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다피나 강민호 대표 “설탕 대신 자일리톨, 무설탕 잼을 만듭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오픈키친 모습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오픈키친 모습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했으며, 약 3년 동안 푸드테크 스타트업 106개곳을 지원해 입주기업 총 누적매출액 411억 원, 투자유치 60억 원, 고용창출 181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는 전통적인 농식품 제조 스타트업부터 식품 유통 혁신을 위한 O2O플랫폼, 전국 단위 농산물 계약재배를 통해 도농상생을 구현하는 농업 벤처, 미래식량확보를 위한 대체육류 개발 스타트업, 무궁화를 식용화한 먹거리 개발 등 농식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자연이 주는 천연재료만을 사용하고, 설탕, 방부제, 첨가물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무설탕 잼을 만들고 있는 다피나(DAFINA)의 강민호 대표와 오장건 부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만난 다피나 강민호 대표(우)와 오장건 부대표(좌)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만난 다피나 강민호 대표(우)와 오장건 부대표(좌)

그저 그런 무설탕 잼이 아닙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다피나는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강민호 대표(이하 강 대표): 무설탕 수제 잼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다른 무설탕 잼은, 대부분 설탕 대신 올리고당이나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다. 설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것은 없을까?’, ‘천연재료만으로 잼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한 결과, 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자체 제작한 사과 농축액과 핀란드산 자일리톨을 찾았다. 제조 방법은 특허 출원을 위해 준비 중이다. 특허 출원은 지금까지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을 차근차근, 하나하나 맞춘 후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생각이었다.

( 특허 출원은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

자일리톨을 사용해 만든 다피나 잼, 출처: 다피나
자일리톨을 사용해 만든 다피나 잼, 출처: 다피나

다피나가 판매하는 것은 수제 잼이다. 잼은 음식이다. 음식은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스스로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으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허는 그 다음이었다(웃음). 이제 성과가 나오고 맛있다고 이야기도 해주시고… 준비하고 있다.

IT동아: 궁금하다. 왜 수제 잼을 만든 것인지. 외람되지만, 지금 앞에 앉아 계시는 두 분과 수제 잼… 선뜻 어울린다고 얘기하기가 어렵다(웃음).

강 대표: 다피나 창업 이전에는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해 디자인 관련 사업을 했었는데, 대부분의 작업이 외주였고, 결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수제 잼을 떠올렸다.

잼을 만들고 있는 강민호 대표와 오장건 부대표
잼을 만들고 있는 강민호 대표와 오장건 부대표

( 그러니까 왜 하필 수제 잼이냐는 재차 질문에 )

하하. 고향이 경북 영주다. 본가에서 과수원을 운영했다. 어렸을 때, 흔히 말하는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과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모두 봤다. 그리고 정말 예상보다 많은 과일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과나 배 같은 경우, 맛에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작은 흠집 하나만 생기면 팔 수가 없어 버려야만 한다. 버려지는 과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잼을 생각해냈다.

과수원 아들 시절 사진을 보내온 강민호 대표, 출처: 다피나
과수원 아들 시절 사진을 보내온 강민호 대표, 출처: 다피나

오장건 부대표(이하 오 부대표): 강민호 대표님과는 인연이 깊다. 2013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학원에서 만났었다. 가수를 꿈꾸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음악을 좋아하시는 강 대표님과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계속 가수를 준비하며 노력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점에, 수제 잼을 같이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의견을 주셨다.

10년 인연을 이어가는 17살 차이의 두 남자

IT동아: 나이 차이가 꽤 있지만, 다피나 이전부터 친한 사이였다는 뜻인가.

강 대표: 맞다. 다피나 설립은 2018년 5월이었지만, 우리 둘 사이는 훨씬 오래됐다. 1년에 한두번씩 여행도 같이 다녔었고. 그러다가 오 부대표와 같이 사업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게 됐고, 지금까지 같이 하게 됐다. 당시에는 수제 잼이라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라기 보다, 버려지는 과일을 어떻게 활용해보면 어떨까에 집중했었다.

2014년 여행을 함께 떠났던 당시 사진, 출처: 다피나
2014년 여행을 함께 떠났던 당시 사진, 출처: 다피나

정말 많은 과일이 버려진다. 그냥 버려서 썩힐게 아니라 2차 가공 식품을 만들어보고자 고민했다. 농민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버려지는 과일을 일부 구매해주지만 그 양은 미미하다. 그리고 농민은 풍년, 흉년에 따라 변화하는 작물 가격으로 생활에 타격을 받는다. 안정적인 2차 가공 식품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농가에도 도움될 것이라 생각했다.

IT동아: 못난이 과일을 이용해서 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인가.

