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시작, 그 이후...' 5G 상용화 1년을 돌아보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5G 서비스는 단순히 빠른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사회 다양한 인프라 및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5G 서비스는 단순히 빠른 인터넷 속도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사회 다양한 인프라 및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5G(5세대)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동시에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기기 사용자에 대한 이점도 강조하고 있다. 빠른 전송속도를 활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5G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이점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본다. 더 빠른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고속 전송(초광대역), 실시간 수준의 반응 속도 구현을 위한 초저지연, 다양한 기기 연결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대규모 연결 등이다.

상용화 후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일단 전국망 구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1년 7월 즈음에 도입된 4세대 이동통신(LTE)이 첫 전국망 구축에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더딘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5세대 이동통신을 사용하려면 주요 광역 도시와 유명지, 일부 고속도로 등에 있어야 한다.

SK텔레콤의 5G망 구축(2020년 4월 기준)
지도.
SK텔레콤의 5G망 구축(2020년 4월 기준) 지도.

그마저도 '속도가 빠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전송속도가 1Gbps(초당 125MB)를 넘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 5G 이동통신의 최대 전송속도는 이론상 20Gbps(초당 2.5GB), 이 속도가 오롯이 나올 수 없겠지만 이보다 한참 못 미치는 Mbps 단위의 속도를 내는 지역이 많은 것은 최초 5G 서비스 국가라고 말하기에 부끄럽다.

이는 국내 사용 중인 5세대 이동통신의 주파수 대역과도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5G 서비스는 LTE보다 더 넓은 주파수 대역을 쓰는데, 저속 광역망과 초고속 근거리망으로 나눈다.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범위가 넓고 안정적인 저속 광역망, 주파수 전송 거리는 짧지만 속도가 빠른 초고속 근거리망을 상황에 따라 활용하면서 안정적이고 빠른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

국내 5G 이동통신 서비스는 3.4~3.7GHz 대역을 활용하고 있다. 저속 광역망 위주인 것이다. 이보다 전송 거리는 짧지만 빠른 28GHz/39GHz 대역의 초고속 근거리망은 적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저지연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이 초고속 근거리망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없으니 5세대 이동통신의 3대 이점을 소비자가 느낄 일이 전무한 셈이다.

LTE 서비스보다 아주 조금 빠른 속도 때문인지 몰라도 5G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 2월 기준, 5G 서비스 가입자 수는 약 536만 명 가량이다. LTE 서비스 도입 당시 3G에서 LTE로 이동하던 속도와 비교하면 그렇게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정리하면 ▲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 ▲ 비싼 전용 기기 ▲ 낮은 통신 품질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이미 LTE 서비스 시절 일부 경험했던 것들인데 5G 시대에 들어서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직 도입 초기이므로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감안해도 현재 5G 서비스는 큰 매력이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도 사실 내세울 것이 많지 않다. 초기에는 초시대, 초능력 등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상/증강현실(VR/AR),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을 언급하며 홍보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소비자가 당장 느끼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많다. 가상현실은 별도의 장비를 들여서 머리에 쓰고 즐겨야 하고, 증강현실은 포켓몬 고에 미치지 못한 콘텐츠들이 많았다.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초고속 이동통신 기술인 5G. 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체감하려면 결국 콘텐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초고속 이동통신 기술인 5G. 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체감하려면 결국 콘텐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현재 통신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클라우드(xCloud),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Geforce Now), KT도 5G 스트리밍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게임이 5G 서비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으리란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것도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임을 모든 소비자가 즐기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즐기는데 소요되는 데이터도 무시할 수 없다. 민감한 게이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지연 시간'도 해결해야 될 과제다. 결국 5G 서비스를 느낄만한 콘텐츠가 다수 확보되어야 한다.

도입 1년이 지난 5G 이동통신. 소비자가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려면 그에 걸맞은 이득을 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5G 서비스는 어디서든 쓸 수 없고, 할 것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후 기술이 발전하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 소비자는 자연스레 5G 서비스로 이동하게 되겠지만 그 시점은 언제일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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