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전략추진단 전충훈 과장, "코로나19 마스크앱 제작 스토리를 아시나요?"
[IT동아 권명관 기자] ‘광화문 1번가’. 문재인 정부 초기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5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국민 참여를 위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에서 운영했던 오프라인 공간이다. 운영 기간 동안 약 120만 명이 18만 705건을 제안해 이 중 167건이 정부 실천과제로 꼽힌 바 있다.
이후 2018년 5월, 정부는 각 기관별 국민 참여기제와 연계해 참여를 원하는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토론 공간을 설치하고, 국민들과 함께 정책을 토론하는 정부대표 정책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정기 포럼, 수시 포럼을 포함해 약 170회 가량 국민참여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총 5,119명(국민 3,037, 공무원 2,082)이 참여했다.
그리고 2019년 들어 광화문 1번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정기포럼’을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중계영상을 보며 온라인으로 토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 국민정책참여 공론의장으로 운영했다. 또한, 지역사회 현안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민 중심의 ‘찾아가는 열린소통포럼’을 개최했으며, 다수 부처와 지방거주 국민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정부세종청사에 포럼 공간을 추가로 설치해 운영 중이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국민이 참여한 정책
‘국민이 주인인 정부’. 광화문1번가 운영 취지다.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광화문1번가을 운영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이하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의 전충훈 포럼운영팀 과장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 국민과 함께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광화문1번가의 슬로건이다”라며, “국민의 의견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설명한다.
광화문1번가를 통한 정책제안은 ‘혁신제안톡’을 통해 이뤄진다. 30일 이내 30명 이상의 공감은 얻은 제안은 정부혁신 국민포럼과 정부혁신추진협의회에서 논의되어 정책으로 이어진다. 2020년 7월 7일 기준, 전체 2,117건의 정책제안이 이뤄졌고, 이중 60건이 정책반영으로 이어졌다.
혁신제안톡을 통해 정책에 반영된 대표 사례가 ‘코로나19 공적 마스크앱 제작’이다. 코로나19로 국내에 마스크 수급과 배포가 중요한 이슈로 제기된 지난 3월, 시빅해커들이 혁신제안톡을 통해 ‘공공데이터 공개 제안’을 접수했다. 제안요지는 코로나19 관련 공공데이터를 빠르게 공개해 국민 누구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마스크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를 위해 마스크 배포처(약국) 정보, 실시간 재고 상황 등 서비스 제작에 필요한 공공데이터를 요청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권오현 대표를 비롯한 시빅해커 17명이 '코로나19 공공 데이터 공동 대응'을 꾸려 지난 3월 4일 광화문1번가에 "공적 마스크 재고 등 정부가 가진 코로나19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달라"고 제안했다. 공공에서 재료만 넘겨주면 필요한 서비스는 민간에서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대응은 빨랐다. 이틀 뒤인 6일, 정부는 데이터 공개를 결정했고, 11일부터 '마스크스캐너', '마스크알리미', '웨어마스크' 등 30여 개 서비스가 동시에 쏟아졌다. 딱 일주일이었다.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마스크맵 관련 서비스의 조회 수를 모두 더하면 시간당 최대 1,000만 건에 달한다(출처: 조선일보, ‘공공 데이터 요구, 마스크맵 완성’ 기사).
