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심비에 대처하는 애플의 자세, 2020년형 맥북 에어
[IT동아 남시현 기자] 제조업은 생산 형태에 따라 다품종 소량생산, 그리고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나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생산 품목을 다양하게 나누고, 각 제품을 조금씩 생산해 품질과 제품 선택권을 보장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장 전략을 다각화하고, 수요·공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생산 관리가 복잡해지고, 소품종 대량생산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오늘날 많은 제조업, 특히 다국적 기업들이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제품의 개별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품종 대량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 애플 앱스토어나 맥OS같은 독점 플랫폼을 도입함으로써, 팔면 팔리는 시장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노트북만 해도 애플 맥북은 맥북 에어, 맥북 프로 13형, 맥북 프로 16형 3개가 전부다. 세부적인 성능 및 구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번 도입한 디자인을 몇 년정도 유지하고, 부품이나 규격도 최대한 통일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북, 노트북 오디세이, 노트북 7, 노트북 Plus 4개 라인업에, 성능 및 구성에 따라 수십 개 제품으로 나뉘는 것과 다르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시장 흐름이나 예측에 더 잘 대처할 순 있지만, 제품 원가나 완성도 측면에서 소품종 대량 생산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애플은 소품종 대량 생산의 이점을 잘 이해하고,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내놓고 있다. 55만 원대에 고성능을 발휘하는 아이폰 SE가 좋은 예시인데, 2020년형 맥북 에어도 여기에 포함된다.
애플이 말하는 가격 대비 완성도, 2020년 형 맥북 에어
지난 3월, 애플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조용히 맥북 에어를 공개했다. 당시 코로나 19 여파로 전 세계 애플 스토어가 휴점에 들어간 데다가, 제품 광고를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어서다. 그래도 인텔 10나노 기반 프로세서가 처음으로 들어간 애플 노트북이었기에, 조용히 반향을 일으켰다. 애플 맥북 에어는 맥북 시리즈의 경량형 제품군으로, 가벼운 구성과 얇은 디자인, 실용적인 기능에 집중하는 제품이다.
디자인은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실버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13.3형 화면을 적용했다. 두께는 가장 얇은 부분이 0.41cm고, 두꺼운 부분이 1.61cm다. 가로는 30.41cm, 세로는 21.24cm, 무게는 1.29kg으로 얇은 두께에 비해서 무겁다. 이는 맥북 에어가 알루미늄 블록을 통째로 깎아서 만드는 유니바디 형태로 가공됐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노트북 외관은 주조로 제작한 뒤 후가공하고, 고가 제품은 CNC(컴퓨터 수치 제어) 가공된 부품을 조합한다. 허나 애플은 소품종 대량생산이어서 재활용 알루미늄을 통채로 깎아 외관을 만드는데, CNC로 가공된 제품보다 내구성이 더 좋고 유격이 없어 완성도가 높다. 유니바디는 가공이 비싸 노트북에는 잘 쓰이지 않는데, 애플은 생산량이 많을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품질은 우수하고, 가격은 일반 노트북에 맞추고 있다.
깔끔한 외관만큼이나, 인터페이스도 간결하다. 맥북 에어는 좌측에 2개의 썬더볼트 3 포트, 우측에 오디오 단자가 전부다. USB나 랜포트, 전원 단자를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보편적인 노트북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구성은 썬더볼트 3 포트의 확장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썬더볼트 3 포트는 최대 40Gbps의 데이터 전송과 100W 전력을 전송한다. 두 개 포트를 활용하면 6K 및 5K 외장 디스플레이 1대 또는 4K 디스플레이 2대를 연결할 수 있고, USB C 규격 저장 장치나 썬더볼트 3 지원 외장 그래픽 카드, 맥북 충전까지 모두 한 포트로 수행할 수 있다.
