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디지털 성장 주도, 디지털 뉴딜은 어떻게 추진될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0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대비 -3.3%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16.6% 감소한 데 따른 결과인데, IMF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황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저성장-고물가로 이어지는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통상적인 경제 상황을 벗어난 만큼, 정부 역시 역대급 재원 투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5월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표된 한국판 뉴딜(New Deal) 사업이 바로 그 대응책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은 최악의 경기침체와 일자리 충격에 직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으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실시한 뉴딜 정책을 벤치마킹한다.
한국판 뉴딜, 어떤 목표로 이뤄지나?
한국판 뉴딜 정책은 3대 프로젝트와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핵심으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목표다. 3대 중점 과제는 ▲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디지털 뉴딜 ▲ 친환경 ·저탄소 경제 실현을 위한 그린 뉴딜 ▲ 사람중심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안전망 강화가 3대 과제로 손꼽힌다. 분야별 총사업비는 2025년까지 160조 원이 투입되며, 디지털 뉴딜에 58.2조 원, 그린 뉴딜에 73.4조 원, 안전망 강화에 26.6조 원이 예정돼있다.
디지털 뉴딜은 크게 ▲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 교육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 비대면 산업 육성 ▲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까지 4개의 역점 분야로 구분돼있고, 각 역점 분야별로 2~4개씩 총 12개 프로젝트가 포함돼있다. 전반적으로 수익보다는 사회 간접 자본과 공공재 확보에 무게를 두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한국 IT 산업이 기업 주도, 수익성 우선으로 성장하면서 생긴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함이다.
디지털 뉴딜의 4개 역점, 구체적인 예산은 어떻게?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역점은 D.N.A 생태계 강화다. D.N.A 생태계 강화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데이터 구축·개방·활용, 1·2·3차 산업과 5G·인공지능 융합, 5G·AI 기반 지능형 정부, K-사이버 방역체계 구축에 총 44.4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 D.N.A 생태계 강화에 힘을 싣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장치를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비정형의 데이터 집합으로, 가공 방법에 따라 기술 개발은 물론 단기 미래 예측까지 가능할 정도다.
따라서 각국의 기업 및 정부 모두 빅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개방 가능한 공공데이터 14만 2천 개를 포함한 디지털 생태계 개방을 통해 '데이터 댐'을 구현할 예정이다. 수자원을 저장하는 댐처럼, 데이터를 저장해 공공 및 민간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의미다. 데이터의 가치 여부를 떠나, 공적인 활용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사업인 셈이다.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산업 육성에는 각각 1.4조 원과 3.2조 원이 투입된다.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은 전국 초중고에 온·오프라인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교육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으로, 고성능 와이파이 확보나 디지털 교과서, 사이버 강의 등에 투자된다. 당장 22년까지 초중고 학교 전체에 고성능 와이파이가 100% 구축되며, 노후 PC 및 노트북 20만대 교체와 1,200개 학교에 교육용 태블릿 PC 24만대가 지원된다. 비대면 산업 육성 역시 코로나 19로 대두되는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함이다. 비대면 산업은 원격근무는 물론, 원격진료나 돌봄 같은 새로운 시장이 포함되며, 중소기업의 비대면 업무 거점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SOC) 디지털화에 14.4조 원이 투입된다. 사회 간접자본이란, 교통이나 수자원, 재난 방지 등 국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재를 의미한다. 사회 간접자본의 적용 대상이 넓은 만큼, 디지털화 도입에 따른 효율이 높은 분야에만 집중한다. 구체적으로 주요간선도로의 차세대지능형 교통시스템이 도입되며, 전 철로에 사물인터넷 센서와 4세대 철도무선망이 깔린다. 전국 15개 공항은 비대면 생체인식시스템이 마련되며, 국가하천(73개, 3,600km)·저수지(27개 권역) 원격제어 실시간 모니터링과 상수도 스마트화 등이 추진된다. 아울러 제조공정 혁신이 가능한 스마트 산업단지와 물류체계 혁신에도 자본이 투입된다.
한국판 뉴딜, 성과보다는 공평한 결과 내길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코로나 19로 인한 성장률 낙차를 완화하고, 대한민국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인 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지만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나 4세대 철도무선망, 문화시설 대상 태양광 도입, 관공선 80척 매연 저감장치 부착 등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운 부분에도 예산이 쓰인다.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수혜가 돌아가고,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의 효과로 인공지능의 발전, 산업단지의 스마트화, 혁신산업과 비대면 서비스 창출 등을 거론하며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앞으로 디지털 경제의 기반을 만들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이 선도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의 2025년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