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엔앤비푸드 김한나 이사, “맛있고 건강한 견과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전세계적으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며, 사양 산업으로 여겨졌던 농수축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토대로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 농수축산업에 다양한 ICT 기술을 융합하는 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 농수축산업이 1차 산업이 아닌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국내 최초로 농식품(Food•Agri Tech)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창업보육센터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2016년 12월 개관했으며, 약 3년 동안 푸드테크 스타트업 106개곳을 지원해 입주기업 총 누적매출액 411억 원, 투자유치 60억 원, 고용창출 181명 등의 성과를 올렸다.
2019년 11월 기준,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에는 총 49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으며, 전통적인 농식품 제조 스타트업부터 식품 유통 혁신을 위한 O2O플랫폼, 전국 단위 농산물 계약재배를 통해 도농상생을 구현하는 농업 벤처, 미래식량확보를 위한 대체육류 개발 스타트업, 무궁화를 식용화한 먹거리 개발 등 농식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활동 중이다.
이에 IT동아는 우리네 먹거리와 I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서울 먹거리 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현장의 생생함을 담은 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전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2018년 10월 설립해 만나 건강하고 맛있는 견과류 제품을 가공식품, 스낵 등을 개발하고 있는 엔앤비푸드(N&B FOOD)의 김한나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맛있는 견과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엔앤비푸드 소개를 부탁한다.
김한나 이사(이하 김 이사): 견과류를 활용한 제품, 스낵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맛있는 견과다(웃음). 아몬드, 땅콩, 호박씨, 호두 등 견과류하면 건강식을 떠올린다. 다이어트 대용식품으로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맛이 부족하다. 견과류 고유의 맛을 즐긴다면 모르겠지만, 견과류에서 맛있는 과자, 스낵의 맛을 찾기는 어렵다.
여기에 집중했다. 맛있는 견과류는 없을까? 세이버리 스낵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견과류 시장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슈퍼 시드'라는 별명과 함께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높고, 맛이 좋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 결과, 어떤 종류의 견과류든 매일 약 14g씩 먹는 사람은 장기간에 걸쳐 체중 증가가 덜하며, 비만이 될 위험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총경제연구원의 2018년 국내외 식품 정보 및 동향에 따르면, 세계 가공스낵 시장은 연평균 -0.79%의 실질매출액 성장률을 보여 쇠퇴기에 접어든 반면, 견과류 시장은 연평균 3.5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
IT동아: 세이버리 스낵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김 이사: 대표적인 세이버리 스낵(Savory Snacks)은 견과류, 팝콘, 감자칩 등 짭짤한 맛의 간식거리다. 견과류와 스낵의 중간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맛있는 건강식이다(웃음).
임신한 아내를 위한 남편의 노력
IT동아: 엔앤비푸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 이사: 올해 1월, 아이를 낳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임산부였다(웃음). 남편과 출산 계획을 잡고, 임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참고로 엔앤비푸드의 조훈 대표는 김한나 이사의 남편이다). 임신 기간에도 음식을 조심해야 하지만, 준비하는 기간에도 조심해야 한다. 때문에 여러 건강식을 찾았고, 간식거리로 견과류를 먹었다.
그런데, 맛이 좀 밋밋했다. 다른 과자를 먹기에는 껄끄럽고…. 이에 남편이 견과류 회사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 맛있는 견과류 음식을 찾았다. 주말마다 오픈키친에 방문해 견과류를 튀겨 보고, 당액을 넣어 보고…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다(웃음).
그렇게 찾은게 지금의 넛츠코코다. 건조 코코넛과 호박씨, 아몬드, 유기황설탕, 쌀조청, 히말라야핑크솔트 등을 배합해 오븐에 구웠다. 기름을 뺀 것이 특징이다. 코코넛이 기름기를 머금고 있어서, 오븐에 구우면 과자처럼 바삭바삭해진다.
남편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임신을 준비하는 단톡방에 공유를 했었다. 피드백이 좋았다. 모두 맛있다고 하고. 그 때 결심했다. 이거 한번 제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라고. 남편이 화장품 유통 사업을 오래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유통과 영업을, 남편 친구가 제품 개발을, 그리고 제가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면서 엔앤비푸드를 시작했다.
IT동아: 그래도 창업,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텐데.
김 이사: 외국어 교육 업체 S사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인터넷 강의다. 방송 관련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외모를 신경써야 했다. 출산과 관련한 경력 단절도 고민해야 했고… 언제까지 강사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때 남편이 하고 있는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나만,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생각은 꾸준했던 것 같다.
설립 1년, 200평대 공장을 마련하다
IT동아: 이제 2년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인데.
김 이사: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웃음). 처음에는 30평대의 작은 공방으로 시작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판매에 필요한 인증도 모두 받았고. 이후 식품 관련 전시회에 참여하며 제품을 알렸다. 전시회에서 반응도 좋았다. 대형 유통업체, 식품기업으로부터 협업 제안도 많이 받았고.
문제는 생산 라인이었다. 대형 유통업체에게 납품하려면, 안정적인 생산 라인은 필수다. 관심을 보인 업체들 대부분이 30평대의 작은 공방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몇 번의 계약이 깨졌고…. 2019년 8월, 경기도 화성에 200평대의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납품을 시작했다(웃음).
IT동아: …정말 시장 반응이 빠른 편이다.
김 이사: 학교 급식에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2019년말 파주시 중/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영양사분이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왔다. 우리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먹던 고객이었는데, 학교 급식에도 특식으로 넛츠코코를 넣고 싶다며 최소발주물량에 대해 물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학교 급식 납품처를 통해 넛츠코코를 제공했다.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주문 정보를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요즘 파주 지역 10대 판매량이 많이 올라갔다(웃음). 아, 참고로 주 고객은 20~30대 여성이다. 다이어트 음식으로 넛츠코코를 많이 애용해주신다.
다만, 학교 급식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잠시 중단되어 있는 단계다. 어서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어 우리뿐만 아니라 고통받는 모든 분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건강한 음식 제조 기업, 건강한 문화를 꿈꿉니다
IT동아: 2년만에 이룬 성과다. 충분히 자랑할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김 이사: 남편이 사업하며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해 초기 자금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정부의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했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한국식품연구원,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지원 사업을 통해 초기 자금을 융통했고, 공장 인증, 홈페이지 구축 등을 진행했다.
지금도 정부의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살펴볼 수 있는 ‘K-Startup’을 매일 눈여겨 본다. 아이를 낳고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서 노트북으로 바로 일하기 작했다(웃음). 성격 자체가 시작하면 제대로 하자는 주의다.
IT동아: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 같다.
김 이사: 중국어 강사로 일하기 전, 중국에서 왕홍(인플루언서)으로 활동했었다. 강사라는 직업도 나를 알려야 하는 직업이고…, 때문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다. 스타트업에게 SNS를 활용한 홍보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제품을 제공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분들을 모집해 체험단도 운영하고 있다. 확실히 잘 맞는 홍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김 이사: 화성 생산 공장에 청각장애인 부부 2분이 일하고 계신다. 처음 면접볼 때, 따님이 직접 찾아와서 통역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데, 두 분은 지금까지 한번도 작성해보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말에 놀랐다. 이전에 일하면서 야근수당, 주말근무수당도 챙기지 못했다고 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두 분을 위해 생산 라인에서 소리로 판단해야 하는 것을 불빛으로 바꿨다. 얼마 전, 따님의 결혼식에도 화환을 보내고, 남편과 같이 참석했는데 감사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 때 다짐했다.
내 부모, 내 자식이 남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원하듯 우리도 그렇게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우리 엔앤비푸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