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 바꾸고 싶은가?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라! [세비앙 BM분석]

[디자인 스케일업 (한국디자인진흥원x인터비즈)] 세비앙(2)

고독한 경영자의 블루(Blue)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그만의 빛깔을 느껴본 적 있는가? 무색무취에 가까운 사람도 많지만, 세비앙 류인식 대표님은 무색무취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새긴 네온사인의 블루라고나 할까.

마치 이런 느낌과 같았다, 출처: 인사이터스
마치 이런 느낌과 같았다, 출처: 인사이터스

류인식 대표는 욕실 사업만 27년을 해오셨다고 한다. 겹겹이 놓여있던 고비를 넘고 또 넘어온 탓에 쌓여버린 굳은 살, 하지만 굳은 살을 논하는 것조차도 하찮을 오랜 경험과 식견, 사업의 중심에 사람을 두겠다는 의지와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한 욕실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정, 사업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가지신 듯하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푸른 빛을 내고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으나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경영자의 고독 내지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초조한 자의 네온블루다.

세비앙 류인식 대표, 출처: 인사이터스
세비앙 류인식 대표, 출처: 인사이터스

27년차 베테랑이 초조한 이유 I.

첫번째 이유는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세비앙의 매출 비중 중 70%는 아파트, 오피스텔 등 건설사에 대량 납품하는 특판 영업(B2B 거래)이다. 그런데, 이 시장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졌다. 그만큼 수익성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전국의 아파트 분양물량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다. 앞으로 신규 주택시장이 살아난다 해도 그 것이 세비앙의 시장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출처: 인사이터스
출처: 인사이터스

샤워기 특판 시장의 경쟁력이란 무엇일까?

샤워기를 납품 받는 아파트 건설사는 어떤 기준으로 납품업체를 선정할까? 기능성, 디자인, 가격, 브랜드인지도, A/S 등등 소위 구매를 좌우하는 요소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명확히 차별화 되는 요소는 뭐가 있을까.

냉엄한 업계 현실로 볼 때 가격 이외의 모든 요소는 평가가 모호해진다. 샤워기의 기능성과 디자인은 이미 국내 업체 모두 상당 수준 갖추고 있다. A/S나 시공편의성 또한 평준화된 사항들이다. 브랜드인지도? 이런 것은 대기업 계열사가 우세하다. 그렇다면 세비앙은 무엇으로 경쟁해야 할까? 가격밖에 남은 것이 없다. 문제는 이런 가격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수익성은 떨어지기에, 결국 지는 게임이 되어 버리고 만다.

27년차 베테랑이 초조한 이유 II.

'이겨도 지는(?)' 게임의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세비앙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을 선택했다. 아마도 B2C로의 확장은 두가지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첫째는 증가하는 욕실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대응책이며, 둘째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최종 소비자에게 ‘세비앙’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점진적으로 B2B 시장(특판 영업)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세비앙의 B2C 사업전략, 출처: 인사이터스
세비앙의 B2C 사업전략, 출처: 인사이터스

좋은 방향성이다. 좋은 방향성인데, 류 대표는 초조해 보인다. 왜 초조할까? 일반적으로 방향과 목표는 명확한데, ‘HOW’가 명확하지 않을 때 증상이다.

B2C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HOW

HOW란 타이틀은 특별한 솔루션이라도 제시하는 듯한 뉘앙스인지라… 무척 부담스럽다. 하지만, 같은 유형의 고민을 가진 독자 여러분께 도움 드리는 의미에서 세비앙 임직원과 가진 미니 워크샵을 통해 나온 전략 아이디어들을 요약 정리해 전달한다. 이 글을 보시는 전문가들도 혜안을 빌려주시어 더욱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보태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

세비앙과 진행한 미니 워크샵, 출처: 인사이터스
세비앙과 진행한 미니 워크샵, 출처: 인사이터스

첫째, 고객(최종 소비자)을 초기 구매로 이끄는 유입의 전략

세비앙은 생소하다. 적어도 욕실 제품에 무지한 필자는 이 회사를 처음 알았다. 생소한 브랜드 제품에 대한 초기 구매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해야 (최종 소비자가) 탐색하고 구매까지 결정할 수 있다. 어떻게 구매의 문턱을 넘게 할 것인가?

