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계에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 스코브 안데르센 1815 크로노그래프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지털(스마트) 혁명은 산업 곳곳에 침투했고, 아날로그적 요소를 대부분 디지털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예로 물리적인 제조업 공장은 스마트 공장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차로, 필름으로 피사체를 기록하던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가 맡는다. 이렇게 디지털(스마트) 시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아날로그 기반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거센 분야 중 하나를 꼽는다면 시계가 빠질 수 없다. 정교한 부품이 맞물려 최대한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애플워치(Apple Watch)와 갤럭시 워치(Galaxy Watch)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계로 이른바 '웨어러블(Wearable)' 분야로 대체되고 있다.
단순히 시계와 멋으로 대변되던 아날로그 시계는 디지털화 되면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내가 이동한 거리, 심박수, 수면상태 추적, 나침반 등이 그렇다.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새로운 시계 얼굴(페이스)로 변경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디지털 시계는 분명 뛰어나지만 사용자에게 끊임 없는 목표 달성을 강요한다는 느낌도 준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매번 충전해야 한다는 것 외에 모든 부가 기능을 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단순히 시계 본연의 매력인 멋과 기계적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날로그 시계는 디지털 시계가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품었다.
서론이 길었다. 사실 디지털 정보기술을 다루는 입장에서 아날로그 시계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에 찌든 각박한 세상에 가끔은 뒤를 돌아 볼 시간도 필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사진을 찍다가 필름 사진이 가끔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시계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은 부담이 된다. 일부 유명 브랜드 시계 가격을 보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기 때문.
이렇게 부담이 되는 시계지만 '고급스러운 시계=고가'라는 공식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덴마크 시계 제조사 스코브 안데르센(Skov Andersen)이다.
스코브 안데르센의 시작은?
이 브랜드의 시작은 대표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Denmark)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바스찬 스코브(Sebastian Skov)와 토마스 안데르센(Thomas Andersen)은 절친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시계'라는 공통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건축 설계와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둘의 공통사 중 하나다.
둘은 지난 2013년 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왜 모두가 원하는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는 기존 명품 브랜드를 통해 고가에 구매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에 저렴하면서 고급스러운 클래식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실행에 옮겼고, 둘의 성을 따 '어바웃 빈티지 바이 스코브 안데르센(About Vintage By Skov Andersen)'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스코브 안데르센의 시계는 스위스와 홍콩에서 생산되며, 설계와 디자인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뤄진다. 시계 작동의 기초가 되는 무브먼트는 제품에 따라 스위스와 일본산을 선택적으로 쓴다.
스코브 안데르센은 제품 앞에 연도를 붙여 쓰는데, 이는 시계의 역사를 말하기도 한다. 예로 1969는 쿼츠(Quartz – 전지로 작동하는 전자식 시계) 방식이 처음 등장한 시기이며, 1815는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 스톱워치 기능) 방식의 시계가 등장한 해에서 가져왔다. 1820은 자동(Automatic – 로터를 통해 동력을 얻는 방식) 시계가 첫 등장한 해에서 따왔다.
옛 매력을 고스란히 품은 크로노그래프 1815
스코브 안데르센의 크로노그래프 시계에는 1815와 1844 두 가지가 있다. 소개할 1815는 첫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등장한 해를 의미하고, 1844는 타이머 재설정(리셋) 기능이 추가된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등장한 해를 말한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동일하며, 페이스(다이얼)와 케이스(본체)의 색상이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도록 했다.
리뷰에 쓰인 제품은 '1815 크로노그래프 / 블루 선레이(Blue Sunray)'다. 이름에서 어느 정도 감이 올지도 모르겠으나 페이스의 주 색상을 파란색으로 꾸며 차별화를 꾀한 형태다. 약간 어두운 파란색으로 꾸며 고급스러운 느낌과 시각적 멋을 함께 살린 것이 특징. 가격대(39만 4,000원)를 고려하면 시계의 첫인상은 합격점이라 해도 아쉽지 않다.
정보 구성은 타 시계와 유사하다. 테두리에 12시간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시작으로 상단에는 크로노그래프(60초), 하단에는 초침(60초)이 배치된다. 우측에는 날짜가 표시로 현재 몇 일인지를 알려준다. 움직이는 것은 하단의 초침, 바깥의 시침과 분침이다. 곧게 뻗은 분침과 상단 원에 배치된 초침은 조작을 통해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상단의 초침이 한 바퀴 움직이면 분침이 한 칸 이동하는 식이다.
