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고 싶나요? '내가 뭘 하는지' 놓치지 마세요..최중요 '5단계'[델리스 BM분석]
[스케일업X서울먹거리창업센터] 델리스(2)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함께 스케일업(Scale-Up)을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 ‘델리스’, ‘바다드림’, ‘에이치엔노바텍’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 한 분을 모셨습니다. 저희 ‘스케일업 프로젝트’, ‘스케일업 코리아’를 통해 현장을 함께 누빈 인사이터스의 황현철 대표입니다.
황 대표는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입니다. 지난 20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는데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기업에게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팔고 싶습니다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황 대표 물음에, 김희곤 델리스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많이 판매하고 싶다”고. 글쎄. 비단 델리스만의 바람일까. 아마 전세계 모든 제조 업체(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의 희망사항일테다. 멋쩍은 웃음을 띄운 황 대표가 질문을 이어갔다. “지금 무엇에 한계를 느끼고 있냐”고. 조금씩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며 업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다.
※ 현장에서 나눈 대화를 구문 형태로 정리해 소개한다(아래부터).
김 대표: (순간은) 와디즈를 통해 선보인 뒤,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6번에 걸쳐 판매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한 자사몰을 운영 중이다. 벤더 업체를 통해 쿠팡, G마켓 등 오픈마켓에도 유통 중이다. 특정 기업, 기관을 위한 폐쇄몰에서도 판매하고 있고. 다만, 아직 판매량을 우리 기준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다. 신생 브랜드가 그렇듯, 소비자들이 제품을 낯설어 한다. (순간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어떤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지… 명확한 타깃을 알고 싶다. 그래야 상품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텐데. 대기업 또는 대형 벤더 업체와도 연결되고 싶고.
장 이사: 나름 유통 채널을 다양하게 정비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친다. 내부에서 파악한 원인은, 순간이라는 고체육수를 소비자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황 대표가 순간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활동으로 무엇을 실행하고 있는지 물었다.
김 대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순간을 알리고 있다. 네이버 키워드 광고도 진행하고 있고. ‘육수’는 워낙 많이 활용되고 있는 키워드(그만큼 비싸다)라, ‘고체육수’로 진행 중이다.
장 이사: 순간을 보다 더 눈에 띌 수 있도록 포장(패키지) 디자인을 바꿨다. 패키지 색상을 하얀색에서 육수를 떠올릴 수 있는 색깔로 바꿨고, 기존에는 개별 포장을 투명한 비닐로 했는데, 햇빛으로 인한 변질을 막을 수 있도록 불투명하게 바꿨다. 고객으로부터 얻은 의견도 반영하고 있다. 맛, 레시피도 조절하고 있고(너무 달다는 고객 요청에 레시피를 조정 중이라고).
순간을 마치 조미료처럼 오해하는 고객을 위해, 우리 제품은 육수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노력했다. 순간을 택배로 보내기 위해 종이박스로 포장하며 내부에 안내문을 넣기도 했고, 자사몰과 오픈마켓에 제품을 소개하며 상세한 설명을 넣기도 했다. 한가지 욕심이라면, 오픈마켓에서 상품 분류를 조미료나 수산물에 배치되고 있는데… 어떻게 바꿀 수 없는지 궁금하다.
많이 판매하고 싶다? 많이 알려야 한다!
황 대표는 김 대표, 장 이사와 한참을 티키타카하며 대화를 나눴다. 정리는 금방 끝났다. 황 대표는 “유통 채널은 나름 잘 준비했다. 최소한 순간이라는 상품을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을 직접하지 않는 이상, 온라인 유통 채널은 문제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상품을 진열했는데, 고객이 안사간다. 왜일까? 홍보/마케팅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고객이 손 앞에서 쉽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이 뭔지 인지할 수 있도록 제안해야 한다. 이 부분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순간은 작년 12월에 출시했다. 이제 6개월, 7개월 정도 지났다.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제품을, B2C 타깃에 인지시킨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니, 말도 안되는 얘기다”라며 포인트를 집었다.
즉, 델리스는 고객에게 무엇을 각인시킬 것이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순간이 무엇인지, 고체육수가 무엇인지…. 이를 고객에게 어떻게 인식시켜야 하는지 근본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마땅히 떠올릴 수 있는 연상 이미지가 없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걸까? 델리스는 순간을 판매하고 알리는데, 체계를 갖추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1단계 : 소구 포인트를 찾아라
순간은 육수다. 다만, 고객에게 생소한 고체형태의 육수다. 델리스는 왜 고체로 육수를 만들었나. 고객, 사용자의 경험을 분석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그럼 사람들은, 고객은 육수를 어떻게 만들어왔나.
멸치, 다시마, 양파, 대파, 버섯 등 육수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전문 식당의 경우, 재료를 통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어느 정도 칼로 썰어주는, 다듬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물에 넣고, 푹~ 끓인다. 오래 끓이면 제 맛이 안나는 - 쓴 맛을 내는 - 다시마는 중간에 빼야 하고.