고객 초기유입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할인이다. 할인을 해주더라도 인심좋게 무차별로 살포하는 할인은 ‘싸구려’ 이미지만 심어줄 뿐이므로, ‘할인의 이유’를 만들어 줘야 더욱 효과적이다.

이유 있는 할인을 만들기 위해 찬찬히 살펴보니 다행히도 세비앙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있다. 오랜 기간 특판 영업을 통해 건설사에 납품한, 무려 120만 가구 아파트에 세비앙 샤워기 제품을 설치했고, A/S 등의 이유로 모든 아파트 단지에 고객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기존 고객들, 특히 10년 이상 노후 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욕실 설비 교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완전히 생소한 제품이 아니라 기존에 써오던 제품 회사에서 파격적인 교체 할인을 제공한다면, 초기 구매 문턱을 넘게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교체 할인을 통해 물건을 파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모품이든, 추가 모듈이든 최종 소비자로부터 후속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형 제품을 팔아야 한다. 이른바 면도기와 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인데, 고객 락인(Lock-in) 효과와 후속 구매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요즘 주목 받고 있는 필터 교환형 샤워기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다만, 이미 시장에 너무 많은 경쟁자가 존재하는 관계로 세비앙의 샤워기 시스템을 그 플랫폼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다.

출처: 인사이터스
출처: 인사이터스

둘째, 멤버십 구축과 상품군 확대로 성장 가속화

초기 유입된 고객의 후속 구매 활성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고객이 살 물건이 다양해야 한다. 즉, 욕실 상품군을 확대해야 하고, 그 상품을 구매하는데 있어서 기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준비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할인 혜택을 제공해 고객을 자사 온라인몰 멤버십 가입으로 유도하고, 세비앙 고유의 욕실 관련 상품군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욕실 관련 고유 상품군이라는 것에 대한 해석을 단순한 부착물이 아닌 ‘더 기분 좋은 샤워’를 위한 IT 및 전기 전자 제품까지 확대하면 어떨까. 세비앙의 비전이 ‘욕실의 모든 것’ 아니던가.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제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출처: 인사이터스
출처: 인사이터스

셋째, 욕실 관련 서비스 확장으로 게임체인저로 발돋음하기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일부 욕실 제품 선도 업체들은 이미 욕실 리노베이션, 욕실 전문 청소 관리 등 서비스 시장으로 확장했다. 설치와 시공, 관리까지 확장해 이른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다만, 이것이 정말 토탈 솔루션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욕실은 아주 많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세면대와 욕실 바닥 하수구는 툭하면 막히며, 습한 여름이 지나면 욕실 타일 사이 사이 줄눈에 검은 곰팡이가 자리 잡는다. 어떤 날은 악취가 올라오며, 어떤 날은 오물이 역류까지 하신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진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문제가 생길 때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를 부를 수 있다면, 또는 누군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이미 점검하고 보수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준다면…?

우리가 욕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새로운 유형의 솔루션이 필요함을 반증하는 것이며, 아직도 세비앙에게 수 많은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단순한 청소관리가 아니라 전문성 기반의 진단과 솔루션으로 차별화한다면, 세비앙은 이 바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품이 아니라 고객경험을 디자인해야 이긴다!

세비앙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세상은 너무 야속할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제품 차별화를 위해 고생해왔건만, B2B 시장 고객은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시장은 공평(?)하시게도 누구에게나 야속하다. 지금 잘나가는 그 누군가를 편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시장(市場)이란 분에게 편애란 없다.

그렇기에 세비앙에게는 기회가 있다. 세비앙은 물론 경쟁사들이 내놓는 욕실 제품이 완벽하다 할 수 없으며, IoT, 인공지능을 표방하며 새로운 기술을 강조하는 갖가지 제품과 서비스라 할지라도 완전히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비앙에게 있어 B2C 전환은 온전히 세비앙의 역량으로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지금까지 세비앙이 염두에 두고 있던 새로운 디자인이 제품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고객경험 전반 그리고 그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으로 확장해야 할 때다.

욕실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조하는 게임체인저, 세비앙이 되길 기원하며 이글을 마친다. 이글을 보시는 독자 여러분들도 세비앙을 위한 가치 있는 조언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황현철 / 인사이터스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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