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발 앞서 체험하는 미래, LG 시그니처 올레드 R 롤러블 TV
[IT동아 김영우 기자] OLED(올레드)는 LCD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분명하다. 컬러 표현능력이나 명암비, 응답속도 등의 시각적인 능력이 뛰어나며, 백라이트(후방조명) 없이 자체적으로 빛나는 소자로 구성되기에 한층 얇은 두께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20년 현재, TV 시장에는 여전히 LCD와 OLED가 공존하고 있다. OLED TV가 화질이 더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은 LCD TV도 아직 그럭저럭 쓸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들까지 OLED로 이끌려면 LCD로서는 흉내도 내지 못할 OLED만의 재주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까지 쓰이던 ‘배불뚝이’ CRT(브라운관) TV를 슬림한 LCD TV가 밀어낸 것처럼 말이다.
LG OLED TV만 가능한 재주, ‘롤러블 디자인’
이번에 LG전자에서 출시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R(LG SIGNATURE OLED R)’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잠재력과 매력을 갖춘 제품이다. LCD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롤러블’ 디자인을 양산형 TV 중 세계 최초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LCD TV, 혹은 기존의 OLED TV가 제품의 공간활용성을 높이고 디자인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화면을 보다 얇게 만드는데 집중한 반면,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아예 화면을 둘둘 말아 하단 스탠드에 완전히 수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이는 OLED에서만 가능한 재주이며,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형 TV용 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LG에서만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다만 워낙 특별한 공정을 거쳐 제한된 물량만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보니 이 제품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았다. 취재진은 현재 이 제품이 전시된 7군데의 매장(강남본점,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센텀시티점, 현대백화점 목동점/무역센터점, 롯데하이마트 잠실점) 중 한 곳인 LG전자베스트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아가 짧은 시간이나마 제품을 체험해봤다.
한 눈에 느껴지는 강력한 존재감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LG 시그니처 올레드 R(OLED65RXKNA)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65인치(163cm)의 화면 크기와 더불어 울트라HD급(4K UHD)의 고해상도(화면의 정밀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두께는 5.8mm에 불과하다. 화면 주변의 베젤(여백) 두께도 손톱만한 수준이라 얼핏 보기엔 TV라기 보다는 얇은 액자를 긴 테이블 위에 세워 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롤러블 형태의 화면은 전원을 켜면 스르르 올라오며, 끄면 다시 하단 스탠드 속으로 말려 들어간 후 상단 덮개가 자동으로 덮이며 완전히 모습을 감춘다. 화면이 올라오거나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초 정도다. 화면이 완전히 올라오자 마자 빠르게 영상이 표시되며 곧장 시청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에 탑재된 3세대 인공지능 프로세서 α9(알파나인)은 원본 콘텐츠에 최적화된 화질과 음성을 구현할 뿐 만 아니라 처리 속도도 빠른 편이다.
화면의 특성 이용한 3가지의 이용 모드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화면의 노출 상태에 따라 화면을 완전히 펼친 ‘풀뷰’ 모드와 화면 상단 일부만 살짝 노출된 ‘라인뷰’ 모드, 그리고 화면이 완전히 숨겨진 ‘제로뷰’ 모드를 제공한다. 각 모드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전환이 가능하다. 동봉된 리모컨은 사용자가 직접 잡고 기울이며 화면 상의 커서를 직관적으로 조절 가능한 2020년형 프리미엄 인공지능 리모컨이다. 다른 LG전자 TV에 포함된 인공지능 리모컨과 이용 감각은 유사하지만 한층 얇아지고 가벼워졌다.
