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새로운 우주 질서를 구상하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크루 드래곤. 출처=스페이스엑스>
[IT동아 남시현 기자] 미국이 또 원대한 꿈을 이뤘다. 아니, 미국보다는 기업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승리다. 미국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30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곤(Crew Dragon)' 발사에 성공했다.
크루 드래곤은 세계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인 아폴로 11호가 발사된 런치 콤플렉스 39A에서 오후 3시 22분(한국 시간 31일 오전 4시 22분)에 이륙했고, 나사 우주비행사 로버트 벤켄(Robert Behnken)과 더글라스 헐리(Duglas Hurley)를 태운 채 약 19시간 후, 목적지인 국제 우주 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에 무사히 도착했다.
<스페이스엑스 데모-2의 전체 비행 여정, ISS 도킹은 1단계 과정이다. 출처=스페이스엑스>
스페이스엑스 데모-2로 이름지어진 이 프로젝트는 발사 과정과 궤도, 도킹 믹 착륙 작전을 포함한 스페이스엑스 승무원 운송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로, 지난 2011년 5월부터 시작된 나사의 유인 우주비행사 프로그램의 결과다. 데모 2는 이착륙을 포함한 7단계로 나뉘는데, 이번에 성공한 우주정거장 ISS 도킹까지이 1단계인 상황이라 아직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이번 비행은 스페이스엑스의 두 번째 우주 비행 시험이자, 우주 비행사가 탑승한 첫 시험이다. 이를 토대로 나사는 상용 비행 인증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면, 스페이스엑스에게 이번 우주 비행 시험은 최종 목표를 향해 거쳐야 할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일론 머스크의 꿈을 위한 방향 중 '하나'
<스페이스 엑스 데모-1 비행 전, 승무원들과 만난 일론 머스크. 출처=NASA>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의 CEO로 잘 알려졌지만,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창업주 겸 CEO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는 1995년, 형제인 킴벌 머스크와 함께 전화번호를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지도 사이트인 Zip2를 창업했다. 뉴욕타임즈스를 비롯한 주요 신문이 그의 서비스를 이용하였고, 4년 후에 미국 컴팩(Compaq)에 회사를 매각한다.
이때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x.com을 설립하고 1년 뒤에 경쟁사를 매입해 페이팔(PayPal)로 이름을 바꾼다. 이후 1년 만에 페이팔은 시가 총액 6천만 달러의 기업으로 거듭났고, 이베이에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매각하며 새로운 기업을 위한 창업 자본을 마련한다.
<2018년 2월, 팰컨 헤비를 통해 우주로 나간 최초의 자동차가 된 테슬라 로드스터. 출처=스페이스엑스>
이어서 그는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하고,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설립한 테슬라에 투자한다. 1년 뒤, 초기 투자자들이 회사를 떠나며 테슬라의 CEO로 나서게 됐고, 두 기업을 토대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다. 현재 테슬라는 2012년 모델 S를 시작으로 로드스터, SUV인 모델 X, 준중형 세단 모델 3까지 성공적인 판매를 이어나가며 전 세계 전기차 업계를 선도하고 있고, 스페이스엑스 역시 2008년 최초의 민간 액체 로켓을 시작으로, 궤도 로켓 재활용 및 회수에 연이어 성공하며 상업용 화물 운송과 재사용 비행 등 여지껏 없었던 새로운 우주 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론 머스크는 최고 1,280Km/h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는 교통수단 하이퍼루프, 신재생 에너지 기업 솔라시티, 이식 가능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는 뉴럴 링크 등 초 현실적인 목표와 상업성을 절묘하게 섞은 사업을 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SS 도킹에 성공한 스페이스엑스의 최종 목표는 화성
<비행 전의 과 더글라스 헐리(좌)와 로버트 벤켄(우). 출처=스페이스엑스>
2011년 일론 머스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20년 안에 인간을 화성 표면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유인 우주선 발사가 성공했으니,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그의 꿈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엑스는 ▲ 민간 우주 시장 개척 ▲ 달 탐사, 화성 유인 우주 탐사선 발사 ▲ 전 세계 대상 위성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링크 등 상용 우주선 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사용을 위해 지구로 복귀하고 있는 팰컨 9. 출처=스페이스엑스>
먼저 민간 우주 시장 개척은 스페이스엑스가 보유한 팰컨 9(Falcon 9)과 팰컨 헤비(Falcon Heavy)이 기초가 된다. 팰컨 9은 스페이스엑스가 직접 설계한 2단계 로켓으로, 궤도급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매번 새로 건조할 필요가 없으니 발사 비용이 경쟁국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고, 이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나 ISS 물자 배송 대행 등 상용 우주 비행에서 큰 성과를 보인다.
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아폴로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4년까지 달에 여성 우주인을 보내고, 2028년까지는 달에 지속 가능한 유인기지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 달 탐사 임무와 차이점은 부분 민영화를 통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자본까지 투입된다. 스페이스엑스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방산업체 다이네틱스와 미정부의 최종 선택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인간을 화성에 보내기 위한 계획, 스타십. 출처=스페이스엑스>
인간을 끝내 화성에 보내겠다는 스타십 프로젝트는 스페이스엑스의 궁극적 목표다. 애초에 아르테미스 계획에 제출한 로켓도 화성에 보낼 스타십을 개량한 버전이다. 스타십은 최대 100톤의 이륙 가능 중량을 갖춘 슈퍼 헤비 로켓 추진체와 유인 우주선 스타십으로 구성된다. 지구에서는 슈퍼 헤비 로켓의 힘을 빌려 궤도를 벗어나고, 화성에 도착한 이후 다시 지구로 돌아올 때는 스타십이 단독으로 화성 궤도를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 목표를 이룬다면, 지구와 화성 간에 우주 왕복선이 오가게 된다.
<전 세계에 1Gbps, 20ms의 초 저지연,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계획, 스타링크. 출처=스타링크>
스타링크도 스페이스엑스가 추진 중인 대표적인 사업이다. 스타링크는 1만 개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에 20ms 이하의 응답 지연과 1Gbps의 속도를 내는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지역적 한계가 명백한 광통신 기반 인터넷과 달리, 전 세계 어디서든 균일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정보 격차를 줄이고, 초연결 사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포부다. 단, 통신 사업체로서의 독점적 지위 문제, 우주 쓰레기·사고에 관한 책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크다.
일론 머스크 "충분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승산이 없더라도 뛰어들라"
<크루 드래곤에 앞서 진행된 데모-1 미션. 출처=스페이스엑스>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자사주가 과평가됐다는 발언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가 하면, 팟캐스트 중 마리화나를 흡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로켓을 재사용한다는 발상으로 인류의 우주 진출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제공하고, 전기차를 통해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에 선봉을 서고 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발상을 현실로 만들고, 십 수개의 복합적인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사업가적 수완은 확실하다.
이번 크루 드래곤의 성공적인 발사를 통해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그의 꿈도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크루 드래곤이 지구에 재진입할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성공적으로 귀환하는 시점부터 그의 계획도 탄력 받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향후 행보가 전 인류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지켜보자.
글/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