모니터는 평면내전환(IPS) 패널 기반의 13.3형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색재현력은 맥북 프로나 아이패드 프로가 지원하는 광색역 P3 대신, 웹 및 영상 편집 표준인 sRGB 100%에 대응하며, 트루톤 기술을 적용해 주변 조명 환경에 따라 색온도가 바뀐다. 해상도는 16:10 비율의 2,560x1,600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넓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모니터 상단 중앙부에는 페이스타임 HD 웹캠이 배치돼있다.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연속성 기능을 통해 아이폰으로 걸려온 페이스타임 전화를 맥북 에어로 받을 수 있다. 페이스타임 해상도가 HD(1,280x720)인 점은 아쉽지만, 화상회의나 영상통화로는 부족함이 없다.
깔끔한 디자인과 완성도는 합격, 성능은?
노트북 성능의 핵심인 프로세서는 10세대 인텔 코어 i3와 i5, i7이 탑재되고, i3가 보급형, i5가 중급형, i7이 고급형이다. 용량은 256GB, 512GB가 기본이며, 추가로 1TB, 2T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메모리는 기본 8GB 3,733MHz LPDDR4X 메모리를 탑재해 16GB까지 추가할 수 있다. 리뷰에 사용된 인텔 코어i3-1000NG4는 2코어 4스레드에 1.1GHz로 기본 동작하며, 인텔 아이리스 플러스 그래픽이 적용됐다. 프로세서 성능을 수치로 평가하는 시네벤치 R20 기준으로는 643점을 획득했는데, 웹 서핑이나 사무 용도에 적합한 성능이다.
다만, 고성능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7 모델은 잘 생각해야 한다. 컴퓨터용 프로세서는 코어 수나 동작 속도가 높을수록 발열이 심해지며, 이를 적절히 해소해야 본연의 성능을 낸다. 대다수 노트북은 프로세서 발열을 완전히 소화하기 어려워, 성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려 발열을 줄인다. 얇으면 얇을수록 이런 경향이 더 커지는데, 고성능 프로세서와 얇은 노트북은 궁합이 좋지 않다. 따라서 인텔 코어 i7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 단계 높은 맥북 프로 13형, 16형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
배터리는 49.9와트시 리튬 폴리머를 갖추며, 무선 인터넷 사용 기준 최대 11시간을 제공한다. 충전은 30W USB C 전원 어댑터로 충전하며, USB-PD를 지원하는 충전기라면 애플 제품이 아니어도 쓸 수 있다. 맥북 에어로 편집이나 영상 작업 등 고 부하 작업은 어떨까?
맥북 에어가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배터리 실사용 시간을 측정하는 GFX벤치 메탈의 배터리 라이프타임 - T 렉스를 실행했다. 해당 테스트는 특정 시나리오의 3D 그래픽 작업을 30회 반복한 다음 배터리 소모량을 토대로, 전체 배터리 시간을 유추한다. 결과에서는 177분으로 나왔는데, 포토샵이나 영상 편집 시 연속 3시간 정도 쓸 수 있고, 사진이나 영상, 웹 서핑이라면 안내대로 11시간 가량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맥 OS 입문에 최적··· 가격 경쟁력도 충분
<애플 맥북 에어의 내부 구성, 애플은 노트북 내부 디자인까지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처=IT동아>
2020년형 맥북 에어의 성능만 놓고 보면, 가격 대비 성능비가 특출난 것은 아니다. 대신 애플은 7~8년 된 맥북도 운영체제 판올림을 지원하는 등 사후 지원이 철저하고, 알루미늄 유니바디를 통해 독보적인 동급 가격 대비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음원 제작용 소프트웨어인 로직 프로나, 영상 편집 도구인 파이널컷 프로, 아이폰과의 연속성 등 맥OS 생태계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맥북 에어의 장점이다.
맥 OS가 포함된 맥북 에어 i3 / 256GB 모델의 가격은 120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프로세서나 메모리, 저장 장치 확장에 따라 추가금이 붙는다. 애플 온 캠퍼스와 제휴된 대학교 학생 및 교직원이라면 110만 원대 후반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영상 편집같은 전문 작업은 맥북 프로가 더 적합하고, 웹서핑이나 OTT 서비스, 문서 작업 등 가벼운 작업이라면 2020년형 맥북 에어가 더 가심비 제품이 되어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