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AI CEO와의 대담, '라인은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공지능을 연구'
[IT동아 남시현 기자] 올해 처음 온라인으로 개최된 라인(LINE)의 연례 기술자 콘퍼런스, 라인 데브데이2020(LINE DEVELOPER DAY)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올해로 7회차를 맞이한 라인 데브데이는 11월 25일 시작해 27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됐으며, 36명의 외부 연사와 200여 명이 넘는 연사가 라인의 핵심 기술 과제와 현황들에 대한 심도있는 세션이 준비됐다. 올해 주요 세션은 인공지능과 데이터와 보안, 서버 사이드 애플리케이션, 클라이언트, 프론트앤드, 핀테크, 디벨로퍼 프로덕트,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인프라스트럭쳐, 서버 사이드 라인 플랫폼 등이 논의되었는데, 그 중에서도‘AI/Data’는 3일 내내 세션이 준비될 만큼 비중있게 다뤄졌다.
라인 데브데이에서 다뤄진 여러 주제 중에서도 인공지능은 라인이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다. 인공지능은 추상적이고 사업화가 어려운 분야긴 하지만, 그만큼 미래 전망이 밝고 활용도와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라인 Ai콜(인공지능 전화)와 라인 eKYC(온라인 신원확인 서비스), 클로바 OCR(광학문자인식) 등 기술 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화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키노트에 이어 바로 다음 ‘라인 AI 프로덕트의 미래’ 세션을 진행한 라인 AI 컴퍼니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이사고 신이치로(Isago Shinichiro), 그리고 라인 AI 컴퍼니의 향후 3~5년 미래 방향성을 담은 ‘R&D 비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에토 미노루(Eto Minoru)를 만나 라인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중요성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인 AI 컴퍼니 CEO, 이사고 신이치로에게 인공지능을 듣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이사고 신이치로는 라인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하는 라인 AI 컴퍼니의 최고경영자다. 이사고 신이치로는 오라클 재팬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IT기업을 거쳐 현재 라인 AI 컴퍼니 CEO로 재직하고 있는데, 2019년부터 일본 내각관방에서 정부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 정보 책임자) 보좌관을 겸임하고 있다. 에토 미노루는 오사카 대학 교수이자 라인 AI 컴퍼니 및 데이터 랩스의 기술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NTT 도코모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비롯해 파나소닉에서 이미지 코딩 및 기술 개발을 맡은 바 있다. 또한 MP4 파일 포맷을 규정하고, 휴대전화의 음성 인식 기능 상용화에도 기여한 인사다.
라인 데브데이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만큼, 이들과의 인터뷰 역시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먼저 이사고 신이치로에게 기업 소개를 부탁했다. 이사고 CEO는 “라인 AI 컴퍼니는 올해로 4년 차를 맞이하고 있으며, 라인 내 인공지능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한 기초 연구부터 실용적 기능까지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AI 콜이나 OCR(광학문자인식), 얼굴인식 등을 조합한 본인인증 서비스나, 챗봇 텍스트 등이 대표 사례인데, 우리의 기술을 통해 사회를 더욱 진보시키는 게 목적이다”라면서, “현재 라인에서는 경력을 살려 라인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파트너사로 확대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에토 교수 역시 “7월부터 라인과 함께하고 있으며, 현재 외부 전문가로서 라인의 전략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R&D 비전에서도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 데브데이에서 3일 내내 세션이 준비된 것을 비춰볼 때, 그만큼 인공지능을 강조하고 있는 셈 인데 왜 그런 걸까. 이사고 CEO는 “라인에서 AI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단 라인이 축적하고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어떻게 인공지능으로 구축하며, 이를 유저 행동 추정이나 개인화 등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다음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제품화하는가다. 다른 기업들 역시 이 부분은 비슷하기 때문에 야후와 라인의 기술진을 모두 모아 인공지능 프로덕트를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날 세션에서 발표한 라인 R&D 비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R&D 비전이 사업화와 꼭 관계없더라도 개발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왜일까. 우선 라인 R&D 비전은 기술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개발하는 라인의 3~5년 미래 계획으로, 미래 유망 사업을 미리 예측해 나아간다. 현재 기술 컨셉은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을 구현한 나의 디지털화(Digital Me) ▲ 화상과 텍스트 등 기존 콘텐츠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기술인 지능의 발생(Intelligence Generative) ▲ 납득성과 공평성을 확보한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Trustworthy AI) ▲저장만 하고 분석되지 않은 다크 데이터(Dark Data)까지 네 가지다.
