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코로나19 마스크앱을 개발하라?
[IT동아 권명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물품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운영했던 공적마스크 제도가 끝났다. 지난 7월 11일 공급을 마지막으로 마스크의 공적 공급 제도를 끝내고, 12일부터 시장 공급 체계로 전환했다. 그동안 약국과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정해진 장소에서 제한적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마스크는 이제 마트와 편의점, 온라인 등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코로나19 국내 첫 발병은 1월 20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월초 마스크 대란이 찾아왔다. 코로나19 감염을 1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역물품으로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재였지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속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카드를 꺼내든다.
그리고 2월 29일, 마스크 생산량의 대부분을 약국을 비롯한 공적 판매처에 공급하는 '마스크 공적 판매'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판매처별 마스크 수량을 공개하지 않아 전국의 약국 앞은 시장통처럼 인산인해였다. 한 약사는 “오후 4시 30분에 마스크가 도착했는데, 40~50명이 약국에 있었다. 자리가 없어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있던 손님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전쟁 같은 시간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출처: 데일리팜, ‘약사 4인이 숨겨왔던 마스크 이야기’).
여론은 나빠질대로 나빠졌지만, 이렇다할 대안은 없었던 상황.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은 시민들이었다. 지난 3월 4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권오현 대표를 비롯한 시빅해커 17명이 '코로나19 공공 데이터 공동 대응'을 꾸려 광화문1번가에 "공적 마스크 재고 등 정부가 가진 코로나19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달라"고 제안했다. 공공에서 재료만 넘겨주면 필요한 서비스는 민간에서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6일, 정부는 공공 데이터 공개를 결정했다.
정부와 민간의 공동 대응 해법 - 공공 데이터
정부의 공공 데이터 공개 후 상황은 반전됐다. 출생연도에 따른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 1인당 2개 구매제한 등 시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빠른 정책 시행과 시민들의 협조와 배려로 마스크 공급은 안정세를 찾아갔다. 지난 3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 공급량은 마스크 구매 5부제를 본격 시행한 3월 둘째주 4,847만 2,000개에서, 셋째주 5,398만 3,000개로 늘어났다. 약국별 공급량은 5부제 시행 전 하루 100개였지만, 3월 9일부터 최대 400개로 확대됐다.
공공 데이터 공개를 결정한 뒤 불과 5일 뒤부터 ‘마스크스캐너', '마스크알리미', '웨어마스크' 등 30여 개 서비스가 동시에 쏟아졌다. 공공 데이터 공개 2주일 뒤인 3월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0개를 상회하는 서비스를 통해 판매 정보를 제공 중이라고 확인했다. 실제로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마스크맵 관련 서비스의 조회 수를 모두 더하면 시간당 최대 1,000만 건에 달했다.
학생, 일반인 등을 포함해 전문 개발자와 스타트업 등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정보서비스를 신속히 개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와 KT, NHN, 코스콤, NBP 등 클라우드 기업도 지도데이터, 개발도구 등 필요한 자원을 무상지원하기 시작했다. 지자체등도 나서 지역 주민을 위한 마스크 판매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마스크를 모두 판매한 약국 비율은 공공 데이터 제공 후 빠르게 늘어났다. 3월 10일 67.9%였던 판매 완료 약국 비율은 21일 86.4%로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공공 데이터 공개 이후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는 약국을 찾아가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진 결과로 해석했다.
마스크맵의 시작 - 광화문1번가 혁신제안톡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해소의 시작점은 광화문1번가의 혁신제안톡이다. 광화문1번가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5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국민 참여를 위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에서 운영했던 오프라인 공간이다. 당시 운영 기간 동안 약 120만 명이 18만 705건을 제안해 이 중 167건이 정부 실천과제로 꼽힌 바 있다.
이후 2018년 5월, 정부는 각 기관별 국민 참여기제와 연계해 참여를 원하는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토론 공간을 설치하고, 국민들과 함께 정책을 토론하는 정부대표 정책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정기 포럼, 수시 포럼을 포함해 약 170회 가량 국민참여 토론회를 개최, 총 5,119명(국민 3,037, 공무원 2,082)이 참여했다.
그리고 2019년 들어 광화문 1번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정기포럼’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중계영상을 보며 온라인으로 토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국민정책참여 공론의장으로 운영했다. 또한, 지역사회 현안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민 중심의 ‘찾아가는 열린소통포럼’을 개최했으며, 다수 부처와 지방거주 국민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정부세종청사에 포럼 공간을 추가로 설치해 운영 중이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광화문1번가 운영 취지다. 광화문1번가을 운영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이하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의 전충훈 포럼운영팀 과장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 국민과 함께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광화문1번가의 슬로건이다”라며, “국민의 의견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설명한다.
광화문1번가를 통한 정책제안은 ‘혁신제안톡’을 통해 이뤄진다. 30일 이내 30명 이상의 공감은 얻은 제안은 정부혁신 국민포럼과 정부혁신추진협의회에서 논의되어 정책으로 이어진다. 2020년 7월 7일 기준, 전체 2,117건의 정책제안이 이뤄졌고, 이중 60건이 정책반영으로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코로나19에 대한민국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을 연결한 사례가 광화문1번가 혁신제안톡의 대표 사례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정부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 과장은 “(코로나19 마스크앱 사례는) 정부가 변화한 결과다. 우리는 크게 2가지를 생각한다. 사회와 정부와 함께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민간 업체, 민간 단체 등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의견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변화가 혁신제안톡이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과제다. 정책도 서비스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요자(시민)의 시선이 아닌 공급자(정부)의 시선으로 정해지곤 했다. 시민 입장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정책은 실패한 정책에 가깝다. 더 많은 시민이, 더 많은 수요자가 서비스(정책)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찾은 것이 정부와 민간의 공동 대응, 협업이다.
지난 7월, 한국정보화진흥원 지능데이터본부가 발표한 ‘데이터 기반 글로벌 COVID-19 대응사례를 통한 데이터 거버넌스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 구도에 있던 기업들, 그리고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에서 협업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실제로 상호폐쇄적인 경쟁을 이어가던 애플과 구글은 코로나19 확산을 추적하기 위한 ‘협업 프로젝트(Privacy-Preserving Contact Tracing)’를 개발했다.
또한, 2020년 1월, 전세계 117개 저널·연구지원기관·질병예방센터 등은 코로나19 기간 중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WHO와 즉시 공유한다는 ‘신종코로나 대응 연구데이터 공유협약’ 원칙에 서명하기도 했다. 이후 12개국 과학기술 장관급들은 코로나19 관련 출판물에 대한 오픈액세스 및 기계판독형 데이터의 엑세스를 지지하는 ‘Public Health Emergency COVID-19’ 이니셔티브를 발족한 바 있다.
변화해야 할 때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순간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전세계 대부분의 사례는 시민, 기업, 정부, 연구기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협업하고 있다. 팬데믹과 같이 정부 주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방하고 협업해 해결해야 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협업 결과문의 수혜자이자 주체다. 서로의 역량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전 구성원이 나서야 하는 문제 해결에 ‘나를 믿어라’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 없다. 이제는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