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초의 애플 실리콘 'M1' 공개··· 첫 제품은 맥북 에어·프로·맥 미니 3종
[IT동아 남시현 기자] 컴퓨터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여정이 지금 막 시작되었다. 11월 10일(현지 시간), 애플은 자체 행사를 통해 애플 매킨토시에 탑재되는 새로운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미 애플은 지난 6월 WWDC(세계 연례 개발자 회의)를 통해 향후 2년 내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매킨토시 전체를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는데,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와 결별하는 것은 2006년, 애플 파워맥 G5에서 맥 프로로 전환한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는 “불과 두 달 만에 우리의 세 번째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 팀은 여전히 집중력을 유지하고 혁신을 이어나가고 있다”라며, “이제 맥에 관해 이야기 할 시간이다. 맥 사업은 지난 분기에 거의 30% 성장했고, 오늘날 50% 이상의 구매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은 놀라운 일을 하기 위해 맥을 사용하며, 그들은 맥을 사용해 세상을 바꾸고 기회를 잡는다”면서 새로운 매킨토시용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다.
애플 M1으로 이름 지어진 첫 애플 실리콘은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구성돼 CPU와 GPU, 메모리가 5nm 기반 칩 하나에 집약되어 있으며,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연산을 처리한다. 프로세서는 4개의 12MB L2 캐시와 4개의 4MB L2 캐시가 빅리틀(Big.LITTLE) 구성으로 동작하는 8코어 구성이며, 8개의 그래픽 코어와 16코어 구성의 뉴럴 엔진이 그래픽 처리를 담당한다. 애플의 설명에 따르면 M1 CPU는 와트당 연산 처리성능이 현재 가장 높은 프로세서로, 통상적인 PC 칩의 ¼ 전력으로 최대 3배에 가까운 와트당 연산 처리 성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GPU 역시 동일한 전력 사용량에 두 배 높은 그래픽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맥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용 앱스토어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개발자들은 새로운 유니버설 앱을 통해 기존 맥 OS 용 앱을 간단히 변환할 수 있다. 11월 12일 공개되는 맥OS 빅서에 포함된 로제타 기술을 이용하면, 업데이트되지 않은 기존 맥 앱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된 첫 맥은 맥북 에어와 미니 PC인 맥 미니, 그리고 맥북 프로까지 세 종류다. 세 제품군 중 가장 주력 제품인 맥북 프로 13인치의 경우, 8개 코어 기반으로 엑스코드(XCODE) 개발 성능이 전작보다 3배는 빨라졌으며, 8개 GPU를 통해 포토샵 속도가 무려 5배나 빨라졌다. 새로운 제품 디자인이나 3D 기능 역시 향상돼 기계학습이 포함된 다빈치 리졸브 8K 영상을 최고 품질로 프레임 저하 없이 재생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성능은 웹 브라우징 시 17시간, 동영상 재생에 최대 20시간을 제공할 정도로 향상되었고, 이는 역대 맥 시리즈 중 가장 긴 배터리 수명이다.
제품 가격은 맥북 에어가 $999(한화 111만 원대), 맥미니가 $669(한화 78만 원대), 맥북 프로가 $1,299(한화 145만 원대)로 출시되며, 북미 시장에서는 다음 주부터 제품이 시판된다. 아울러 인텔에서 맥 OS로의 전환을 도울 운영체제인 맥 OS 빅 서(Big Sur)는 11월 12일을 기준으로 업데이트된다.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마지막으로 팀 쿡은 “오늘은 맥에게는 정말 대단한 날이며, 애플에게도 이 정도 발전은 과감한 변화다. M1 칩은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칩 중 가장 강력하며, 놀라운 배터리 수명과 새로운 기능을 훨씬 더 빠르게 제공할 것이다. 맥은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는 이유다”라며, “애플의 임무는 2020년의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2020년은 우리 모두 어떤 해보다 영향을 받은 한 해였지만, 2021년은 더욱 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지금까지의 컴퓨팅은 코어 수가 많고, 고성능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애플 실리콘은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으면서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통합되는 가교 구실을 하게 된다. 앞으로 맥 OS에서도 아이폰용 앱을 모두 쓸 수 있는 만큼, 맥 자체의 활용도 확장은 물론 모든 스마트폰 및 컴퓨터 제조사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애플 실리콘이 애플의 새로운 프로세서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