강 대표: 지난 2017년에 첫 잼을 개발했다. 사업 준비는 2014년부터 시작했다. 첫 잼을 개발하기 전까지, 그러니까 3년 동안 우리만의 레시피를 찾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했고, 무설탕을 결정하는 순간 고난이 시작됐다. 잼을 만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설탕이 없으면, 당이 없으면 잼 본연의 걸쭉함이 안 살아난다. 뭔가 과일을 으깨놓은 듯한, 그런 모양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주변 친구, 지인에게 정말 미안하다. 매일 같이 맛봐 달라고 쫓아다녔으니.

꾸준하게 제품을 개발한 두 사람, 출처: 다피나
꾸준하게 제품을 개발한 두 사람, 출처: 다피나

오 부대표: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첫 제품 개발만 3년이 걸렸다는 말은, 수익은 전무했다는 뜻 아닌가. 마음 속으로는 몇 번이나 포기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결국 여기까지 왔다.

IT동아: 설탕을 대체한다는, 자일리톨은 어떻게 찾게 된 것인지.

강 대표: 처음에는 올리고당으로 만드는 무설탕 잼 레시피를 배웠다. 하면서 느꼈다. 이건 아니다. 올리고당이라지만, 이건 무설탕 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맛에도 맞지 않았고. 올리고당으로 만든 잼은,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맛은 괜찮았지만, 끝맛이 텁텁했다. 여전히 설탕이 입 안에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곤트란쉐리에에 입점한 다피나 잼, 출처: 다피나
곤트란쉐리에에 입점한 다피나 잼, 출처: 다피나

그 다음 생각한 것은 꿀이었다. 일단 가격은 생각하지 않았다. 맛부터 찾기 위해 꿀을 사용해 잼을 만들었다. 기가 막혔다(웃음). 천연 꿀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 2년째에 우리만의 베타 제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때 한 기사를 접했다. 아직 돌을 맞이하지 못한 아기가 꿀을 먹고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천연 꿀은 아이들이 먹으면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위험하다면, 이건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음식이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최소한, 음식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는 다피나의 노력, 출처: 다피나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는 다피나의 노력, 출처: 다피나

다피나의 뜻은 ‘우연한 선물’입니다

IT동아: 그래서 3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나.

강 대표: 고민했다. 음식은 안전해야 한다. 누구나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꿀을 사용한 레시피에 실패하고 나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자료를 뒤졌다. 그러다가 순수 자일리톨을 발견했다. 판매하는 곳을 찾았고. 일단 먹어봤다. 청량한 단맛이라고 할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 부대표: 처음에는 잘 안됐다. 잼은 특유의 걸쭉함으로 뭉쳐야 하는데, 자꾸 분산되더라. 재료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보내고 난 뒤에, 갑자기 잼이 됐다(웃음). 끊이는 불 조절과 시간, 재료는 섞기 위해 국자를 젓는 느낌 등이 원활해지면서 어느 순간 완성했다.

선물용 디자인까지 완성한 다피나, 출처: 다피나
선물용 디자인까지 완성한 다피나, 출처: 다피나

강 대표: 알고 나면 쉬운 이치라고 할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쉬운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그런 것 말이다. 자꾸 새로운 도전이 오히려 걸림돌이었다. 1부터 100까지 하나씩 해결해 완성해야 하는데, 그동안 99까지 완성하고 ‘이건 아니야’라고 포기했던게 잘못이었다. 마지막 한걸음, 그게 중요했다.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더니 지금의 다피나 잼이 나타나더라.

IT동아: 나름의 노하우라는 것인가. 며느리도 모르는(웃음).

강 대표: 자일리톨을 활용한 첫 잼을 완성한 뒤, 지금의 시제품은 1년이 더 걸렸다. 하루에 30번씩 만들어보고, 매일매일 반복했으니, 어림잡아 만 번은 만들어본 것 같다(웃음). 그렇게 100% 수작업으로 다피나 잼을 만들고 있다. 이제 조금씩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생산 라인 구축이다. 레시피, 방법은 찾았다. 이제 확장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다.

IT동아: 매출을 물어봐도 괜찮은지.

강 대표: 지난 2018년 5월, 지금 제품을 완성해 다피나 사업자를 냈고, 판매를 시작했다. 작년 매출은 1억 원이었고, 올해 예상 매출은 3억 원이다. 작년 3월부터 한 요거트 업체와 콜라보해서 제품을 판매했는데, 고객들로부터 요거트에 우리 잼을 올려서 먹으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콜라보 요청은 지금도 계속 오고 있다(웃음).

IT동아: 제품 판매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오 부대표: 자체 홈페이지와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팝업 스토어와 현대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도 판매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 홈페이지로 고객을 모으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는 단계다. 현재 딸기 잼과 블루베리 잼. 망고&패션후르츠 잼을 판매하고 있다. 귤 잼도 있는데, 계절 과일이라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다피나는 아프리카와 아랍 등지에서 많이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우연한 선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그런 잼을 만드는 업체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 다피나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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