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업계에 쇄도하는 '스쿨존 우회 기능', 왜 그럴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운전자들의 관심사를 꼽자면 바로 '민식이법'으로 대변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 것이다.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운전 중에 어린이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중처벌이 이뤄지기에 해당 지역(어린이 보호구역)으로의 운행을 꺼리게 된 것. 심지어 내비게이션 기기 및 앱 제조사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민식이법)은 지난해 12월 24일에 신설되었다. 시행은 지난 3월 25일. 여기에는 운전자(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가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에서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 상황에 따라(사망 혹은 상해) 앞서 언급한 형태의 가중처벌이 이뤄진다는 내용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서 어린이는 13세 미만이 대상이다.
하지만 민식이법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제12조제4항 및 제5항)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도로 중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곳에 지방경찰청장·경찰서장·주요 지자체장 또는 시장·군수로 하여금 우선적으로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설치하고, 횡단보도 신호기와 같은 시설 또는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거나 관할 도로관리청에 설치를 요청하도록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하나는 어린이들이 보호구역에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운전자를 감시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확충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업무상 과실 혹은 중대한 과실(안전 운전 의무 위반)로 어린이를 사상에 이르게 한다면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는 부분이다.
운전자의 과실이 중하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일 수 있음에도 그에 대한 면책 조항 없이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어린이 사망 시 무기 혹은 3년 이상의 징역, 상해 건이라면 1년에서 15년 가량의 징역 혹은 500만에서 3,000만 원 가량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벌금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18년 12월에 시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2019년 6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일명 윤창호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제한 속도(시속 30km)를 잘 지켰지만 불미스러운 상황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는 본연의 의무를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하던 중, 골목에서 아이가 갑자기 뛰어 나왔다. 당황한 운전자는 급히 정거했지만 아이는 다가오는 차량에 살짝 치여 넘어졌다. 비록 운전자는 안전운전 의무를 최대한 취했음에도 법에 따라 1년에서 15년 가량의 징역 혹은 500만 에서 3,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운전자는 자신의 무죄(무과실)를 완벽히 소명할 자료가 없다면 위 법에 따라 처벌 받을 확률이 높다. 개정안 속에는 안전운전의 정의와 상황에 따른 면책 범위 같은 조항들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사법기관의 기계적 판단이 우선시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흔히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상황(불가학력), 사고 혹은 교통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는가(예견 가능성) 등을 놓고 안전운전 위반 여부를 따졌다. 운전자들은 민식이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대방의 과실이 높은 상황임에도 많은 책임이 운전자에게 전가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어운전은 운전자의 기본 덕목 중 하나다.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입법 과정 못지 않게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도로교통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안전장치를 충분히 설치하는 일 또한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법안이 개정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린이 보호구역 주변 시설물을 강화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어린이 보호구역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는 것이다.
운전자는 이미 후자를 선택하고 있는 듯하다. 목적지를 이동할 때 어린이 보호구역을 회피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추가해 줄 것을 내비게이션 제조사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관련 기능을 구현한 내비게이션 혹은 내비게이션 앱은 아틀란 정도다. 추가로 아이나비(에어) 정도가 관련 기능 추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후에는 여러 내비게이션 기기와 앱에서 목적지 검색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을 우회하는 기능이 추가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 보호구역에 대한 정보가 방대해서 이를 우회하는 경로를 설정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