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24g에 집약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소니 A7C
[IT동아 남시현 기자]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소니 NEX-5가 등장하기 이전, 그리고 이후로 나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초심자를 위한 콤팩트 카메라와 고배율 하이엔드 카메라, 그리고 중고급 사용자를 위한 DSLR 시장으로 양분돼있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원한다면 DSLR이외의 선택지가 없던 시기다. 하지만 2010년 소니 NEX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완전히 재편된다. 콤팩트 카메라 크기에 렌즈 교환이 가능한 데다가, 판형은 DSLR과 동일했으니 초심자는 물론 보급형 DSLR 사용자층까지 모두 소니 NEX 시리즈에 매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용 제품군인 35mm 풀프레임만큼은 여전히 DSLR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소니 A7이다. 2013년 10월 출시된 소니 A7은 풀프레임 판형에 작고 가벼운 크기, 그리고 렌즈 교환까지 가능해 풀프레임 하나만 보고 크고 무거운 DSLR을 사용해야 했던 전문가층에 확실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소니 A7은 가벼운 제품을 선호하는 영상 작가나 여행 작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됐고, 이후 미러리스 카메라가 전문가용 35mm 풀프레임 시장까지 잠식하게 된다. 2020년 현재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흡수된 상태고, 대다수가 미러리스 카메라 아니면 DSLR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소니 이외에도 캐논과 니콘까지 전문가용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소니가 시장 분위기를 또다시 반전시킬 카드를 내놨다. 바로 소니 A7C다. 소니 A7C는 35mm 풀프레임 판형을 채택한데다가, 뷰파인더를 작게 설계해 크기와 무게를 기존 A7 시리즈보다도 훨씬 더 줄인 게 특징이다. 현재 A7 시리즈도 무게 900~1,000g인 전문가용 풀프레임 DSLR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데 여기서 더 줄였다. 그런데다가 성능은 소니 A7M3와 거의 동일하다. 10년 전 작디 작은 소니 NEX 시리즈가 몰고 온 큰 파장을 다시 한번 재현할만한 제품이다. 가장 가벼운 렌즈 교환식 35mm 풀프레임 카메라, 소니 A7C가 시장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직접 확인해본다.
원 핸드 콤팩트, 세계 최경량 렌즈교환식 풀프레임 카메라 소니 A7C
전자제품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이기란 쉽지 않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극한으로 줄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를 만들어야 한다. 소니 A7C의 경우에는 소니 A7 시리즈에서 뷰파인더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경량화에 성공했다. 사실 뷰파인더를 제외하는 방법은 이미 A7 출시 초기부터 꾸준히 거론되어 왔지만, 사진 전문가용 카메라 특성상 뷰파인더를 제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동영상 시장이 커짐에 따라 뷰파인더를 제외한 사양에 대한 수요가 확실해짐에 따라 등장할 수 있었다. 동영상 촬영은 뷰파인더가 아닌 LCD만 보고 촬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7C가 다른 A7 시리즈와 달리 스위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센서는 35.6x23.8mm 엑스모어 R(ExmorR) CMOS 센서가 사용됐으며, 유효 화소수는 2,420만 화소다. 해당 센서가 풀프레임으로 불리는 이유는 과거 필름 한칸의 크기가 35mm이기 때문이며, 이는 소니 A6600의 APS-C 센서보다 1.5배 큰 크기다. 센서가 지원하는 ISO 감도는 스틸 이미지 ISO 100-51200이며, 확장 감도로 ISO 50-204800까지 지원한다. 35mm 소형 카메라로는 가장 큰 센서를 탑재했음에도 후면부 기준 폭 124mm, 높이 71.1mm에 그립부 59.7mm로 스마트폰만큼 크기가 작다. 무게 역시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포함해도 509그램, 본체만 놓고 봤을 때 424g에 불과하다.
뷰파인더와 인터페이스를 살펴보자. 비록 A7 계열의 뷰파인더가 제외되긴 했지만, 여전히 236만 화소급 0.59배율 XGA OLED 뷰파인더를 탑재하고 있으며, 칼 자이스 T* 광학 코팅도 적용된다. 덕분에 라이브뷰 촬영 비율이 높은 사용자라 할지라도, 역광이나 일부 조건에 한해서는 뷰파인더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제품 상단에는 멀티 인터페이스 슈가 장착돼 다양한 소니 장치를 활용할 수 있고, 측면을 통해 3.5mm 오디오와 헤드폰 단자, UHS-II지원 SD 메모리 슬롯, HDMI 제어용 포트와 충전 및 데이터 전송용 USB C형(타원형) 단자가 배치돼있다. 해당 단자는 5Gbps급 전송 속도를 지원해 USB 3.2 2세대 단자와 연결하면 어지간한 SD 리더보다 전송 속도가 빠르다.