전충훈 과장은 “정부가 변화한 결과다. 우리는 크게 2가지를 생각한다. 사회와 정부와 함께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민간 업체, 민간 단체 등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의견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변화가 혁신제안톡이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혁신제안톡이 온라인 창구라면, 오프라인 창구는 ‘열린소통포럼’이다. 열린소통포럼은 국민과 함께 정책을 논의해 정책을 만드는, 공론장이다. 국민이 제의한 시의성 있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완성해 각 정부 부처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현재 활동 중인 포럼위원은 약 130명이다. 포럼위원은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주부, 공무원, 대학교수, 직장인 등 직업과 연령, 지역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배분해서 선정했다.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제안하고, 국민 참여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참신현답(참여와 신뢰로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이라는 오프라인 워크샵도 매주 20명~100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추구하고 있는 것은 하나다. 국민의 생각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국민과의 만남 ‘끝장개발대회’, 정부혁신제안 해커톤
지난 2019년부터 국민과 함께 정부혁신제안 관련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고 있는 ‘정부혁신제한 해커톤’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는 7월 3회째를 맞이하며, 이름도 바꾸고자 한다. 이른바 ‘끝장개발대회’. 전문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참여해 제품이나 서비스, 앱 등을 개발하는 해커톤에 일반 국민들도 참여해 난제를 제한된 시간 안에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지난 2019년 6월, ‘함께 잇고, 짓다’라는 주제로 1차 해커톤을, 2019년 11월 ‘정부혁신, 아이디어 대잔치’라는 주제로 2차 해커톤을 진행했다. 의미있는 것은 각 해커톤을 통해 지금의 광화문1번가의 모습과 정책 운영 방향 등이 실제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1차 해커톤에는 약 200명에 가까운 국민과 공직자, 강연자 등이 참여해 12시간 동안 정부혁신 제안창구 기능 개선안, 운영정책 개선안 등을 논의했다. 다양한 정책 투표 방식 도입(선호투표 등), 제안 게시판을 참여자 관점에서 재구성(제안 합치기, 수정·보완, 제안 전달 등), 정책 커뮤니티 구축 기능 추가를 통한 공론화 지원 등의 기능개선 제안을 단계적으로 반영, 토론을 통해 도출된 제안창구 활성화 방안을 온라인 제안 과정 개편에 즉시 반영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러한 결과물이 지금의 광화문1번가 혁신제안톡이다. 개발자, 기술자만 참여하는 해커톤에서 벗어나 실제 국민이 참여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말만 해도 이뤄지는 행사, 말만해도 반영되는 정책을 구현했다. 전 과장은 “말만 하고 지켜지지 않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결과로 보여주고자 노력했고, 실제 반영했다”라고 강조했다.
2차 해커톤에는 참여제도활동 국민 및 공론장 운영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4명과 각 부처 및 공공기관 혁신업무(국민참여관련업무) 담당자 49명이 참석해 ‘국민제안은 왜 정책화되기 어려운가?’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토론했다. 이를 통해 국민토론을 정례화하고, 국민제안창구(온라인)와 국민제안양식(오프라인) 등 사용되는 용어를 행정용어 및 사업언어에서 국민에게 익숙한 생활언어로 변경하자는 의견 등을 채택했다.
오는 7월 개최할 예정인 3차 해커톤은 ‘공공데이터 DIY(Do It Yourself!), 당신의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사회재난’이다. 코로나19 이슈로 중앙정부 최초로 진행하는 24시간 온라인 해커톤이다. 이전 행사와 달리 공공데이터 정책과 시빅해커 커뮤니티와 협업해 향후 지속적인 네트워크 구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공적 마스크앱과 같은 사례를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이경민 행정사무관은 “국민들이 할 수 있는 말은 한계가 있다. 정보의 제한도 있고… 그래서 국민과 공무원을 한 자리에 모았다. 난상토론이었다. 정부 정책은 누군가에게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요자(국민)의 시선이 아닌 공급자(공무원)의 시선으로 정해지기도 한다”라며, “만약 정부 정책이 서비스라면 어떨까. 서비스는 많은 수요자가 이용해야 한다. 그러한 결과를 현장의 공무원과 국민이 만나 직접 대화해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 과장은 “지난 21년만 사회에서 활동하며 11년은 문화기획자과로, 나머지 11년은 콘텐츠 기획자로 일했다. 후반 11년은 사회혁신 활동가에 가까웠다. 대구 e-fun, 도심 RPG, 소셜벤처, 도시재생, 마을교육공동체, 실패박람회 등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 행사, 사회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관리했다”라며, “일과 일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의 일 역시 같다. 국민을 정부와 연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혁신전략추진단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