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첫 프리미엄 전기차, 이 정도면 성공적?’ 이-트론 55 콰트로 살펴보니
[IT동아 강형석 기자] 아우디 이-트론(e-tron)은 브랜드 내에서 큰 전환점이 될 중요한 브랜드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이 이뤄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기존 A·Q와 고성능 차량인 S·RS 등이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트론을 시작으로 전동화 차량의 수가 점차 늘어날 것이기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이런 아우디의 순수 전기차, 이-트론을 잠깐 경험할 수 있었다. 차량은 55 콰트로(55 quattro)로 1억 1,700만 원으로 다소 높은 가격을 제안하고 있지만 차량 성격(프리미엄 중형 SUV)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굳이 경쟁 차량을 꼽는다면 테슬라 모델 엑스(Model X), 메르세데스-벤츠 이큐씨(EQC) 등이 있다.
이-트론 55 콰트로는 전장 4,900mm, 전폭 1,935mm, 전고 1,685mm 정도다. 벤츠 이큐씨보다 크고 테슬라 모델 엑스 보다는 작다. 하지만 덩치 자체가 제법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장 자체만 놓고 보면 현대 팰리세이드(4,980mm) 정도이니 말이다. 전후 바퀴 사이의 길이인 축거(휠베이스)는 2,928mm 가량이어서 공간도 충분하다.
외모는 전형적인 아우디의 일원 중 하나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곳곳에 쓰인 굵은 직선을 시작으로 전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팔각형의 그릴, 주변을 하나로 이어주는 듯한 느낌의 전조등과 후미등까지 최근 출시되고 있는 아우디 차량들과 궤를 같이 한다.
전반적인 마감은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동차 제조사답게 완성도가 높다.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사 중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조립 품질 측면 관련해 논란이 많은 편이다. 적어도 이-트론은 조립 품질만큼은 “아우디답다”는 인상을 준다.
보닛을 열어보니 기본적인 전동화 부품과 함께 마치 엔진 덮개처럼 생긴 물건이 하나 있다. 엔진이 없는 순수 전기차니까 이 자리가 무엇인지는 조금 예상이 됐다. 그렇다. 이 자리는 수납함이다. 덮개를 들어올리면 간단한 공구나 작은 가방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소재는 고급스럽다. 문에는 알칸타라와 알루미늄, 가죽을 적절히 조합해 시각적이나 촉감 모두 뛰어나다. 다만 천장에는 일반 직물 소재를 적용했는데 측면에 적용한 소재와 차이가 커 아쉽다. 굳이 통일할 필요는 없지만, 1억이 넘는 차량인데 기왕 고급스럽게 만들 것 통일감을 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대시보드도 마찬가지다. 상단에는 가죽으로 마감했지만, 대시보드 부분은 우레탄을 썼다. 게다가 고광택 소재를 많이 사용해 처음 보기에 좋아 보여도 지문과 이물질 등 오염이 쉽게 되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내연기관 차량 대비 알루미늄 소재 적용 비율이 적은데, 연비 향상을 고려한 재질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차량에서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측면 거울(사이드 미러)이다. 기존 거울 방식이 아닌 얇은 막대 형태의 장치 두 개가 좌우에 있다. 그 끝에는 카메라가 배치되어 있는데, 아우디는 이를 ‘버츄얼 사이드 미러(Virtual Side Mirror)’이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이-트론의 특징이자 향후 자동차의 변화 방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측면 거울이 보여주던 것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확인해 보니 1열 좌우에 있는 문 안쪽에 배치되어 있다. 문을 열기 위한 고리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했다.
화질은 매우 뛰어나다. 심지어 명암 차이가 뚜렷한 곳을 지나도 화면이 하얗게 날아가거나 갑자기 어두워지는 등의 현상이 없다. 예로 고속도로 위를 달리다 터널에 진입하고 나갈 때, 화질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차량의 전조등이 밝은 경우, 해당 영역만 밝게 날아가는 ‘화이트홀’ 현상이 조금씩 나타난다는 점은 참고하자.
실내 공간도 최근 아우디 차량에 적용되어 있는 것과 같다. 상단에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하단에는 공조장치 제어를 지원한다. 반응은 터치와 반응형(햅틱)이 섞여 있다. 대신 시야가 조금 낮게 설정되어 있어 주행 집중력에 긍정적이지 않다. 그나마 차량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있어 속도나 내비게이션 설정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이-트론의 운전석에 앉아 내리막과 오르막, 저속과 고속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도로 위를 달려보니 놀라운 점은 성능과 충전 능력이다. 처음 이-트론의 시동을 걸었을 때의 이동 가능한 거리는 약 180km 남짓, 하지만 내리막을 내려가니 약 3초마다 1km씩 이동 거리가 늘어났다.
물론, 내리막 길을 내려갈 때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스레 내려가면서 충전을 유도했다. 속도는 어느 정도 유지되거나 조금씩 감속하지만 그만큼 이동 가능 거리는 계속 늘었다. 긴 거리를 내려온 것은 아닌데 이동 가능한 거리는 금세 210km 가량으로 늘었다. 급가속이 이뤄지는 환경이 아니라면 장거리 이동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아우디 이-트론의 인증 주행거리는 307km다.
에어컨, 통풍 의자 모두 활성화해도 주행거리에는 큰 변동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겨울에 사용할 히터. 이 때 배터리의 저온 효율성과 히터 사용에 따른 성능 저하를 최소화 해야 된다. 아우디 코리아 측에서는 저온 효율성을 충분히 확보했고 겨울이 되어도 인증 주행거리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말이 참인지는 겨울이 되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시승 거리가 길지 않았기 때문에 이-트론 55 콰트로의 모든 것을 체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아우디가 시도 중인 변화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보조금을 받고, 프로모션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제법 높다. 이를 의식했는지 제프 매너링 아우디 코리아 대표는 내년 중에 테슬라 모델3급 차량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변화의 시작은 이 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