A7C가 기존 A7 시리즈와 비교해 가장 다른 부분은 스위블 디스플레이다. 해당 디스플레이는 92만 화소 7.5cm형 LCD로, 상하 틸트식 A7 시리즈와 다르게 176도까지 열리며, 약 270도로 회전한다. 덕분에 A7C는 전면 셀카나 대각선 촬영, 수직 아래에서의 촬영까지 할 수 있다. 영상기로써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데, 스틸 컷의 경우 앵글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기존 상하 틸트식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영상은 녹화 중에도 계속 화상을 보고 있어야 해 다각도 스위블 디스플레이가 훨씬 편리하다.
조작감 역시 영상 쪽에 더 유리하다. A7C의 녹화 버튼은 셔터 뒤쪽에 바로 배치돼있어서 영상 촬영에 진입하기가 훨씬 쉽다. 또한 셔터 아래 있던 다이얼 역할을 후면 메뉴 버튼으로 옮겼기 때문에 영상 촬영 중에 흔들림 없이 조리개를 조작해야 하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훨씬 안정적이다. 따라서 수동 모드로 촬영 시 셔터 속도와 조리개는 엄지손가락이 닿는 다이얼, 그리고 메뉴 주변의 원형 다이얼로 맞춘다.
AF 성능은 소니 A7M3와 거의 동일하지만, 소니 A9의 동체 추적 알고리즘을 사용해 향상된 동체 추적 성능을 보인다. 초점 포인트는 693개 위상차 포인트와 와 425개 콘트라스트 포인트를 동시에 사용하며, 화면의 93% 면적에 배치돼있다. 최대 10 연사를 지원하며, 후면 상단에 배치된 AF-ON 버튼을 통해 실시간 초점 추적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실시간 초점 추적 기능은 카메라에 내장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해 피사체 정보를 인식, 자동으로 초점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아울러 사람 눈을 분석해 초점을 자동 검출하는 리얼타임 Eye AF가 동물에도 적용돼 자동초점 성능도 향상됐다.
A7C의 풀프레임 센서는 4K(3,840x2,160) 해상도 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오버샘플링을 활용해 6K(6,000x3,376) 해상도 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다. 픽쳐 프로파일은 PP1-10을 포함해 검은색 레벨과 S-Log2, S-Log3 등이 포함된 감마 모드를 지원한다. 덕분에 후보정 시의 편의성이 높다. 전반적으로 후보정을 염두에 둔 영상 촬영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다.
소프트웨어뿐만이 아니라 하드웨어적 특성도 좋다. 지난 10월 15일 공개된 DJI 로닌SC2(RSC2)를 활용해 소니 A7C와 결합해보았다. 로닌SC2는 미러리스용 콤팩트 짐벌로, 핸드핼드 촬영을 비롯한 전문 영상 전문가를 위한 제품이다. 만약 적절한 예산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A7C에 맞는 짐벌을 찾는다면 DJI 로닌 SC2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다. DJI 로닌 SC2에 A7C, 그리고 886g 중량의 FE 24-70mm F2.8 GM 렌즈를 장착해 짐벌 사용 환경을 구성해보았다. 일단 로닌 SC2의 탑재 하중은 4.5kg으로 전문가용 구성을 맞춰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구동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바로 스위블 디스플레이의 위치다. 보통 상하 틸트식 미러리스로 영상을 촬영하면 뒷부분이 일부 가려질 때가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측면에 배치하니 상하 좌우 각도 이동 시 디스플레이가 접촉하지 않는다. 급격히 이동하거나 전원을 종료해 균형을 잃지만 않는다면 A7C와 궁합이 매우 좋다. FE 24-70mm F2.8 GM 렌즈가 상당히 무거운 렌즈임을 감안한다면, 초망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FE 렌즈를 짐벌과 조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핏 보면 보급형, 성능과 품질은 전문가용
풀프레임 센서는 APS-C 센서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일단 풀프레임 센서는 광각 렌즈 사용에 유리하다. APS-C 센서의 경우 풀프레임에 비해 프레임이 잘리므로 광각 렌즈를 사용해도 그만큼 주변부에 손해를 본다. 역으로 망원렌즈 사용 시 그만큼 더 주밍(Zooming)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풀프레임 센서를 활용하면 초광각 렌즈, 광각렌즈 사용이 그만큼 용이해진다. 넓고 광활한 장면 촬영 비중이 높은 여행 작가나 광각렌즈를 활용해 팬 포커스 기반의 영상 촬영을 노리는 영상 전문가에게 유리하다. 덧붙여 최상급 렌즈의 품질과 밝기도 전문가용 제품 기반인 풀프레임쪽이 훨씬 좋다.
또한, 풀프레임 센서 특유의 얕은 피사계 심도 구현에도 좋다. 얕은 피사계 심도는 소위 ‘아웃포커싱’이라고도 부르는 배경 흐림 상태를 말하는데, 큰 판형에 조리개가 밝고, 피사체와 배경 간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배경이 더 흐려진다. 그래서 센서가 작고 초점 거리가 광각인 스마트폰은 이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소프트웨어 후보정으로 처리한다. 풀프레임 센서를 활용할 경우 APS-C 센서 기반의 보급형 카메라보다 훨씬 더 얕은 피사계 심도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사진이나 영상미를 한껏 더할 수 있다.
