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업용 노트북 시장을 위한 교두보, 에이수스 엑스퍼트북 B9450FA
[IT동아 남시현 기자] 온라인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집계한 2019년 3분기 전 세계 노트북 판매량은 상위 6개 기업이 전체 86%를 차지한다. 1위는 전체 점유율 26.64%를 달성한 HP, 2위와 3위는 18.29%의 점유율을 보인 레노버와 16.75%를 차지한 델(DELL)이 가져갔다. 아래로 애플이 8.96%를 가져갔고, 나머지 8.38%와 7.56%를 대만 에이수스와 에이서가 나눠 가졌다. 해당 점유율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1~3위 업체 모두 기업용(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주력이며, 5, 6위 업체는 게이밍 노트북이 주력이다. 애플은 맥 OS를 통해 자체 생태계를 형성하고, 여기에서 수요를 충당하므로 열외다.
그렇다 보니 게이밍 노트북이 주력인 에이수스, 에이서는 기업용 제품 시장에 눈독들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상위 3사가 자체 게이밍 브랜드인 HP 오멘(OMEN), 레노버 리전(LEGION), 델 에일리언웨어 (Alienware)로 게이밍 노트북 시장 탈환에 나선 터라, 기업용 시장 노트북 수요를 가져와야만 한다. 물론 에이수스는 사무용 라인업인 비보북과 젠북이 있는데, 인터페이스나 성능 구성에서 타사 기업용 제품과 비교하기에 무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에이수스가 내놓은 카드가 엑스퍼트북(ExpertBook)이다.
갈아놓은 칼같은 느낌, 에이수스 엑스퍼트북 B9450FA
엑스퍼트북은 변화하는 기업의 업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라인업이다. 작년 10월에 국내 출시한 라인업이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화상회의나 원격 제어, 재택근무의 빈도가 높아지며 재조명 받고 있다. 엑스퍼트북은 8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14인치 조합의 P5440FA, 15.6인치 P3540FA, 그리고 10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인 코멧레이크 기반의 14인치 B9450FA가 있다. 8세대 기반 제품은 가격이나 안정성을 위해 검증된 프로세서를 채용한 것이며, 10세대 제품은 최신 제품을 원하는 기업을 위해 준비됐다.
엑스퍼트북 B9450FA는 태생이 기업용인지라, 인터페이스나 성능 구성에서 단가 절감보다는 안정성과 완성도가 우선이다. 모니터만 봐도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모니터는 14인치 FHD(1,920x1,080) 해상도의 평면내 전환(IPS) 패널이 사용됐고, 웹 색상 및 사진 편집에 용이하도록 sRGB 100%의 색재현력을 갖췄다. 특히 화상회의나 기업 보안을 위한 웹캠 실드가 마련돼있고, 명료한 음성 채팅을 위해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4열 마이크가 베젤 상단에 배치됐다.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는 주변에서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을 상쇄해 목소리나 음악이 더 또렷하게 전달된다. 헤드폰이 아닌 노트북 마이크에 이 정도 사양이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인텔 TPM(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모듈)이 적용돼 기업 보안에 충실하고, 어두운 곳에서도 안면 인식을 위한 IR 카메라, 지문 센서, 허가되지 않은 USB 포트 제어까지 제공된다.
노트북 외관은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이 CNC 밀링으로 가공돼 유격이 없고 깔끔하다. 이와 함께 미국 군사 표준인 MIL-STD-810G을 충족하는 점도 돋보인다. MIL-STD-810G은 흔히 '밀스펙'이라고도 부르는데, 5만 회의 노트북 개폐, 5천 회의 포트 내구성, 30kg 중량의 패널 압력 테스트, 낙하 및 진동, 습도, 고도 테스트 등 일반적인 노트북보다 더 엄격한 시험을 거친다. 사무용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높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편안한 사용 환경을 위한 에르고 리프트 힌지, 180도 화면 조정도 엑스퍼트북 B9450FA의 특징이다. 에르고 리프트 힌지는 화면을 전개했을 때, 모니터 아랫부분이 노트북 바닥면을 살짝 들어 올려 타건에 편리한 각도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발열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 에이수스 고유의 디자인이다. 화면 각도 조절도 180도까지 가능해 예상치 못한 꺾임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에 도움 된다.
사무용과 기업용의 가장 큰 차이는 장치 입력에 쓰이는 인터페이스 단자다. 사무용 제품은 USB만 많아도 충분하나, 기업용 제품은 발표(프레젠테이션) 환경까지 고려한다. 출장 보고를 하는 일부 직업군이 아직도 구형 빔프로젝터 호환성을 위해 D-Sub 단자가 달린 노트북을 고집하는 것도 다 디스플레이 호환성 하나 때문이다.
엑스퍼트북 B9450FA는 고차원적인 디스플레이 호환성을 제공한다. 좌측면은 2개의 썬더볼트 3 포트와 사이즈 HDMI 2.0 포트, 마이크로 HDMI와 랜포트가 동시에 호환되는 단자가 마련됐고, 반대쪽에는 오디오 단자와 10Gbps 급 USB 3.1 포트, 캔싱턴 록이 갖춰져있다. 좌측면에 마련된 썬더볼트 3 포트는 디스플레이 연결은 물론, 노트북 충전, 저장 장치, USB 허브, 랜 연결, 외장 그래픽 카드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자주 활용하는 특정 단자가 있으면 썬더볼트 3 포트에 허브를 달면 다 호환되니 걱정없다.