에토 교수는 “라인 R&D 비전이 도입된 이유는 미래에 어떤 기술이 트렌드가 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고, 윤곽이 드러날 때 투자를 시작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조치다. 그렇다 보니 라인 R&D 비전은 이미 AI 콜센터나 의료, 헬스케어 등 비즈니스를 사업화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3~5년 뒤 사업화 모델은 모두 준비됐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지금부터 준비해나가는 게 목표다. 사업화나 출시 예정인 기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라인은 라인 디벨로퍼를 통해 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챗봇이나 음성인식 합성, 인앱 브라우저, 미니앱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 음성 인식이나 합성을 API로 구현하진 못했는데, 이를 향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 한다. 아울러 OCR 인식 등 컴퓨터 비전을 포함해 얼굴인식은 물론 물체 인식 등에 대한 기술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로 API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는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할 예정이라 한다.
소문이 자자한 ‘라인의 개발자 문화’ CEO에게 듣다
라인이 이처럼 R&D 비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분명 그에 맞는 인재도 필요하기 따름이다. 특히 라인은 프로젝트 오너십(Take Ownership), 열린 자세(Be Open), 신뢰와 존중(Trust and Respect) 세 가지 모토를 개발 문화로 두어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상당하다. CEO가 말하는 라인의 개발자 문화, 그리고 그 일원들은 또 어떤 이들일까? 이사고 CEO는 “제가 CEO로 와서 가장 감명받은 점은 바로 개발자 각자가 사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엔지니어 하나하나가 시키는 일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이 부분은 연구와 사업 모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라인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개발자들이 포함된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존중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만이나 인도네시아는 물론 중국, 베트남에도 개발 오피스가 있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이면서 영어로 개발에 대한 업무가 진행된다. 여기서 상대방의 멋진 부분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즉, 각자의 멤버들이 오너십과 책임감을 가지고, 다국적끼리 모여서 상호신뢰와 존경심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물론, 아무리 우수한 엔지니어라도 오픈된 대화가 어렵다면 평가를 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개발이 이어져 오면서 라인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한 점이 많다고 한다. 이사고 CEO는 “이미 라인 내부 환경은 상당히 이상적인 개발 환경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신 글로벌 넘버원을 지향하면서도, 현재 주어진 리소스만 가지고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모델과 앱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에토 교수 역시 ”지금도 충분하지만, 앞으로 모든 임직원들의 화학 반응이 좀 더 확산되기를 바란다. 음성인식이 이미지와 결합하거나 사회과학이 예술과 결합하는 등의 임팩트를 뜻한다”며 발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에 있는 개발자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했다. 이사고 CEO는 “한국에 계신 분들은 아마 라인이 일본에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 대만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실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인공지능같은 미래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고자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 개발자들이 손을 잡고, 모든 개발자들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생각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토 교수 역시 “한국의 개발진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단히 우수한 분들이어서 항상 놀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일본을 더하면 엔지니어의 숫자도 두 배가 된다. 앞으로 두 국가가 여러 가지 데이터를 같이 다룰 기회가 많을 텐데, 서로 힘을 합쳐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발자를 토대로 인류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라인 AI 컴퍼니
박의빈 라인 최고기술 책임자는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기술의 힘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코로나19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힘을 활용하여 이용자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도 그랬지만, 라인의 개발자 문화부터 개발 기조는 단순히 사업성과나 경제성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가능성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묻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인 AI 컴퍼니의 핵심 인사들과의 만남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IT업계는 당장 6개월 앞의 결과도 내다보기 힘든 분야인데, 이들은 기술과 비즈니스를 결합해 사업성 있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음을 인정하고, 가장 현실성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대화를 나눈 에토 미노루 교수는 "미래 인공지능 발전에 있어서, 기술 발전에 상응하는 법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법률을 가지고 있어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 R&D 비전에서 발표한 바 있는 다크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필수다. 여기에 관한 실마리는 한국과 일본의 개발자가 함께 협력해 모범 사례를 추구해야할 것”이라는 말도 건냈다. 라인으로 하나된 전 세계 개발자가 사내 문화로 상호 협력하고, 기술의 진보를 이루어내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올해 라인 데브데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지만, 내년에는 또다시 오프라인 행사로 준비돼 각국의 개발자들이 한 자리 한뜻으로 모이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