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이슈산'책'] 4월 주식
[IT동아]
요즘 어딜 가나 주식 얘기가 한창이다. 증권사는 신규 계좌 개설로 업무가 폭증했다고 한다. 개인 매수 대기 자금만 50조에 육박한다니,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났을까. 기존 예·적금을 깨고 부동산을 담보 잡은 자금들도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코로나로 전 세계가 마비됐다. 모든 사회 활동은 멈췄고 국가 간 문은 굳게 걸어 잠갔으며 세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와 사망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공포는 시장이 가장 빨리 반응했다. 전 세계 모든 증시가 폭락했다. 손쓸 새도 없었다. 세계 기업 시가총액이 며칠 만에 1경원 단위로 증발했다. 저금리 시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주식에 투자했던 대중들은 전염병의 공포에 경제적인 손실까지 이중고를 당해야 했다.
그러나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 했던가? 우리는 몇 번의 큰 경제 위기를 겪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를 속수무책 좌절 속에 끝내 목숨을 내던진 사람도 있었다. 결과는 어땠나? 지나 보면 언제나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공포에 주식을 손절한 사람들은 큰돈을 잃었고, 반대로 공포 속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다. 멀게는 조부모 때부터 가깝게는 부모 세대의 경험을 곁에서 보고 식구가 함께 겪었다.
‘또다시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기회가 왔다!’. 지금 시장을 보는 대중들의 시선이다. 가뜩이나 저성장 시대 달콤한 유혹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일단 있는 돈을 넣고 본다. 어디에? 주변에서 흘려들은 종목에. 이제 나도 고생 끝인가? 현실은 심각한데 콧노래가 나오고 괜히 웃음이 나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주식 창을 켠다. ‘어디 갔지?! 내 피 같은 돈…!’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똑똑한 소비자들은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도 꼼꼼하게 알아본다. 브랜드를 보고 성능을 살피고 가격을 비교하고 후기를 찾아 읽는다. 하물며 기업에 투자하는데 목돈을 묻고 따지지도 않고 우선 지르고 본다니! 인간이 이렇게 비이성적이다.
주식 투자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재테크의 한 수단이며 폭락장이 잘만 하면 탄탄한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살 수 기회도 맞다. 다만 투자를 하기 전에 최소한의 공부는 하고 스스로 한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시장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몸담은 자본주의 시스템, 그리고 주식 시장이라는 개인이 시작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 알고 시작하자. 그 눈을 키워주는 책을 소개한다.
<플래시 보이스/비즈니스북스>는 금융계의 어두운 구석을 들추는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가 월스트리트의 약탈자들을 추적한 책이다. 주식 시장을 왜곡하는 증권 거래소와 초단타매매꾼, 그리고 대형은행까지 그들의 은밀한 조작을 들춘다. 저자는 기술이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데 활용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특별한 형태의 시장 비효율성을 들여오는 데도 활용되었음을 짚는다. 월가가 기술을 이용해 해온 일들 중 상당 부분은 바깥세상이 모르는 일을 금융시장 내부 누군가만 알도록 하는 일인 것처럼. ‘3밀리 세컨드’ 우위가 가져다주는 초단타매매의 세계는 컴퓨터 코드와 광케이블, 주식 주문용 라우터로 5년간 단 하루도 손해 보지 않고 이기는 게임을 했다. 상대방의 매수, 매도 정보를 미리 알아낼 수 있다면? 정보 비대칭으로 얻는 막대한 수익은 결국 누군가의 피눈물이리라. 왜 내가 사면 주가가 떨어지는지 이제 조금은 알겠는가? 영화가 아니다. 현실이다.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은 현대인을 위한 한 권으로 읽는 경제학 책이다. 토마 피케티는 말한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어떤 이론이나 통계적 분석 없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부와 소득에 관해 직관적을 지식을 갖게 된다고. 그러나 그러한 직감의 문제는 현상 기저에 깔린 진실을 보는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보려면 정의된 개념과 연구 방법,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광범위한 역사적 시계열 자료와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부의 분배와 부와 소득의 동학을 살핀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속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성실한 책은 없다. 한시가 급한데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냐고? 원래 급할수록 돌아가는 법! 모든 일에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이제 숲을 봤다면 안으로 들어가 보자. 재테크 서적은 사실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보 전달보다는 저자의 개인 브랜딩 도구나 시류에 편승한 단발성 판매에 치중한 부분이 짙기 때문이다. 정당한 값을 지불한 독자 입장에서는 허술한 책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편견은 또 다른 기회를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보통이 그렇다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닌 것처럼 그중에는 분명 양질의 책도 있다.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책을 고르는 안목을 계속해서 키워야 하는 이유다.
솔직히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은 사기꾼에 가깝다. 돈을 버는 방법이 있으면 자기만 벌지 누가 이야기하고 다니겠는가. 그러나 간혹
진짜가 있다. 모두가 쉬쉬하는 ‘정도(正道)’를 기꺼이 공개하는 이타적이고 통찰력을 가진 이가. 그 진짜 스승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내일의 부/트러스트북스>의 저자 조던은 우리가 경제지표나 시장 정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를 알려준다.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는 별 의미 없다.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는 시장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를 통해 다가올 시나리오를 예측하는데 굉장히 설득적이다.
<선물주는산타의 주식투자시크릿/비즈니스북스>는 투자에 임하는 기본자세를 알려주는 책이다. 투자와 투기는 엄연히 다르다. 탐욕 앞에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원칙이 먼저 서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으려면 투자에 앞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 저자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큰 흐름을 읽어
내는 통찰력과 자신의 그릇을 무던히 키워야 한다. 이왕 시작한다면 제대로 공부하자.
결핍에만 집착해 돈만 좇다 보면 진짜 부자가 될까? 되레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 마지막으로 지금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진정한 부자의 마음, <더 해빙/수오서재>를 권하고 싶다. 여유 있는 편안한 마음은 복과 행운을 자연스레 불러올 것이다. 현명하고 똑똑한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미래에 설렘과 희망이 가득하길! 모두 부자 되세요^^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큐레이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oh-koob@naver.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서평, 도서 추천, 북클럽 운영, 북 콘서트MC, 서재(공간) 기획, 출간 기획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