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4년차 넷기어 오르비 공유기, 메시+와이파이6로 진화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 22일, KT는 국내 인터넷 사업자 중 처음으로 ‘메시(Mesh, 메쉬)’ 기술을 적용한 와이파이 서비스인 ‘기가와이 인터넷’ 서비스를 발표했다. 메시 기술이란 2개 이상의 와이파이 AP(접속 포인트)를 조합,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와이파이의 커버리지(접속 범위)를 넓히는 기술이다. 그런데 사실 KT에서 이 서비스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공유기 전문업체들이 메시 기술을 지원하는 제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에 첫 제품이 출시된 넷기어(Netgear)의 오르비(Orbi) 시리즈다. 올해에는 최신 모델인 ‘오르비 RBK852’가 출시된 바 있다.

넷기어 오르비 RBK852
넷기어 오르비 RBK852

복수의 AP로 와이파이 커버리지 넓히는 메시 기술

메시 기술은 단순히 여러 대의 공유기를 이용해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넓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공유기를 여러 대 설치할 경우, 역시 커버리지가 확대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 경우 각 공유기당 1개씩 유선 인터넷을 연결해야 한다. 공유기가 3대라면 인터넷 케이블 역시 3개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메시 시스템의 경우 유선 인터넷은 메인 공유기(라우터) 1대에만 연결하면 되고, 다른 곳에 설치한 보조 AP(새틀라이트)는 메인공유기에서 무선으로 신호를 받아 그 주변으로 다시 와이파이 신호를 확장할 수 있다. AP의 수가 늘어도 유선 인터넷 케이블은 1개만 있으면 되므로 인터넷 회선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각 유닛이 무선으로 연결되므로 설치 및 배치가 편하다.

복수의 AP 유닛을 통해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넓히는 메시 기술(출처=넷기어)
복수의 AP 유닛을 통해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넓히는 메시 기술(출처=넷기어)

이와 더불어 일반 공유기를 여럿 설치하는 경우는 각 공유기마다 별도의 와이파이 SSID(접속목록)을 사용하므로 각 구격을 이동할 때마다 와이파이 접속이 끊기거나 다른 SSID로 재접속을 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메시 지원 시스템의 경우, 복수의 AP를 이용해도 모두 동일한 1개의 SSID를 이용하므로 각 구역을 이동하더라도 다시 접속할 필요 없이 이용을 이어갈 수 있다.

와이파이6 적용으로 무선 속도 최대 3배로 향상

2017년에 출시된 넷기어 오르비 RBK50부터 올해 출시된 최신 모델인 오르비 RBK852까지 위와 같은 특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가지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면서 내부적인 성능은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대표적인 차별화 사항은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와이파이6(802.11ax) 기술 지원이다.

2017년에 출시된 넷기어 오르비 RBK50
2017년에 출시된 넷기어 오르비 RBK50

와이파이5 기반 제품이었던 오르비 RBK50는 2.4GHz 와이파이에서 최대 400Mbps, 5.0GHz 와이파이에서 최대 866Mbps 속도로 접속이 가능하고, 각 라우터 및 새틀라이트 사이를 잇는 1733Mbps의 전용 통로를 갖춘 AC3000(400+866+1733)급 사양의 제품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쓸 만했지만 2020년 현재의 상황에선 그다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그에 비해 와이파이6 규격 제품인 오르비 RBK852는 2.4GHz에서 최대 1.2Gbps, 5.0GHz는 최대 2.4Gbps로 고속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하며, 각 라우터 및 새틀라이트의 연결 통로도 최대 2.4Gbps로 속도가 향상되었다. 총 AX6000급(1200+2400+2400Mbps)의 와이파이 성능을 갖추고 있어 최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성능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선 성능 및 다중 접속 안정성, 보안성도 개선

향상된 무선성능과 발맞춰 유선 성능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존 오르비 RBK50는 최대 1Gbps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는 기가비트 유선 네트워크 포트를 탑재했다. 오르비 RBK852 역시 이 점은 마찬가지지만 이와 더불어 2개의 포트를 조합해 합계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향상시키는 링크 어그리게이션(Link Aggregation) 기술을 지원한다는 점이 다르다.

2.5G 멀티기그 유선 접속 기능을 지원하는 오르비 RBK852의 후면
2.5G 멀티기그 유선 접속 기능을 지원하는 오르비 RBK852의 후면

WAN 포트와 LAN 포트 1개에 각각 별도의 인터넷 포트를 꽂아 최대 2.5G 멀티기그(Multi-Gig)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있다고 제조사는 강조한다. 최대 2.4Gbps의 무선 접속이 가능하더라도 그 기반이 되는 유선 인터넷이 1Gbps라면 최대 무선 속도 역시 그만큼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오르비 RBK852의 2.5G 멀티기그 유선 접속 기능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완전히 쓰려면 유선 인터넷 회선이 1개 더 필요하다는 조건이 필요하지만 성능을 최우선 하는 기업 환경이라면 이용을 고려할 만하다.

와이파이6는 단순히 최대 전송속도가 빨라진 것에 그치지 않고 좀더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는 이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와이파이5는 직렬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여러 기기의 데이터가 동시 전송되는 상황에선 지연 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와이파이6는 OFDMA(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 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지원, 여러 기기의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 처리할 수 있으며 반응속도도 빨라졌다. 이는 많은 수의 기기가 동시에 접속하는 상황에서 끊김이나 속도저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통신의 무단 도청이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WPA3 암호화 기술을 도입한 점도 와이파이6의 장점이다.

차세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자 하는 전문가, 기업 환경에 적합

위와 같이 넷기어 오르비 RBK852는 기존 제품에 비해 전반적인 성능이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메시 기술 특유의 넓은 커버리지의 이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와이파이 속도 및 유선 속도, 보안성이 향상되었으며, 다수의 기기가 접속해도 안정적인 이용이 가능하다. 메시 기술과 와이파이6의 결합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최근 와이파이 시장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기도 하다.

물론 옥의 티가 없는 건 아니다. 기존 제품에 있던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나 외장하드) 연결용 USB 포트가 생략되어 네트워크 공유 저장소 기능을 쓸 수 없게 되었으며, 제품 가격도 다소 높아졌다. 그리고 아직은 시중에서 와이파이5 규격 단말기가 더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갤럭시 S20 시리즈’나 ‘아이폰 11 시리즈’와 같은 신형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오르비 RBK852의 온전한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없다는 것도 염두해야 한다. 공유기가 와이파이6 규격이라도 단말기가 와이파이5만 지원한다면 와이파이5 수준의 성능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기어 오르비 RBK852는 가정과 소규모 사무실같은 환경 보다는 전문가 집단이나 기업에 더 적합한 제품이다. 그리고 최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성능을 온전하게 활용하고자 하며, 차세대 기술을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체험하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넷기어 오르비 RBK852의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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