이미지 품질도 전문가의 눈높이에 흠잡을 데가 없다. 기본 픽셀은 6,000x4,000픽셀이고, 14bit RAW 촬영을 지원한다. RAW는 이미지 프로세싱을 거치지 않고 센서가 기록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담은 데이터 파일로, 사진 편집 시 이미지 프로세싱을 거친 파일보다 원본 훼손이 훨씬 적게 편집 할 수 있다. 물론 해상도 자체는 2,420만 화소라 비슷한 급의 DSLR, 미러리스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후보정의 편의성과 고성능 렌즈 활용 등으로 이를 보완한다. 특히 높은 초점 정확도를 앞세워 명확하게 촬영되는 이미지 빈도가 높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자동 초점 성능을 시험해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A7M2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한 추적 성능을 보여주었고, 또 로우 앵글에서 프레임을 더욱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24mm 수준의 광각 촬영에서도 움직이는 피사체 크기가 작더라도 피사체를 원활하게 추적했고, 근거리에서는 동물 눈을 기반으로 초점을 검출해냈다. 모터 속도가 빠른 FE 70-200mm F2.8 GM OSS 렌즈 등을 활용하면 전문 스포츠 촬영에도 안정적인 검출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동영상도 최대 215분 연속 촬영 지원으로 영상을 끊임없이 촬영할 수 있으며, 소니 A7 시리즈 특유의 5축 이미지 흔들림 보정으로 이미지 흔들림도 안정적으로 잡아낸다. 여기에 스위블 상태로 터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초점 위치를 변경하기도 훨씬 쉽다.
어두운 곳에서 촬영한 사진을 확대해보면, 평소 잘보이지 않던 노이즈가 보인다. 이는 카메라 센서가 빛을 받아들이는 민감도를 끌어올림에 따라 신호대 잡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노이즈를 줄이려면 이미지가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던가, 조리개가 밝은 렌즈를 써서 촬상소자에 입사되는 광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노출 시간을 늘리면 이미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밝은 렌즈는 가격이 비싸다. 게다가 다양한 촬영 조건에서 매번 노이즈를 줄이는 방식으로 촬영할 순 없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는 센서의 수광 능력을 끌어올려 같은 조건에서도 빛을 더 받아들이도록 한다. ISO 숫자를 올릴수록 촬영에 필요한 광량이 적어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카메라 화소 수가 같은 조건이면, 센서가 큰 쪽이 무조건 노이즈가 적다. 센서가 크고 픽셀 개수가 같다면, 동일한 픽셀을 표현에 필요한 광자량도 큰 센서쪽이 더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더 풀어서 말하자면, 2,400만 화소 대에서 최신 공정의 풀프레임 센서는 스마트폰이나 APS-C 센서 카메라보다 고감도에서의 노이즈가 훨씬 적다. A7C 역시 이 조건에 부합한다.
통상적으로 예시의 촬영 조건은 스마트폰은 지원 ISO 한계를 벗어나 이미지가 새까맣게 나온다. 하지만 A7C는 ISO 12800 상당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셔터 속도를 확보했으며, 이미지 선명도는 높으며 노이즈는 적다. 최대 ISO 204800까지 지원하니 훨씬 더 어두워도 촬영을 시도할 수 있다. 만일 보급형 카메라에 탑재되는 APS-C 센서라면 훨씬 더 노이즈가 더 많이 발생해 이미지 품질이 떨어진다.
소니 A7C의 C는 콤팩트(Compact)가 아닌 시네마(Cinema)에 가까워
A7C는 A7 시리즈의 초경량, 영상 대응 제품군으로 기존 소니 A7/A7R/A7S 3개 제품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크기가 작다고 해서 보급형 제품의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철저히 영상 작가를 위한 제품이다. 기존 A7 시리즈의 S-Log나 고성능 AF, 폭넓은 액세서리와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영상에 최적화된 다이얼 배치와 스위블 디스플레이, 영상 촬영에서 사용 빈도가 적은 뷰파인더 축소를 통한 무게와 크기 감량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그렇다 보니 가격 역시 220만 원대로 보급형 제품보다는 전문가용 제품군이라 할 만하다.
동영상뿐만 아니라 사진에서의 활용도도 높다. 특히 여행 전문 사진작가와 풀프레임 카메라를 선호하는 취미 사진가에게 적절하다. 성능 면에서 부족한 면을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가, 가볍고 활용하기 좋다.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했으니 피사계 심도나 감도, 초점거리 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고, 스위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하이앵글, 로우앵글의 촬영 편의성도 한층 좋아졌다. 가벼운 카메라를 찾는 목적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한다면, A7M3 대신에 선택해도 좋다. 소니 A7C는 지금까지 A7 시리즈로 영상 촬영을 해온 작가들이 요청한 개선 의견을 하나하나 녹여넣은 듯한 느낌이다. A7C의 C가 초경량을 뜻하는 콤팩트(Compact)라곤 하지만, 시네마(Cinema)의 C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