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x경기도] 유니콘 기업의 등장보다도, 스타트업의 포괄적 성장이 먼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장조사기업 CB 인사이츠(CB Insights)가 공개한 ‘2019년 전 세계 유니콘 클럽(The Global Unicorn Club)’에 의하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 보유 1위는 총 236개가 포진한 미국, 2위는 119개를 차지한 중국, 3위는 25개를 갖춘 영국이다. 그다음 순서로 인도와 독일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으며, 우리나라는 10개 기업 이름을 올려 6위권을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6위를 차지한 것보다 더 의외의 결과는 일본이다. 일본은 프리퍼드 네트웍스, 스마트 뉴스, 리퀴드, 플레이코 4개 기업만 이름을 올렸고, 기업 가치를 다 합쳐도 우리나라 2위인 크래프톤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사실상 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 국민 정서가 한몫하고 있다. 2019년 10월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일본의 창업률은 5%에 불과하고, 국민 70%가 창업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국민 대다수 정서가 ‘스타트업을 차릴 바에는 대기업이나 가라’는 인식이 팽배함을 알 수 있다. 그런 일본이 작년부터 태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설립을 장려하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내각부가 주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챌린지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혹은 기업 등과 연계한 팀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모집 과제는 재해 방지와 인트라 유지 보수, 행정 효율화가 대상이다.
경제산업성과 JETRO가 추진하고 있는 J-Startup 역시 총대를 메고 있다. 2018년 6월 시작한 J-Startup은 이미 139개 이상 스타트업에 벤처 캐피털, 액셀러레이터를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부터 독일 IFA(베를린국제가전박람회), 세계 최대 스타트업 페스티벌인 슬러시(SLUSH) 진출도 후원한다. 도쿄도, 아이치현, 후쿠오카시 등 지자체 역시 외국인 창업 유치를 위해 체류 자격 심사를 유예하거나 지원 제도 안내 및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며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자금력과 신규 기업 육성 의지를 생각하면, 후발주자임에도 성장 가능성이 상당하리라 본다.
유니콘 기업이 군계일학? 동반 성장에 가능성 둬야
전 세계 유니콘 클럽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 11곳이며, 한국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유니콘은 쿠팡, 그다음이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인 크래프톤이다. 그 아래로 토스(TOSS)를 서비스 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위메프, 무신사, 야놀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 바이오 및 화장품 업체인 지피클럽과 L&P 코스메틱, 에이프로젠도 포함돼있는데, 종합하면 ICT와 바이오 기업 두 카테고리 뿐이다. 일본과 비교해 기업 수도 많고, 경쟁력과 기업 규모도 상당하지만 다양성이 떨어지고 외부 자본으로 인해 급격히 성장한 경우가 있어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유니콘 기업의 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풀뿌리식 새싹기업 지원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20년 1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영선)가 조사한 2020년도 부처별 창업지원사업에 따르면, 16개 부처(90개)에서 모두 1조 4517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에 비해 29.8% 증가한 예산이며, 4차 산업혁명 기반 마련과 일자리 증대를 위한 예산으로 쓰인다.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예비창업 패키지나 업력 3년~7년 이내 기업의 성장을 돕는 창업 도약 패키지, 민간이 선별해 정부가 후속 지원하는 TIPS(스타트업을 위한 기술 보육) 프로그램 등이 있다.
중앙 정부가 거시적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을 이끌고 있다면, 미시적인 부분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기관이 맡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프라, 네트워킹, 멘토링, 투자, 교육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각 지역별로 지원 분야를 나눠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 에코디자인·콘텐츠 융복합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광명 ▲ ICT 융·복합 콘텐츠 창업을 지원하는 판교 ▲ 실감미디어 및 문화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광교 ▲ 제조업과 디자인을 돕는 북부 ▲ 기술/제조/콘텐츠 등 메이커스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서부 ▲ 방송영상 및 뉴미디어 창업을 돕는 고양 등으로 전문 분야를 나눠 창업 생태계의 조밀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올해 1월 신설된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만 보아도 뚜렷한 지원 목표와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는 광명시 특화 산업인 에코 디자인(환경+디자인+제조) 분야 창업 지원을 통해 지역 산업 고부가가치화와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 ‘환경 디자인과 콘텐츠 산업의 융합’이 목표다. 아울러 광명시 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는 ‘2020 지구를 지키는 환경문제 해결단’이라거나, 환경을 주제로 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보유한 개인 및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구를 지키는 콘텐츠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 등 여러 사업을 통해 광명은 물론 전국의 에코 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교육부터 피칭, 영상 제작·배포 등을 지원하는 ‘에코비즈니스 데모데이’나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장 검증 프로그램인 ‘에코비즈니스 시장성 테스트 지원’, 친환경 제품을 주제로 융합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 개인 및 기업을 지원하는 ‘환경 콘텐츠 비즈니스 지원사업’ 등도 추진한다. 이중 환경 콘텐츠 비즈니스 지원 사업만 하더라도 총 40개 사의 친환경 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시제품 제작과 사업화까지 돕는다. 특히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 해상 사업도 진행하면서 제작 및 자금지원 운영 자부담 및 기술료 전액 면제 등 국민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이와 같은 지원의 분업화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에 그치지 않고, 경기콘텐츠진흥원 산하 기관 모두가 각자의 색채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는 단적인 예시, 고르고 꾸준한 투자 이어져야
코로나 19로 인한 전세계적 경기침체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은 끊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스타트업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들은 적절한 시장 상황과 성공적인 운영 덕분에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ICT와 바이오 등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는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일본과 같이 경쟁력 있는 후발 주자가 치고 올라오는 것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유니콘 기업일지라도 그 타이틀을 뺏기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중대한 과학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 기초 과학이 필수로 요구되는 것처럼, 경쟁력 있는 새로운 유니콘이 등장하기 위해서도 스타트업은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처럼 ICT나 바이오 분야 같은 수익 위주의 사업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방송, 문화 콘텐츠를 고루 지원해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와 같은 기관이 더욱더 많아져야 할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