어느 정도 육수를 완성하면, 이제 재료를 건질 차례다. 그나마 재료를 그대로 잘 건져내면 다행이다. 대부분의 육수 재료는 끊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흩어진다. 부서진 멸치는 건져 내기도 꽤 번거롭다. 촘촘한 육수 망에 재료를 담은 다시팩을 사용하는 이유다. 여차저차 건져낸 육수 재료는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해 버려야 한다.
가끔 육수를 미리 만드는 경우가 있긴 하다. 큰 냄비에 한참을 끊이고, 한번에 필요한만큼 육수를 나눠 담은 뒤, 대부분 냉동실에 보관해 얼린다.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서 녹여 사용하는데, 이때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녹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달라붙은 비닐도 떼내야 한다.
이처럼 고객들이 육수를 내기 위해 경험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되돌아 봐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어떤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는지 찾아야 한다. 가격, 제품 브랜드(인지도), 성분(재료), 간편성(사용성), 용도 적합성(국을 끓일 것인지, 찌개를 끓일 것인지), 소용량 포장(1인분을 위한 소포장은 되어 있는지), 차가운 물로도 만들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할 것이다. 여기서 소구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순간은 육수를 만드는 기존 재료, 또는 다시팩, 또는 경쟁사 고체육수와 큰 차이를 못 느낀다. 즉, 고객이 육수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과 비교해 차별성을 찾아 어필해야 한다.
순간은 찬물에도 잘 녹는다. 다시팩은? 불가능하다. 다시팩을 1시간 동안 찬물에 넣어 우려낸다고 육수를 완성할 수 있나. 순간은 찬물로도 육수를 만들 수 있는, 어느 육수 재료도 따라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제품과 다른 차별성이다. ‘놀라운 용해성’이라고 표현해보면 어떨까. 분명히 다른, 소구 포인트다.
2단계 : 탐색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2단계는 탐색이다. 정보를 찾는다. 순간을 필요로 하는 잠재 고객은 누구일까. 젊은 주부나 1인 가구일 것이다. 해당 고객 타겟이 어떤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는지 고민해야 한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지역 기반의 맘 카페도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접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타겟 고객이 주로 어떻게 제품을 찾는지, 어떻게 정보를 구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키워드를 활용한 검색 광고도 좋지만, 현재 설정한 ‘고체육수’로 검색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검색어별 단가를 비교해 어떤 키워드가 효과가 좋은지 나름의 기준점을 찾아보길 권한다.
3단계 : 구매하는 이유
육수를 찾는 고객이 정보를 탐색해 순간을 알았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구매의 이유’다. 조금 더 과감하게 고객에게 어필해야 하는 시점이다. 고객은 찬물에도 잘 녹는, 고체육수라는 것을 사용해본 경험이 없잖은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첫 구매에 대한 쿠폰 또는 할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구매하는 고객에게 네이버페이로 마일리지를 적립해줄 수도 있겠다. 맘카페와 같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활용한 공동구매도 좋은 방법이다. 젊은 주부 직원가 많이 일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순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
새로운 제품으로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 초기에 진입할 때, 우리 제품에 자신 있다면,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순간은 간편성이라는 경험을 팔아야 한다. 왜 배달의민족이 처음 구매하는 고객에게 1만 원을 줄까. 스마트폰으로 쉽게 주문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4단계 : '재구매' 하는 이유
한번 구매한 고객이 다시 재구매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재구매하면 할인해주는 마케팅이 여기에 속한다(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격, 숫자와 관련된 지극히 이성적인 접근이다.
감성적인 접근도 재구매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고객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왜 순간은 찬물에도 잘 녹는지. 육수 재료를 동결건조 방법으로 만든 순간은 왜 우수한지. 경쟁사와 비교해 순간은 왜 좋은지. …미처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알려보면 어떨까. 만약 우리가 적은 이러한 메시지로 10명 중 1명이 재구매를 선택했다면, 10%의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5단계 : '공유'하는 이유
고객이 직접 제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유를 제공하라는 뜻이다. 고객이 키보드를 활용해 리뷰(후기)를 작성하게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순간을 알릴 수 있도록 움직일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순간을 활용한 요리 레시피를 유튜브에 올리는 작은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다. 과거 델리스가 진행한 기술고등학교 요리학과 학생들과 순간을 활용한 대회를 진행했던 것으로 안다. 당시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로 알렸으면 어땠을까. 스마트폰, 모바일 시대에 고객이 다양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목적 단계'를 생각하라
황 대표가 강조한 것은 목적 단계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영업, 제품을 알리기 위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 우리가 현재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에 집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목적을 명확하게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장치를 빠짐없이 배치해야 한다.
간혹 스타트업은 지금 현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걷고자 하는 정체성에서 벗어나곤 한다. 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했던 기업이 갑자기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 단계에 맞춰 뒤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델리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 순간을 생산했다. 나름의 경쟁력, 소구 포인트도 확보했다. 이들이 한걸음 더 앞을 향해 내딛을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도 아낌 없는 성원과 날카로운 조언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