이런 구성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구성이어서 시계를 봤을 때 타 고가 시계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전달하는 듯하다. 스코브 안데르센의 목표인 '저렴하지만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시계'에 잘 부합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단 전반적인 본체의 크기가 조금 큰 편이어서 작은 시계를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덩치도 크니 자연스레 무게감도 조금 느껴진다. 스톱워치 기능을 제공해야 되는 크로노그래프 시계 특유의 구조적 한계다. 작은 시계를 선호한다면 1969 빈티지 혹은 1820/1971 오토매틱 등의 제품군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시계 우측에 두 개의 버튼(상하 배치)과 용두(중앙 배치)가 있다. 두 개의 버튼은 크로노그래프 작동에 쓰인다. 상단에 있는 A 버튼을 한 번 누르면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작동한다. 작동 상태에서 A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초침 작동이 멈춘다. 하단의 B 버튼을 누르면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분침을 0으로 재설정하게 된다.
용두는 시간과 날짜 설정을 위해 쓰인다. 용두는 크게 2단계로 당겨지는데, 1단계로 살짝 당기면 날짜, 끝까지 당기면(2단계) 시간 설정 상태가 된다. 날짜는 가급적 21시와 01시 사이에서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 변경 구간이 이 사이에 이뤄지는 듯하다. 시간은 용두를 끝까지 당긴 상태에서 돌리면 분침이 이동하니 상황에 맞춰 조절하자.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케이스는 316L계 고정밀 스테인리스 금속을 채택했으며, 유리는 반사방지 코팅이 이뤄진 사파이어 크리스탈이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위해서 일부 부품의 재질을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타협 없이 완성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316L 스테인리스 금속은 열처리로 경화되지 않고 비자성을 가진 오스테나이트 강종(스테인리스강) 중 하나다. 염분과 유독가스 등 부식 요소가 많은 환경에 견딜 수 있는 환경에 많이 쓰인다. 여러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시계에 있어 알맞은 재질 중 하나다. 유리도 아크릴이나 미네랄을 쓰지 않고 흠집에 강하고 내구성이 높은 사파이어 글래스를 썼다.
스트랩은 이탈리아 천연 가죽을 썼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1815 크로노그래프에는 20mm 규격을 쓴다. 길이 19cm 가량이며 둘레는 15~20cm 사이에서 조절 가능하다. 8개의 고정 구멍이 있어 그 사이에 고정 핀을 걸면 된다. 팔목 두께가 얇아서(부럽다) 최대한 조여도 여유가 생긴다면 가까운 시계 전문점을 방문해 고정 구멍을 더 내는 것을 권장한다.
스코브 안데르센의 시계에서 큰 특징 중 하나는 시계 스트랩 교체 방식이다. 케이스와 스트랩을 고정하는 핀에 분리 장치를 달아 쉽게 끈 교체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시계를 구매할 때 추가 스트랩을 하나 제공하는데, 분위기와 차림새 등에 맞춰 스트랩을 교체해 쓰면 된다. 물론, 별도 구매도 가능하다는 점 참고하자.
'가성비'로만 따지기 어려운 가치
스코브 안데르센, 1815 크로노그래프 / 블루 선레이의 매력은 고급스러운 본체 마감에 있다. 시계 본연의 기능 외적으로 접근하면 디지털 시계와 비교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시계가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인 '패션 아이템' 요소로 접근해 보면 이 제품의 장점은 두드러진다. 깊은 바다같이 느껴지는 파란색 페이스와 선명하게 대조되는 다이얼과 케이스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지금 자체로도 좋지만 스마트 시계 기능을 조금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파슬(FOSSIL) 그룹이 선보였던 형태(아날로그 시계+측정 기능)가 대표적이다. 스코브 안데르센 역시 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심박 및 추적 기능을 더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 가능하도록 앱을 제공한다면 전통과 시대의 흐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듯하다.
아쉬운 부분을 다시 정리하자면 이렇다. 크기와 무게감에서 느낄 수 있는 피로감 정도인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로노그래프 기능 때문이며, 작은 케이스를 선호한다면 빈티지 혹은 오토매틱 등도 있으니 한 번 둘러보자. 스코브 안데르센은 온라인 주문과 배송(시계 주문 시 무료 배송)이 잘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도 높다.
디지털 기기에는 흔히 가격대 성능을 논하지만 시계에 무작정 가격대 성능을 논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스코브 안데르센의 1815 크로노그래프 / 블루 선레이는 '가성비'가 뛰어나다. 40만 원 안 되는 가격에 고급스러운 시계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부담 없이 시계로 멋을 내고 싶은 사회 초년생 혹은 직장인이라면 스코브 안데르센을 눈 여겨 보자.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