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척? 애자일하게 움직여라’ 아마존 매니저의 조언 [씨포스 수출전략 분석]
[디자인 스케일업 (한국디자인진흥원x인터비즈)] 씨포스(3)
씨포스는 2018년 3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셈인데요. 새싹입니다.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샘플을 찾아보라면, 주저 없이 씨포스라 말하고 싶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다짐하며 시장 경쟁을 선언했지만, 주변에서 보기엔 아직 어리숙한 상황. 조금 더 가다듬고, 나만의 장점을 찾아 경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스케일업(Scale-Up)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이들이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도록, 휘청이는 이에게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새싹 씨포스를 위해 스케일업팀은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APJ GTM Strategy 팀의 정길수 매니저를 모셨습니다. 저희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씨포스에게 가장 잘 조언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아래 글은 정 매니저가 애정어린 진심으로 씨포스에게 전하는, 그리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같은 길을 걷고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권하는 메시지입니다.
국내보다 해외로, 씨포스가 나아갈 길
씨포스가 개발한, 창문에 입히는 옷 ‘베일리쉬(Veilish)’는 소위 핫(Hot)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기존 카테고리 중 하나인 ‘홈인테리어’ 아이템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을 통해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럴 때 주목할 것은, 해당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의 대표 이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씨포스를 설립한 박 대표는 지난 12년간 창문용 시트, 포인트 벽지 등을 유통한 경험자다. 그는 현장의 경엄과, 해외 유통 등을 바탕으로 배일리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박 대표가 발견한 것은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차이점이다.
해외는 국내와 달리 홈인테리어 DIY 제품을 찾는 사용자가 많다. 사용자가 직접, 내 집 거실, 내 집 안방, 우리 사무실을 꾸민다. 우리집 베란다 창문을 바꾸기 위해 전문 인테리어 업자를 찾아나서기 보다, 차를 몰고 동네 마트에 나가 홈인테리어 DIY 제품을 직접 구매한다.
씨포스 박 대표가 해외 진출을 원하는 이유다. 답은 정해졌다. 국내보다 해외 공략을 우선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내 집’, ‘내 사무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해외시장 개척, ‘agile’하게 움직여라
스타트업은 자본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빠르게 제품을 테스트하고 시장성을 확인해야 한다. 신제품 개발에 1년, 제품 테스트에 1년, 시장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1년… 등을 소비하는 대기업과 상황이 다르다. 씨포스는 트레이드쇼(trade show, 무역견본시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를 찾아 헤맬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세계 행사, 이벤트는 대부분 취소됐다. 트레이드쇼, 전시회 등도 마찬가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려야 하는 씨포스에게 찾아온 악재다. 베일리쉬를 알릴 수 있는 길이 막혔다.
위기 후에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다행인 점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인들이 실내에 거주하는 시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곧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으로, 홈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씨포스에게 찾아온 위기이자 기회다.
애자일(Agile)은 IT업계에서 시작한 소프트웨어 방법론이다. 빨리 진행하되 피드백을 자주 받으면서 결과를 개선해나가는 방법이다.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고, 사용자의 의견/평가 등을 바탕으로 단점을 개선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진행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씨포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소량의 제품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현지 반응을 보면서 제품을 개선하라. 그 이후에 수출을 증가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은 국가별로 챙겨야 할 점이 너무 많다. 국가별 유통망(현지 거래처 탐색, 적합한 거래처인지 확인하기 등)이 다르다. 이외에 신용장, 관세, 물류, 현지 마케팅, 현지 소비자 특성, 반품정책 등 신경써야 할 것은 계속 늘어난다. 공통된 기준도 없다. 국가별로 상황은 제각각이니 타겟하는 시장이 많아질수록 관리 포인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금도 부족하고, 인력도 없고, 시간에 쫓기는 스타트업이 수많은 국가를 타겟으로 수출하기 위한 방법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닷컴(Amazon.com)'이다.
