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거품 빠진 3080 등장, PC 업그레이드 타이밍인가?

남시현 sh@itdonga.com

그래픽카드 RTX3080 때문에 게임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현재 공개된 벤치마크 점수에 따르면, 이전 세대 동급 기종인 2080과 동일한 가격인 699달러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두배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주며, 이전 세대 최상위 기종이자 거의 두배에 가까운 가격인 1199달러에 출시된 2080TI보다 30% 이상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3080을 사용하면 4K 해상도에서도 60프레임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초 엔비디아가 공개한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
지난 9월초 엔비디아가 공개한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

또한, 이전 2080Ti 때와 마찬가지로 용산 프리미엄이 붙어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에이수스 등 몇몇 제조사들이 용산 도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쇼핑몰에 공급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돼 더욱 난리가 났다.

특히, 에이수스는 이번에 공개한 가격이 한정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 가격이 아니라, 앞으로도 동일한 가격대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다른 경쟁 제품들도 2080 시절만큼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출시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물건을 정가에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 화제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용산 도매업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용산을 거치게 되면 15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3080을 용산 거품이 빠지면서 9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게 됐으니, PC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었다면 눈이 번쩍 떠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상보다 착한(?)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100만원 정도의 거금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RTX 30 그래픽카드 성능은 모두 이전 세대 대비 향상했다
RTX 30 그래픽카드 성능은 모두 이전 세대 대비 향상했다

일단 RTX 3080은 최대 소비 전력이 320W로, 엔비디아에서 권장하는 파워는 750W 이상이다. 3080을 구입하는 용도가 대부분 고성능 게임을 4K로 돌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예 850W 정도의 파워를 사용하는게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즉, 이전 세대 컴퓨터의 경우 대부분 600W 정도의 파워를 사용하고 있으니, 850W 파워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성능이 향상되면서 크기도 커졌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파운더스 에디션 기준 285mm이기 때문에, 타 제조사들의 오버클럭 버전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즉, 현재 사용하고 있는 PC 케이스가 미들타워라면, PC 케이스를 통째로 갈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픽 카드만 살짝 바꾸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케이스에 파워까지 교체하는, 사실상 PC를 다시 만드는 수준의 대공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3080 교체의 최고 장점은 4K 그래픽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게임 환경이 4K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도 고민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3080 급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CPU는 당연히 최상위급으로 사용하고 있을테지만, 모니터의 경우에는 아직 4K가 대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4K 해상도를 제공하는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거나, QHD 화질이라도 HDR 기능이 포함된 모니터를 가지고 있어야만 3080에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은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가 예전보다는 많이 저렴해졌다고는 하나, 브랜드, 패널 종류, 인치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3080 이후에 나올 제품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3080이 워낙 가성비 좋은 모델로 나왔기 때문에 1499달러로 출시될 3090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3070 역시 굉장히 매력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발표에 따르면 3070의 경우 499 달러로 판매되지만, 성능은 이전 세대 최상위 모델인 2080TI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K 해상도에서 6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성능이다. 3080과 마찬가지로 용산 거품이 빠진 상태로 출시되면 60만원대도 노려볼 수 있다. 1년전 15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출시됐던 그래픽 카드와 동일한 성능을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다 죽기 직전에 사지”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CPU와 램의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 제품 출시까지 가려면 2~3년은 더 있어야 하지만, CPU와 램의 세대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최근 발표한 11세대 노트북의 경우 기존의 14나노보다 향상된 10나노 공정으로 나올 예정이며, 데스크탑의 경우에는 12세대쯤에 10나노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12세대 CPU에는 DDR5 램이 도입될 예정이다. 10나노 공정과 DDR5가 결합되면 예전 DDR3에서 DDR4 램으로 바뀔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성능 향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2~3년 내로 끝날 예정인 DDR4 시대의 막차를 타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신 기기가 나왔을 때 이를 빨리 누리고 싶어하는 마음은 당연하지만, 너무 분위기에 휘둘려서, 비싸게 산 기기를 중고로 헐값에 넘기고, 예정에 없던 또 다른 소비를 하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닐 수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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