 오가는 대화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대방어와 대광어에 시선을 뺏긴 데모데이 참가자들, 출처: IT동아
대방어와 대광어에 시선을 뺏긴 데모데이 참가자들, 출처: IT동아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스케일업팀이 예정했던 지금까지의 여정은 이날 데모데이를 마지막으로 이제 잠시 멈춥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조금이나마 계기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만, 앞으로의 결과는 각자의 시곗바늘 속에서 몇 시를 가리킬지 아직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데모데이 이후 화목했던 시식회의 현장 분위기가 델리스, 바다드림, 에이치엔노바텍의 걸음을 1g이라도 가볍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델리스의 국수와 에이치엔노바텍의 대체육류 햄버거, 바다드림의 대방어는 참 맛있었거든요.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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