아마존은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3억 명 이상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커머스다. 씨포스와 같이 아직 초기 자본력이 충분히 않지만, 해외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 ‘바이어 물색’, ‘도소매업체와의 계약’, ‘리테일 시장 탐색’ 등에 나설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이 수출을 애자일하게(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위해 해외의 강력한 온라인 커머스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업에 집중하라
씨포스가 가진 핵심 경쟁력은 고객 맞춤 서비스, 디자인 역량 등이다. 여기에 온 힘을 쏟는다. 그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하지만, 씨포스가 성장하기 위해서 수출 확장은 필수다. 박 대표도 해외 공략을 선택했다.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씨포스는 핵심 역량과 유용 자원을 한 번 더 검토해야 한다. 수출 지역, 제품군 확장 등에 있어 투입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무턱대고 수출 국가를 늘리면, 제반 업무를 처리하기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파트너, 업무 제휴다. 현지 시장에서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제휴 파트너, 에이전시를 찾아야 한다. 특히, 제휴를 통해 확장하고자 하는 목표, 업무 분담, 이행 계획, 효율성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씨포스는 적절한 제휴를 통해 자신의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해외 유통망(총판) 탐색, 미팅, 계약, 온라인 커머스 진출 등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마존은 강력한 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전세계에서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셀러들이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도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프로페셔널 셀러로 등록하면, 배송을 포함한 제반 서비스를 아마존에게 의뢰할 수 있다. 이는 아마존이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서비스와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하나로 응집해 해결하고, 씨포스는 본연의 업무인 제품 디자인, 생산,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B2C와 B2B,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씨포스가 수출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일반 소비자와 기업 소비자다. 우리집 거실 창문에 붙이고자 하는 베일리쉬와 커피숍 매장 창문에 붙이는 베일리쉬는 고객군이 다르다. 쉽게 말해 B2C 고객과 B2B 고객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두 마리 토끼다. 그런데, 한 번에 두 소비자층을 공략한다? 쉽지 않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기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Forrester’의 설문 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B2B 구매자 중 92%가 아마존에서 업무용으로 구매할 상품을 검색한다. 또한, B2B 구매자 중 82%가 아마존닷컴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실제로 아마존은 B2B 전용 마켓 플레이스를 오픈해 미국 내 수백만 개의 기업 및 공공기관 회원을 확보 중이다. 아마존 비즈니스(Amazon Business)다.
아마존 비즈니스는 미국 내 기업 또는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B2B 거래 전용 마켓 플레이스'로,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뤄진다. 씨포스가 아마존 비즈니스를 활용해 B2B 고객을 위한 제품 판매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마존 비즈니스는 출범 첫해 약 1조 원, 출범 3년 만에 약 11조 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이는 아마존닷컴이나 AWS보다 훨씬 빠른 성장 속도다. 현재 포춘지 100대 기업 중 55개 기업과 미국에서 가장 큰 100대 병원 중 50% 이상이 아마존 비즈니스의 고객이며, 가장 인구가 많은 100대 로컬 정부 중 40% 이상이 아마존 비즈니스를 활용 중이다. 퍼시스 의자 전문 브랜드 시디즈의 경우, 아마존 비즈니스 입점 뒤 매 분기 매출은 2배 이상 상승했으며, 2019년 2월부터 B2B 매출 비율은 70%를 돌파한 바 있다.
씨포스와 같은 스타트업은 스스로 강화하고자 하는 본래의 핵심역량 하나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차다. 이런 와중에 판로 확대를 위해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도전은, 이뤄내기 힘든 과제다. 수출에는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소수의 인원으로 당면한 성장 과제를 해결하며 함께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길은 하나로 귀결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믿을 수 있는 파트너, 외부와의 제휴다. 다만, 직접 유통망을 찾고, 직접 바이어를 만나고, 직접 관리하는 것은, 핵심역량의 분산으로 이어진다.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은 지양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택, 논리적인 발걸음이 필요하다. 때문에 아마존이라는, 이미 검증된 해외 온라인 커머스를 활용하는 것은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바다를 건너고자 하는 씨포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 정길수 매니저(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APJ GTM Strategy 팀)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