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로 그려낸 영화 ‘언택트’, 영화감독 김지운이 담고자 했던 8K의 매력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8K(7,860x4,320)라는 용어가 대중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평창올림픽이다. 2017년 10월 당시 KT 스카이라이프는 평창 올림픽에 대한 8K 위성방송 시험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고, 2018년 2월,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8K UHD 방송 시연에 성공했다. 비록 제한적인 환경에서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이었으나, 대중들에게 8K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기엔 충분한 사건이었다. 8K가 무엇이기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일까? 현재 가장 대중화된 해상도는 FHD(1,920x1,080) 해상도며, 고해상도로 손꼽는 기준이 FHD보다 해상도가 4배 큰 4K(3,840x2,160) 해상도다. 그렇다면 8K는 어떨까? 8K는 가로 7,860개 픽셀, 세로 4,320 픽셀로 구성된 해상도로 FHD보다 해상도가 16배나 높고, 4K와 비교해도 4배나 높다. 4K만 해도 고해상도로 분류되니, 8K 해상도는 과장을 보태 실사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영상을 보는 과정에 있어서 촬영하는 기기와 재생하는 기기 모두 해상도를 지원해야 한다. 즉 8K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한다면, 디스플레이도 8K를 지원해야 원래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삼성 갤럭시 S20, 삼성 갤럭시 노트 20이 8K 동영상 촬영을 공식 지원하고, 8K 해상도를 구현하는 삼성 QLED 8K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8K 관련 시장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8K 콘텐츠를 생산하고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일반 사용자부터 시작해, 8K 영상 촬영이 필요한 전문가까지 다양한 수요 계층이 8K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8K 카메라와 8K 디스플레이 갖춰지다, 판 깔린 8K 시장
삼성전자는 2018년 독일 IFA에서 8K 해상도의 QLED TV를 공개함으로써 8K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이번 갤럭시 노트 20을 통해 콘텐츠 제작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물론 전문 촬영 장비가 아닌 스마트폰인 만큼, 영상 전문가보다는 브이로그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일반 사용자들이 대상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김지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지운 감독은 △인랑 △밀정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악마를 보았다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작품을 필모그래피로 둔 거장이다. 그런 김 감독이 직접 8K 생태계 시작을 알리기 위해 8K 단편 영화 ‘언택트’를 촬영하고 나섰다.
영화 언택트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고, 배우 김고은과 김주헌이 주연으로 참여한 단편 영화로, 갤럭시 시리즈로 촬영한 영상을 삼성 QLED 8K로 감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줄거리는 갑작스럽게 해외 유학을 떠난 후 3년만에 귀국한 성현(김주헌 분)이 15일간의 자가격리를 겪으며, 전 연인이자 도예 공방을 운영하는 수진(김고은 분)의 브이로그를 접하며 서로의 솔직한 감정을 대면하지 않고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김 감독이 언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어떤 새로운 미션이 주어지면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얻는 것, 새롭게 발견해내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제한적이고 새로운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궁금했다”며, “특히, 언택트는 멜로 드라마로의 첫 도전이었고, 갤럭시라는 새로운 장비로 8K 영화를 촬영하고 이를 다시 QLED 8K로 보면서, 말 그대로 8K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체험해보는 새로운 도전이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발전된 디지털 세상에서 누구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김 감독이 고민한 부분도 없지 않았을 터. 김 감독은 “8K 초고화질로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선 긴장감과 기대감이 공존했지만, 8K 화질을 처음 접하고는 그 생생함에 상당히 놀랐다”며, “이를 통해 영화나 TV를 감상한다면 누구든 실제를 마주한 것 같은 현실감을 받아 교감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기 자체에 대한 만족감도 상당했다. “기존 장편극 영화 카메라보다 작고 기동성도 빠르다 보니, 에너지 소모량이 적었고, 부피도 작아 새로운 앵글이나 화각도 시도할 수 있었다”라며, “새로운 기기로 영화를 촬영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현재의 모바일 기기의 기술력이라면 장편 영화를 찍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촬영된 영화 언택트는 삼성전자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10월 16일부터 25일 열흘간 서울 연남동 코코샌드와 성수동 오르에르에 마련된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QLED 8K를 통해 직접 8K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다. 오프라인 극장의 경우,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 관람이 어려운 와중에도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는 물론 새로운 8K 해상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현재 영화 업계에서 8K의 위상은 어떤지, 또 8K 기술과 관련된 기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 감독은 국내 영화계에서 8K 생태계는 초기 단계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OTT나 유튜브를 비롯해 좋은 품질의 영상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볼 때 8K 기술이 이미 우리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8K가 대중화됨에 따른 영상 감상의 이점도 설명했다. “8K 초고화질로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생생함이라는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수진과 성현의 행동이 마치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듯한 그런 경험 말이다. 만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만나는 것 같은 생생함, 또 이런 생생함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극 중에서 8K 영상 콘텐츠와 QLED 8K TV로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 진솔하게 교감하는 모습 역시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라며, “8K 영화인 만큼 8K 해상도 TV로 보면 제가 의도했던 연출의 느낌을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QLED 8K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열고, 스마트폰이 대중화 이끌 것
8K 해상도는 단순히 선명한 해상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한계는 더욱 높아지고 있고, 사물인터넷(IoT) 기기나 자율 주행, 인공지능 등을 통한 고해상도 이미지 및 영상의 중요도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어서다. 지금 시점에서 등장한 갤럭시 시리즈의 8K 영상 지원과 QLED 8K TV의 초고해상도 구현력은 영상 감상과 함께 문화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인터뷰 말미에 김 감독은 “기술의 발전과 문화의 발전은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정비례할 뿐만 아니라 디바이스와 콘텐츠의 발전이 서로 자극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생하고 있다. 영화 100년의 역사로만 봐도, 20~30년 전 영화와 지금의 영화는 기술적으로 차원이 다른 도약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문화적으로도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지운 감독의 단편 영화 ‘언택트’는 또 다른 감독들에게 8K 영상 감상에 대한 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이들이 언택트를 통해 8K 영상의 가능성을 체험하고, 또다시 영상 콘텐츠를 창출해냄을 반복하면서 8K 영상 생태계는 갈수록 풍부해질 것이다. 충분히 많은 개봉 영화, 독립 영화, 방송 등이 시장을 키우고, QLED 8K 같은 초고해상도 TV가 새로운 시각적 경험으로 안방극장을 채우고 나면, 일반 소비자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를 이끌 것이다. 그리고 과거 4K 시장 양상과는 또 다르다. 4K 해상도는 지원 기기가 고가이고 보급이 더뎌 다소 시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대중적인 기기가 8K 영상을 지원하니 과거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진척되는 셈이다. 더 실감 나는 8K 영상 콘텐츠의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영화 언택트가 보여주고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