인터넷은 유무선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어댑터를 사용하면 좌측면 마이크로 HDMI 포트에 랜 케이블을 꽂을 수 있고, 자체적으로 와이파이 6와 블루투스 5를 지원해 빠르고 원활하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키보드도 여느 사무용 제품들보다 고사양이다. 기본적으로 키보드 자판에 불빛이 들어오는 LED 백라이트가 적용되고, 웹캠 활성화나 화면 캡쳐 등이 적용된 펑션키도 배치된다. 눈여겨볼 점은 13~14인치 대 노트북에서 제외되는 넘버 패드가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마우스 입력을 위한 터치패드 우측 상단을 누르면 백라이트가 점등되며 숨겨진 넘버패드가 나타난다. 물리적 입력보다는 느낌이 덜하지만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된다.
또한, 키보드 자판에 방진 설계를 적용해 최대 66cc 액체까지 막아낸다. 모니터 하단 공기 흡입구나 측면 인터페이스 단자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
무게는 66Wh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를 기준으로 약 990g이다. 보통 13.3인치 노트북이 50Wh 배터리를 탑재해도 990~1.2kg 정도 무게가 나가는데, 66Wh가 적용된 14인치 모델이 990g인 건 대단한 이점이다. 노트북을 자주 휴대하고 들고 다니는 직장인 입장에서 가능한 크고 가벼운 것만큼 중요한 점도 없으니 말이다.
새로운 인텔 10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의 성능은?
에이수스 엑스퍼트북 B9450FA는 인텔 10세대 코어 i5-10210U와 i7-10510U를 탑재한 제품으로 나뉜다. 여기에 메모리나 저장 공간 차이에 따라 조금씩 구성이 바뀐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 제품이 필요하다면 코어 i5 / 8GB / 512GB 구성을 선택하면 되고, 최상의 성능을 바란다면 코어 i7 / 16GB / 2TB를 고르면 된다. 코어 i5와 i7 모두 4개의 코어와 8개의 연산 처리 구조인 8스레드로 구성되는데, 동작 속도나 캐시 메모리 용량에서 i7 모델이 앞선다.
저장 공간은 PCIe x4 NVMe SSD 슬롯 2개가 마련돼있다. 저가형 제품은 같은 M.2 메모리일지라도 PCIe x2 제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추는 반면, 저장 공간의 성능이 중요한 만큼 고성능 저장 장치가 사용된다. 저장 공간은 최소 512GB부터 시작하며 1TB와 2TB 구성까지 꾸릴 수 있다.
10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는 14나노 기반의 코멧레이크, 10나노 기반의 아이스레이크로 나뉜다. 아이스레이크가 더 최신 공정이라 배터리 효율이나 전력 소모 대비 성능비가 높지만, 아직까지 10나노 기반 제품의 안정성이 완전하다고 볼 순 없어, 검증된 14나노 기반 프로세서가 사용됐다. CPU 성능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프로그램, 시네벤치 R20을 통해 엑스퍼트북 B9450FA에 탑재된 i7-10510U의 성능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코어 i7-10510U가 획득한 점수는 837점으로, 짧은 영상 편집이나 간단한 3D 렌더링 정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예상했던 코어 i7 점수보다는 낮은데, 발열 해소의 한계를 통해 CPU 성능에 제약이 걸려 있어서다. 대다수 경량형 노트북은 노트북 두께가 얇아 발열을 제대로 해소할 수 없다. 그래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CPU의 동작 속도를 낮추는데, 이는 엑스퍼트북 B9450FA를 포함한 모든 초경량 고성능 노트북의 특징이다.
배터리 성능은 최고 수준이다. 엑스퍼트북 B9450FA는 66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며, 자체 기준으로 최대 24시간의 배터리 수명을 제공한다. 충전 능력은 39분만에 0%에서 60%까지 충전되고, 패널 셀프 리프레시라는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렸다. 제조사가 24시간이라 밝히는 근거는 밝기 150니트를 기준으로 한 상태에서 모바일마크 2014 오피스 생산성 시나리오를 24시간 동안 동작했다는 뜻이다.
사진 및 영상 편집, 웹 서핑 및 문서 작업 등 실사용 작업을 통해 배터리 실 체감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 PC마크 8 : 배터리 라이프를 통해 엑스퍼트북 B9450FA의 배터리 성능을 측정했다. 여기에 최고의 작업 환경을 내기 위해 밝기 100%, 최대 성능을 기준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배터리가 100%에서 20%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 34분으로, 밝기 20~30%에 최대 배터리 사용 시간 설정이면 충분히 24시간까지 가능할 정도다. 이는 동급의 14인치 노트북 중에서도 손에 꼽는다.
얇고 가벼운 완성도는 인상적, 소프트웨어 지원 아쉬워
에이수스 엑스퍼트북 B9450FA는 지금까지 게이밍 노트북 명가로써 쌓아온 에이수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제품이다. 이미 데스크톱 하드웨어나 모니터까지 제조하고 있는 터라 제품 자체의 완성도는 흠잡을 데가 없고, 기업 환경에 필요한 세부 사항까지 꼼꼼하게 녹여넣었다. 하지만 비슷한 노트북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인다.
앞서 말했듯 하드웨어 완성도는 HP나 레노버, 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허나 노트북 자동 업데이트 소프트웨어나, 부가 기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배포되는 'MyASUS'앱은 상담사 채팅 연결이 안 된다던가, A/S 기간 추가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등 국내 실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라면 문제가 없을듯한데, 국내 환경에 맞출 필요가 있다.
에이수스 엑스퍼트북은 기업용으로의 입지가 튼튼한 HP, 레노버, 델에 대응하기 위한 에이수스의 전략 기종이다. 첫인상이 중요한 만큼 심혈을 기울인 점을 엿볼 수 있고, 성능이나 완성도도 우수하다. 상위 3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