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OS-1Ds가 미러리스로 부활한다면 이런 느낌? 캐논 EOS R5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캐논의 첫 풀프레임(35mm 필름 면적에 준하는 이미지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 ‘EOS R’을 공개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자사의 주력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였던 EOS 5D M4를 그대로 미러리스에 옮긴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본체의 성능이 아니었다. 렌즈 마운트 플랫폼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경하면서 목표가 뚜렷하게 드러냈다. 단순히 미러리스 카메라를 ‘DSLR의 변형’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화한 플랫폼’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캐논의 플래그십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
캐논의 플래그십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

EOS R은 사실 상급기보다 중급기 성격이 짙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EOS 5D M4와 유사한 모습이다. 제품군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려면 상급기부터 입문기까지 폭넓게 준비해야 된다. 시장에 빨리 진출, 어떻게 보면 독보적이라 할 소니는 A9부터 A7(R·S) 등 세대를 거듭하며 상급기부터 입문형(?)까지 두터운 제품군을 확보해 선택지가 넓다. 캐논도 선택지를 확대함으로써 시장에 대응해야 된다.

EOS R5는 캐논의 선택지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점 외에 내부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새로운 이미지 센서를 적용한 점 외에 고화질 사진영상 기록을 위한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변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맞춰 먼저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담은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EOS-1D X 제품군과 유사하다.

EOS R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외모

EOS R5의 첫인상. 먼저 공개한 EOS R과 거의 비슷하다. 크기는 폭 138.5mm, 높이 97.5mm, 두께 88mm로 EOS R의 135mm x 98.3mm x 84.4mm 대비 아주 약간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손에 쥐는 맛은 좋다. 그립부가 자연스럽게 손에 쥐어 쓰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안정적인 촬영에 큰 영향을 준다.

EOS R5는 앞서 선보인 EOS R과 비슷하다.
EOS R5는 앞서 선보인 EOS R과 비슷하다.

무게도 늘었다. 기존에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해 약 660g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738g 정도가 됐다. 물론, 고성능 DSLR 카메라에 비하면 가볍다. 현재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600g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휴대성 측면에서 본다면 경량화에 집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조작 체계는 EOS R 대비 변화가 큰 편이다.
조작 체계는 EOS R 대비 변화가 큰 편이다.

조작 계통은 얼핏 EOS R과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바로, 후면 상단에 배치되어 있던 다기능 바(Multi-Function Bar)가 사라진 것. 그 자리를 아날로그 컨트롤러 형태의 방향키가 대신한다. 아무래도 기존 사용 방식에 대한 시장의 불만을 캐논이 받아들인 것 같다. 기존 방식으로 돌아와 조작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없지만, 새로운 조작 방식을 더 다듬고 발전시켰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상단은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셔터, 다기능(M-Fn), 명령 다이얼 2개, 녹화, 고정, 모드 변경, LCD 백라이트 점등 등이 있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LCD도 그대로다. 촬영 모드와 셔터 속도, 감도, 노출, 배터리 잔량, 조리개 수치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모드 변경은 여전히 불편하다. 모드 버튼을 누르면 P(자동)/Av(조리개 우선)/Tv(셔터속도 우선)/M(수동) 등을 변경할 수 있는데, 그 외 연사 설정이나 감도 등 세부 설정을 변경하려면 다시 다이얼을 돌려가며 바꿔야 한다. 적응되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편의성을 위해 가급적이면 사용자 지정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극적인 변화는 후면에 있다. 다이얼 바는 조작 스틱으로, 이 외에 버튼이 더 늘었다. 원형 버튼도 다이얼 식으로 바뀌었다. 버튼이 많은 것은 달갑지 않지만,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좋다.