제로뷰 모드 상태의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TV라기보다는 직육면체 형태의 대형 스피커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은색의 메탈 프레임과 전면 패브릭 커버(시그니처블랙, 문그레이, 토파즈블루, 토피브라운 컬러 선택 가능)가 어우러진 디자인이며 덴마크 크바드라트의 천연 울 패브릭을 적용해 고급 오디오와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로 이 상태에서 4.2 채널 입체음향과 100W 출력을 갖춘 오디오로 이용이 가능하며, 블루투스로 무선 접속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매장이라는 환경 때문에 음량을 충분히 높여보지는 못했지만 제로뷰 보드 상태에서의 전반적인 이용 감각은 LG전자의 사운드바와 유사하다. 그 외에 제로뷰 상태에서 사용자가 다가가면 모션 센서를 통해 이를 감지하고 조명으로 반응하는 이른바 웰컴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화면 상단만 살짝 노출한 라인뷰 모드에서는 해당 화면을 마치 스마트폰의 위젯처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시간이나 날씨, 혹은 현재 재생중인 음악의 정보 등을 표시할 수 있으며, 자그마한 액자들을 가로 방향으로 스크롤 하는 액자 기능도 지원한다. 그리고 LG전자 스마트 가전을 통합 제어하는 씽큐(ThinQ) 홈보드 기능도 쓸 수 있다.
그 외에 라인뷰 모드에서 눈에 띄는 건 ‘무드’ 기능이다. 살짝 나온 화면 전체에 모닥불이나 빗방울, 파도, 별하늘 등의 화면 효과를 연출하는 기능인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전반적인 인테리어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 몫을 할 것 같다.
TV로서의 기본기도 수준급
화면을 완전히 노출한 풀뷰 모드에선 일반적인 TV처럼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의 독특함에 관심이 쏠리는 제품이긴 하지만 TV로서의 기본기도 수준급이다. 울트라HD급(4K UHD) 고해상도와 더불어 OLED 특유의 풍부한 컬러와 진한 블랙 표현이 살아있어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화면 전반의 빛 표현 및 명암비(화면의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구분하는 능력)를 극대화하는 HDR 기술, 그 중에서도 고급 영상기기에 주로 적용되는 돌비 비전(Dolby Vision) 규격을 지원하는 점이 눈에 띈다. 덕분에 넷플릭스나 신작 블루레이 타이틀,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최신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5(PS5)나 엑스박스 시리즈X와 같은 HDR 최적화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할 때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영상 기술인 돌비 비전 외에 최신 입체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도 지원하기 때문에 영상/음향 모두 수준급이다.
다양한 콘텐츠 이용 환경도 제공
독특한 디자인 및 충실한 영상 및 음향 성능과 더불어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도 갖췄다. LG전자 스마트TV용 운영체제인 웹OS(webOS), 그 중에서도 최신 버전인 웹OS 5.0을 탑재했다. 이 제품만의 특별한 운영체제를 기대한 소비자도 있겠지만 웹OS는 이미 기능과 편의성 면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딱히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차, 티빙, 구글 플레이 무비&TV를 비롯한 주요 서비스를 지원하므로 별도의 외부기기 연결 없이도 충실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별도의 외부기기를 선호하는 사용자를 위해 스탠드 후면에는 UHD 방송 수신, HDMI(4포트), USB(3포트) 등의 연결 인터페이스도 제공한다. USB 저장장치에 담긴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때 SMI 규격의 자막 파일도 정상적으로 인식하는 등 한국 소비자들의 이용 환경도 배려했다.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한 발 먼저 누리고자 한다면
여러모로 장점과 매력이 넘치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지만 이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한 대가는 만만치 않다. 판매 가격이 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진정 상위 1%를 위한 제품이 맞다. 그리고 예전의 LCD나 PDP TV가 그러했던 것처럼 언젠가 세월이 흐르면 어느정도 낮아진 가격에 롤러블 TV를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당장 살 수 있는 롤러블TV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이 유일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디자인을 이용해 현재의 TV로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거실과 주방 사이, 혹은 창문 앞에 TV를 둔다거나 시계나 액자가 걸린 벽 앞에 TV를 설치하는 등의 구성은 현재 이 제품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TV에선 전혀 불가능한 인테리어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도 일반 TV보다 확실히 뛰어난 영상과 음향을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단순히 ‘가성비’를 추구하기 보다는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을 남들보다 먼저 체험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는 적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제조사인 LG전자 역시 이런 소비자의 특성을 알고 있는지 구매자가 요청하면 이름이나 문구를 제품에 새겨주는 각인 서비스도 실시한다고 한다. 한편, 이 제품이 설치된 매장에는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고 제품의 디자인에 주목하거나 기능 및 가격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매장에 전시된 것 만으로 이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TV가 나온 것도 참으로 드문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