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X경기도] 의식있는 패션이 대세··· 2020 환상마켓이 선보이는 친환경 의류는?
[IT동아 남시현 기자]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동물을 가공하여 만든 모피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구제 대상은 전체 혹은 부분이 모피나 동물의 털로 이루어진 의류, 신발, 핸드백, 기타 액세서리가 모두 포함되며 동물을 사용한 거의 모든 자재의 사용이 금지된다. 여기에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 휴고보스, 베르사체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모피 사용 금지에 힘을 보태면서 모피 사용 금지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페이크 퍼(Fake Fur) 혹은 에코 퍼(Eco Fur)다. 에코 퍼는 지금까지 모피 코트로 사용해온 의류의 질감을 본떠 만든 의류 재료로, 동물 윤리 측면에서 인기를 모아 향후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역설적이게도, 에코 퍼의 원재료를 생각해보면 환경이라는 뜻의 ‘에코’와는 거리가 멀다. 대다수 에코 퍼는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터 같은 석유화학 가공품이며, 한번 의류로 가공하고 나면 수백 년 간 썩지 않고 자연 상태에 남아 미세 플라스틱 유출이나 동물의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이어진다. 모피 동물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탄소발자국을 고려하면 에코 퍼가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일지는 모르나, 둘 다 지구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완전히 자유로우려면 결국 에코 퍼 자체를 친환경 재료로 만드는 수밖엔 없을 것이다.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한다
의류 업계는 꾸준히 의식 있는 의류 소비인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에 집중해오고 있다. 의류 선택 자체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소재 선정부터 제조, 소비까지 가능한 이로운 방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그만큼 친환경, 동물 윤리와 같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에코디자인·콘텐츠 및 친환경 분야 제조 기업을 꾸준히 지원해 이 시장에 대응하고 있으며, ‘지구에게 환심사기’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구에게 환심사기 프로젝트는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추진하고 있는 과제로, 에코디자인·콘텐츠 및 친환경 분야 유통 제품을 보유한 기업을 ‘환심상인’으로 선정해 기업의 시장성 강화와 유통 활로 등을 개척한다. 이미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1차 기업을 ‘2020 환상마켓’으로 선정해 온라인 판매를 추진했고, 현재는 2차 기업을 선정해 온라인 상에서 2020 환상마켓 두 번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반려동물과 패션, 주방, 생활용품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패션 역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제품들로 선보이고 있다. 패션과 관련된 친환경 제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선 콜라겐으로 옷을? 파니(PANI) 콜라겐 원마일웨어
파니(PANI) 원마일웨어 현재 패션업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차원의 의류다. 기본적으로 원마일웨어는 가공 후 남은 생선 비늘과 콜라겐 펩타이드 아미노산을 가공해 만든 UMORFIL이라는 이름의 바이오 섬유를 기반으로 하고, 면 소재와 친환경 섬유인 TENCEL 원사를 함께 사용했다. 덕분에 세탁 시 물 사용량이 적게 들고, 폐기 시에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파니 콜라겐 원마일웨어는 단순히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의류의 한 갈래로 보는 걸 넘어, 의류의 미래 트랜드를 반영한 제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순한 친환경 소재 사용을 넘어 탄소 발자국과 폐기까지 신경 쓰는 소비자라면 흥미로우리라 본다.
커피 마니아를 위한 업사이클링 가방, 파울로 앤 수니 먼데이백
흔히 커피 원두라고 하면 종이나 비닐 포장을 생각하지만, 생두 자체는 황마나 사이잘삼으로 엮는 마대 자루에 넣어서 수입해온다. 이를 공장에서 로스팅한 다음 소분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커피 로스팅 시 마대 자루가 꾸준히 쌓이게 되는데, 이를 업사이클링 해 일상용 가방으로 재탄생한 제품이다. 제품 자체는 10회 이상의 특수 세척을 거쳐 황마 가루가 거의 없이 깨끗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고, 커피 국가별 디자인이 다르니 그만큼 개성 있는 디자인을 연출한다.
아울러 파울로는 커피 자루에 원두를 담는 커피 노동자의 이름을, 수니는 40년 이상 봉제 인생을 걸어온 한국 봉제 노동자의 이름을 상징한다. 업사이클링 과정에서 경력 40년 이상의 봉제 장인 여성들에게 정당한 임금과 노동 시간,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공정한 제조 과정을 거치므로, 업사이클링부터 공정 거래까지 모두 만족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실용성과 친환경을 모두 만족, 바이리디아 에어리 골프웨어
바이리디아 에어리 골프웨어는 움직임이 많은 골퍼를 위한 의류다. 여기에 OEKO-TEX 스탠더드 100 소재를 사용해 폐기 후 취소 2년 안에 자연스럽게 생분해된다. OEKO-TEX는 섬유 원료와 중간 제품, 최종 제품과 부속 재료에 대한 공통 인증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주요 물질은 물론 법적 규제를 받지 않지만 유해한 화학 물질, 미국 소비자 제품 안전 개선법의 요구사항 등을 모두 확인하는 엄격한 친환경 인증이다. 사이즈는 여성용 55~66 프리 사이즈가 준비돼있고, 화이트, 네이비, 블랙 등 자주 쓰기 좋은 색상 위주로 출시돼있다. 평소 자주 운동을 다니면서, 친환경 소재로 된 골프웨어를 찾는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
양말목에서 찾은 참신한 디자인, 우리지구우구의 양말목 네트백
양말목은 우리가 쉽게 신고 버리는 그 양말의 목 부분을 말하는 게 맞다. 그중에서도 양말 공장에서 가공하다 남은 양말목을 모아서 손으로 엮은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지금까지는 버려졌던 폐 소재였지만, 최근 환경보호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양말목을 활용한 공예가 주목받으면서 등장한 제품이다. 공장으로서는 폐기되어야 했던 소재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구를 지킴과 동시에 나만의 개성 있는 가방을 쓸 수 있다. 양말목 소재인 만큼 가방의 디자인은 모든 제품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양말처럼 늘어나므로 수납력이 좋고, 작은 크기의 소지품이 빠지지 않도록 현수막으로 만든 안감을 덧댄다. 양말처럼 그대로 세탁해도 문제가 없는 데다가, 무게 부담도 적다는 게 장점이다.
소비자들이 먼저 친환경 의류를 찾기 시작해
지난 십 년 간 우리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길들여왔다.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랜드를 따라잡는 게 목적이었고, 유니클로나 자라, H&M 등의 패션 브랜드가 이에 발을 맞춰 빠르게 제품을 선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소비한 의류는 금방 옷장 속으로 들어가고, 이에 따른 소비자의 피로가 결국 컨셔스 패션의 등장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제 소비자들의 시선은 얼마나 빠르게 패션에 대응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재료와 어떤 과정을 담고 있는 옷을 입고 있느냐다.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취향은 곧 환경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며, 우리 세대를 넘어 후대까지 지구를 지킨 발자국으로 남는다는 걸 잊지 말자. 다양한 에코 콘텐츠 제품과 친환경·업사이클링 의류를 만나볼 수 있는 2020 환상마켓 두 번째는 현재 온라인 에코 플리마켓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12월 15일까지 진행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