하나씩 보면 좌측 상단에 메뉴와 등급 지정 버튼, 우측에는 다기능 컨트롤러, 확대, 조리개 변경, 정보, 퀵 모드(고속 설정 지원), 원형 조작 버튼 등이 있다. 우측 하단에는 촬영한 이미지를 확인하는 리뷰 버튼과 삭제 버튼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뷰파인더는 화소와 초당 표시 이미지 수(프레임)가 증가했고, 액정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회전 가능하다.
뷰파인더는 화소와 초당 표시 이미지 수(프레임)가 증가했고, 액정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회전 가능하다.

뷰파인더는 업그레이드 됐다. 기존 369만에서 약 576만 화소 사양의 전자식 OLED가 된 것. 배율은 0.76배로 크기 자체로만 놓고 보면 여느 DSLR 뷰파인더 부럽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다. 초당 표시되는 움직임 수도 약 120매에 가까워 부드러워졌다. 액정은 기존과 동일한 약 3.2인치, 210만 화소 사양으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후면, 수평 모두 회전 가능한 스위블 형태를 채택해 자유로운 촬영을 지원한다.

SD 카드와 CFexpress 카드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SD 카드와 CFexpress 카드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저장매체는 SD카드와 컴팩트플래시-익스프레스(CFexpress) 두 가지를 지원한다. 흔히 쓰는 매체, 빠른 저장을 지원하는 매체 두 가지를 동시에 지원해 여러 환경에 대응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CFexpress 규격은 초당 최대 2GB 용량을 주고 받을 정도로 빠르다. 이는 용량이 큰 4K 및 8K 무압축(RAW) 촬영 시에 유리하다.

4,500만 화소 + 8K 동영상 촬영, 민첩함까지 뛰어나

이제 캐논 EOS R5의 성능을 확인해 보자.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나섰다. 렌즈는 RF 24-70mm f/2 L USM을 사용했다. 촬영 모드는 수동, 셔터 속도와 감도는 상황에 맞춰 조절했다. 화질에 필요한 기능도 모두 표준을 적용한 상태다.

ISO 1만 2,800으로 촬영한 결과물. 저조도에서도 최적의 화질을 보여준다.
ISO 1만 2,800으로 촬영한 결과물. 저조도에서도 최적의 화질을 보여준다.

이미지 센서는 4,500만 화소 사양으로 변화하는 촬영 환경에 맞춰 새로 개발했다. 관용도가 ISO 100 기준으로 1단계 확장됐고, 데이터를 불러오는 속도와 자동초점 측정 정밀도도 향상됐다.

새 이미지 센서는 영상처리장치 디직(DiGiC) X와 호흡을 맞춘다. 화질이나 반응성 등에서 EOS R 대비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감도는 카메라 자체에서 ISO 100에서 5만 1,200까지 지원하고, 확장하면 ISO 50에서 10만 2,400까지 확대된다. 고화소 카메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도 수치는 뛰어난 편이다.

암부에서의 화질 열화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암부에서의 화질 열화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고감도 영역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화질은 인상적이다. 4,500만 화소에 달하는 어떻게 보면 고화소 이미지 센서를 썼음에도 ISO 2만 5,600까지 끌어와도 좋은 수준이다. ISO 3만 2,000 이후부터는 화질 열화가 두드러지는데 해상도를 줄여 쓴다면 지장이 없을 정도다. 새로운 이미지 센서와 영상처리장치와의 궁합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명암 차이가 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물을 기록한다.
명암 차이가 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결과물을 기록한다.

이 카메라에는 EOS-1D X 마크3와 마찬가지로 용량은 줄이고 빛 정보는 많이 담고자 HEIF HDR PQ 규격 기록을 지원한다. 기존 파일과 달리 효율은 높이면서도 더 많은 색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흔히 JPEG 대비 최대 4배 가량 많은 정보가 담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당 파일은 포토샵에서 바로 열어 쓸 수 없다. 캐논의 소프트웨어(DPP)를 사용해야 된다. 이는 캐논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파일 규격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탓도 있다.

