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넓히는 메시 공유기, 넷기어 RBK12와 MK62의 이모저모
[IT동아 김영우 기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과 같이 익히 잘 알려진 IT 기기 외에도 냉장고나 세탁기, 에어컨과 같은 생활가전 기기들도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춘 IoT(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도를 더한 제품이 바로 인터넷 공유기다.
특히 최근 공유기 시장에서는 더 넓은 와이파이 접속범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었는데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메시(Mesh) 기술이다. 이는 복수의 AP(접속 포인트)를 곳곳에 배치해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넓은 와이파이 범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메시 지원 공유기는 기본적으로 유선 인터넷에 접속되는 본체인 라우터 유닛, 그리고 라우터 유닛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받아 이를 주변에 다시 확장하는 새틀라이트 유닛으로 구성된다. 새틀라이트 유닛을 여럿 이용하면 더 넓은 와이파이 범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테면 2층집에서 1층에는 라우터, 2층에는 새틀라이트를 배치한다면 집안 전체에서 원활한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하다.
넷기어(Netgear)의 오르비(Orbi) 시리즈는 메시 공유기의 도입기였던 2017년에 첫 제품이 출시되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오르비 시리즈 초기 제품들은 기업 및 전문가용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성능은 우수했지만 기본세트(라우터 + 새틀라이트 x 1)의 가격이 60~70만원에 육박하고 본체 크기도 커서 가정 및 개인 사용자가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문턱 낮춘 넷기어 메시 시리즈, RBK12와 MK62의 공통점
이런 넷기어 메시 공유기 시리즈도 올해부터는 가정용 시장을 겨냥해 모델이 등장했다. 오르비 RBK12와 나이트호크 MK62가 그것이다. 이 제품들은 일부 사양을 조정하고 본체 크기를 줄였으며 가격 역시 RBK12이 20만원 전후, MK63이 30만원 전후로 낮아졌다. 참고로 RBK12와 MK62는 1(라우터)+1(새틀라이트) 구성 제품의 모델명이며, 1+2 구성 제품의 모델명은 RBK13, MK63이다. 1+2 모델은 1+1 모델에 비해 10만원 정도 더 비싸다.
RBK12와 MK62는 둘 다 넷기어 메시 공유기 시리즈에 속하기 때문에 특성 역시 유사한 점이 많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유닛 모두 어른 주먹 만한 크기로 작아졌으며, 1대의 라우터에 복수의 새틀라이트 유닛을 연동해 와이파이 범위를 확장한다는 메시 공유기의 기본적인 특성도 동일하게 갖췄다.
일반적인 공유기를 여럿 설치해 이용할 경우에도 와이파이 범위를 넓힐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각 공유기마다 각각 다른 SSID(접속목록)을 가지게 되므로 각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신호가 약해지거나 끊겨서 다른 와이파이 SSID로 재접속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메시 공유기는 AP 유닛(라우터, 새틀라이트)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모두 동일한 1개의 SSID를 이용하며, 각 AP 사이에 자동으로 로밍이 이루어지므로 곳곳을 이동하며 이용하더라도 끊김 없는 와이파이 접속을 이어갈 수 있다. RBK12와 MK62 역시 이와 같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동시에 여러 장치로 데이터를 스트리밍해 접속자 수가 늘어나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한 MU-MIMO(Multi 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 사용자의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켜 음영지역을 최소화하는 빔포밍+(Beamforming+) 기술과 같이 최근 신형 공유기에 주로 적용되는 무선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PC 접속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제품의 초기 설치 및 각종 설정 관리를 원격으로 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앱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역시 RBK12와 MK62의 공통점이다.
RBK12와 MK62의 가장 큰 차이는 와이파이6 지원 여부
하지만 양 제품 사이에 차이점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선 성능이다. RBK12는 기존 와이파이 표준인 와이파이5(Wifi 5, 802.11ac) 규격 제품이지만 MK62는 최신 와이파이 표준인 와이파이6(Wifi 6, 802.11ax) 규격 제품이다. 무선 성능의 차이는 제조사에서 공개한 수치적인 사양만 봐도 확인 가능하다. 참고로 최근 출시되는 공유기는 최대 접속속도가 낮지만 장애물에 강한 2.4GHz 와이파이와 그 반대의 특성을 가진 5GHz 와이파이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듀얼밴드 기술이 거의 기본으로 탑재된다. 와이파이5 공유기인 RBK12의 경우, 2.4GHz에서 최대 400Mbps, 5GHz에서 최대 866Mbps 속도로 접속 가능한 합계 AC1200급 사양이다.
반면 와이파이6 공유기인 MK62의 경우, 2.4GHz에서 최대 600Mbps, 5GHz에서 최대 1200Mbps로 접속이 가능한 AX1800급 사양이다. 이와 더불어 MK62는 여러 기기의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 처리하여 병목현상을 줄이고 반응속도도 높일 수 있는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 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 통신의 무단 도청이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WPA3 암호화 기술 등, 와이파이6 고유의 최신 기술을 지원하는 점도 차별점이다.
이렇게 전반적인 무선 성능 면에서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MK62가 와이파이5 제품인 RBK12를 앞서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RBK12의 구매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MK62의 성능을 온전하게 이용하려면 사용자의 단말기 역시 와이파이6를 지원해야 한다. 갤럭시S10 이후에 나온 삼성전자 고급형 스마트폰(갤럭시 S/노트 시리즈 등), 그리고 아이폰 11 시리즈 이후의 애플 스마트폰 등이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등, 와이파이6 지원 제품의 수가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시중에는 와이파이6 미지원 제품이 더 많이 쓰인다.
와이파이6 지원 공유기를 이용하더라도 사용자의 단말기가 와이파이5 규격이라면 와이파이5 수준의 성능밖에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제품 가격 역시 RBK12가 MK62에 비해 10만원 정도 저렴하다는 점 역시 구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RBK12와 MK62, 사용자 환경에 따라 선호도 갈릴 만
따라서 와이파이6 지원 기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거나 구매 예정인 소비자, 그리고 빠른 통신 속도를 중시하는 게이머 등의 소비자가 메시 공유기를 원한다면 넷기어 나이트호크 MK62의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와이파이6 지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등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와이파이6 공유기를 선택한다면 향후 공유기 교체 주기도 좀더 길게 바라볼 수 있다.
반면 메시 공유기 특유의 넓은 와이파이 접속 범위를 원하지만 와이파이6 기술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면 넷기어 오르비 RBK12를 구매해 비용을 절약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법이다. 특히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등의 생활가전 IoT 기기의 경우는 빠른 통신 속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와이파이6 지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으니 참고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