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앱 활용하기] 4부: '해외여행에 필수' 구글 지도 앱, 한국에선 왜 안될까?
[IT동아 강화영 기자] 지난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 활용 기사(https://it.donga.com/31070/)는 일상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길찾기/장소 찾기 기능을 살펴봤다.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뚜벅이'에게 유용한 정보였다. 이번 기사는 국산 지도 앱과 달리 국내 사용에 제약이 있는 해외여행 필수 앱 '구글 지도(Google Maps)'를 들여다본다.
구글 지도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내장 앱이라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한국 지도 정보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 사용자는 '외국에서 좋은 지도지만, 한국에서 쓰기 불편하다. 지도 정보를 제대로 못 받아서 내비게이션, 도보 길찾기가 안된다. 위성지도 사진도 다른 나라 공항 비행기를 확대한 것보다 화질이 떨어진다'는 리뷰를 남겼다.
세 개 지도 앱을 비교해 직접 확인해봤다. 같은 출발지/도착지를 입력해 도보 길찾기를 실행했다. 카카오 맵은 소요시간 11분, 네이버 지도 8분인 반면, 구글 지도는 도보 경로를 찾을 수 없다는 안내가 떴다. 대중교통 길찾기만 지원해 지하철을 타고 31분간 이동하도록 안내했다. 또한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는 검색하면 나오지만 구글 지도에는 없는 가게들도 많았다.
현행법상 국토교통부장관 허가 없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 구글은 2016년 11월,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 축척 지도 데이터를 해외 본사 데이터 센터에 저장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후 4년간 지도 데이터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1:5,000 축척은 지도에서 1cm가 실제 지표 5,000cm(50m)와 같다는 의미다. 차량,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기초 자료다.
정부는 정밀 지도 데이터를 구글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 '구글 어스'와 결합하면,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군부대 등 안보 민감 시설을 흐리게 만드는 '블러(blurred)' 처리를 하거나, 해상도를 낮추면 긍정 검토를 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카카오, 네이버는 1:5,000 축척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정부 요청 시설을 삭제한다. 하지만 구글은 서비스를 최신, 최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자사 원칙에 따라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겠다고 해 세금을 회피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당시 IT업계는 구글이 정밀 지도 데이터를 원한 속내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규 사업을 한국에 시험 적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좁은 국토에 자동차는 많아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을 준비하기 좋다고 판단해서다. 위치 기반 광고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O2O 서비스는 온라인 기술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한국 지도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에서 고용 창출, 세금 납부, 관련 분야 생태계 확산 등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한국 지리정보시스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서비스 및 위치정보서비스 LBS(Location-Based Service) 생태계 훼손을 우려했다.
반면 지도 데이터 반출 금지가 과잉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로 한국이 얻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국어 서비스 지원을 통한 관광 활성화, 지리정보시스템 콘텐츠 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업체가 구글 지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이용해 글로벌 앱 개발을 하는 등 기회가 생긴다.
구글은 SK텔레콤 'T맵' 데이터를 일부 받아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다. T맵 데이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대중교통 길찾기만 실행된다. 3차원 지도, 실시간 길찾기, 실시간 교통상황 등 다른 부가 서비스는 사용하지 못한다.
현재까지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는 국내에서, 구글 지도는 세계인이 찾는 앱으로 해외 사용에 적합하다. 구글 지도는 22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 수억 개 비즈니스와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국가에 따라 지원되는 기능 차이는 있다.
해외에서 운전할 때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면 음성 검색으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도로 상황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내비게이션 모드에서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고 말하거나, 검색창에 있는 마이크 모양 아이콘을 선택한다. 목소리만으로 동작시키고 싶다면, 구글 어시스턴트 설정 '보이스 매치(Voice Match)'로 음성을 학습시켜야 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설치돼 있고, iOS는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장소 저장, 경유지 입력, 주변 탐색 등 기능 자체는 카카오, 네이버 지도 서비스와 유사하다. 다른 점은 오프라인 지도를 내려받을 수 있다. 위치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만으로 길을 찾을 수 있어 인터넷이 잘 되지 않는 지역에서 유용하다.
구글은 데이터 센터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요청했었다. 2020년 2월, 구글이 아시아에서 8번째로 서울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앞으로 국내 구글 지도 관련 서비스는 점차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글 / IT동아 강화영 (hwa0@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