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옷도 프린터로 찍는 시대, 누구라도 혁신 가능"
[IT동아 김영우 기자] 디지털화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숙명과도 같다. 이는 전반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산업 간의 융합을 촉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디지털 프린터 기술을 의류 시장에 도입하고 있는 브라더(Brother)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더는 프린터 사업 외에 재봉틀(미싱) 제조사로서 상당한 입지를 갖춘 기업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의류 표면에 각종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염료를 묻힌 뒤 고착(나염)시키거나 이미지를 담은 필름을 의류에 붙인 뒤 가열해 압착(전사)시키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는 작업속도가 느린데다 오래되면 이미지 부분이 갈라지거나 찢어지곤 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DTG(Direct to Garment) 방식의 가먼트(의류) 프린터다. 이는 의류용으로 특화된 텍스타일 잉크를 이용, 마치 문서용 프린터처럼 디지털 이미지를 불러와 의류 표면에 그대로 인쇄할 수 있다. 일반적인 흰색 티셔츠 1장 기준으로 1분 전후로 인쇄를 마친다. 그리고 직물이면 대부분 호환되므로 티셔츠 외에 신발, 모자, 가방, 쿠션 등 다양한 형태의 의류 및 소품에 적용이 가능한 점도 눈에 띈다. 직물 자체에 직접 잉크를 침투시켜 이미지를 구현하므로 의류를 세탁하거나 잡아당겨도 인쇄한 이미지가 찢어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참고로 가먼트 프린터가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프린터를 의류 인쇄에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며, 브라더 역시 2005년부터 이런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다만 초기형 가먼트 프린터는 잉크의 끈적거림, 컬러 표현의 미흡함 등을 지적 받았으며 관리도 불편했다.
편의성 향상된 가먼 프린터로 주문과 동시에 생산까지
이런 분위기가 바뀐 건 2018년에 브라더에서 신형 가먼트 프린터인 ‘브라더 GTX’를 출시한 이후 부터다. 기존 제품 대비 출력 속도 및 관리 편의성이 향상되었으며, 개선된 잉크를 이용해 고품질의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인쇄할 수 있게 되었다. 브라더는 GTX 출시 2년 정도가 지난 현재, 국내 가먼트 프린터 시장의 약 80%를 확보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의류 업계에서 프린터가 각광받게 된 건 최근 시장 전반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유행 변화 주기가 짧아져 의류 역시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자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가먼트 프린터가 주문과 거의 동시에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재고관리 면에서도 유리하다.
신제품 출시, 체험 스튜디오 오픈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선 브라더
국내 가먼트 프린터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브라더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최근 브라더는 기존 GTX의 뒤를 잇는 신형 제품인 ‘브라더 GTX 프로(Pro)’를 선보였다. 흰색 잉크가 내부에서 굳지 않도록 하는 프린터 헤드 순환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의류 트레이 상하단에 센서를 탑재해 더욱 정확한 인쇄가 가능해졌다. 그 외에 보다 폭넓은 온도 및 습도에서 정상 구동을 보장하는 등, 전작대비 관리 편의성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브라더는 개인 사업자 및 아티스트 접근성이 좋은 홍대, 창업 상담 창구를 겸하는 대전, 그리고 공장형 시스템에 특화된 파주에 가먼트 프린터를 직접 체험하거나 의류 출력 주문도 가능한 스튜디오를 오픈 했다. 그리고 가먼트 프린터를 직접 싣고 다니며 야외 행사 등에 이용할 수 있는 데모 차량(통칭 옷차)을 제작하는 등, 적용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방위 마케팅에 나섰다.
경기도 파주에서 브라더 GTX를 이용한 데모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현우인터내셔널의 임형철 대표는 “가먼트 프린터가 소량 주문제작에만 최적화된 것 같지만 프린터 3대로 월 1만장의 티셔츠를 출력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물량에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12평 남짓의 공간에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있을 정도로 공간 효율성이 좋은 것도 사업자들의 환영을 받을 만 하다”라고 강조했다.
가먼트 프린터는 의류산업에 디지털 프린터를 결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 외에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할 만한 잠재성도 품었다. 특히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의류 인쇄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다만, 진출이 쉽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도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없다면 사업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먼트 프린터의 보급이 가속화될수록 의류업계는 제조기술 보다는 순수한 디자인 감각, 그리고 마케팅 아이디어가 중요해질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