저조도 환경에서의 초점 검출 능력은 인상적이었다.
저조도 환경에서의 초점 검출 능력은 인상적이었다.

저조도 환경에서 촬영했을 때 느낀 카메라의 강점은 초점 검출 능력이다. 흔히 미러리스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와 별도의 자동초점 센서를 조합해 초점을 잡는 구조를 채택하면서 성능이 향상됐다. 일반적으로 -4에서 -5단계 수준의 저조도 환경에서도 측거 가능하다. EOS R5는 -6단계에서도 초점을 잡는다. 매우 어두운 환경에서도 원하는 곳에 초점을 두고 촬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카메라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부분 중 하나라 하겠다.

8K 동영상 기록을 지원한다는 점이 EOS R5의 가장 큰 장점이다.
8K 동영상 기록을 지원한다는 점이 EOS R5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동영상 촬영 기능도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풀HD부터 4K, 8K까지 두루 기록 가능하다. 여기에 무압축(RAW) 기록까지 가능해 편집에 대한 잠재력이 높다. 4K는 초당 60매, 8K는 초당 30매까지 선택 가능하며, 해상도를 낮추면 초당 120매 이상 기록도 가능하다.

참고로 8K 촬영은 HEVC 규격의 코덱으로 기록되므로 해당 파일을 읽을 수 있도록 관련 파일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보거나 편집할 수 없다. 무압축 촬영도 마찬가지다. 바로 불러들일 수 없고 한 번의 변환을 거쳐야 편집 가능한 상태가 된다. 아직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캐논의 규격에 대응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이며, 곧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촬영에는 큰 도전이 필요하다. 촬영해 보니 1분 기록에 약 9GB에 가까운 용량(ALL-I 기준)을 자랑한다. 10분 정도 촬영한다면 100GB에 가까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무압축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는 용량이 달라질 수 있으나, 해상도가 7,680 x 4,320 가량으로 3,300만 화소가 넘는다. 이를 편집하는데 엄청난 시스템 부하가 걸린다. 편집에 필요한 고성능 시스템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EOS-1Ds가 발전했다면 이런 느낌일까?

EOS R5. 사진영상 품질은 기본이고 편의성과 신뢰도 등 모든 면에서 현재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과거 캐논의 플래그십 DSLR 카메라였던 EOS-1Ds가 떠오를 정도다. EOS-1D는 화소는 낮지만 고속 연사가 가능했고, EOS-1Ds는 고화소로 상업 촬영에 주로 쓰였다. 현재는 이 두 장점을 합쳐 EOS-1D X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EOS R5는 이를 뛰어 넘는다. 4,500만 화소에 초당 최대 20매 연사가 가능하고, 동영상까지 8K 해상도를 지원한다. 사진영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취미로 사진을 기록하는 이까지 두루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렌즈군도 초기에는 부족했지만 현재는 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초점거리 영역 대부분에 대응할 정도로 풍성하다.

캐논 EOS R5.
캐논 EOS R5.

아쉬운 부분은 있다. 조작의 불편함과 배터리 지속력이다. EOS R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조작 자체가 기민하게 반응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동영상 촬영하려면 상단의 모드(MODE) 버튼과 후면의 정보(INFO)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전환이 된다. 녹화버튼이 있기는 하지만 주요 설정들은 모드 전환이 이뤄져야 가능하기에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배터리 지속력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 8K 영상 약 10여 분 정도 진행하니 배터리 잔량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사진과 촬영을 병행한다면 가급적 여분의 배터리 2~3개 정도는 지참해야 될 듯하다.

아쉬움 보다는 장점이 더 큰 EOS R5. 사실, 그간 캐논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능을 도입,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EOS R5는 다르다. 이례적으로 최신 기술에 어느 정도 선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HEIF 규격의 사진영상, 고해상도 대응 등이 그 예다. 이런 점에서 이 카메라는 충분한 가치를 품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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