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그린 2020 공모전 수상자들 "내 아이디어로 글로벌 도전"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취업 준비생들에게 있어 기업들이 선보이는 각종 공모전은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이자 본인의 능력을 한층 갈고 닦을 수 있는 수련장이다. 기업 측면에서도 참신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것 외에 자사의 비전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나 B2B 기업이 선보이는 공모전의 경우, 응모자에게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 발 앞서 체험할 수 있는, 그리고 기업에게는 국내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1836년에 프랑스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매년 전 세계 이공계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고그린 (Go Green)' 글로벌 공모전을 개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팀에 최소 1명의 여성을 포함해야 하는 등,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그리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고그린 2020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되었으며 올해 3월 6일에는 국내 결선을 실시, 최종 우승팀을 선발했다. 이들에게는 4월 16일 진행될 아시아 결선의 참가 자격이 주어지며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고그린 2020 글로벌 결선까지 갈 수 있다. IT동아는 19일, 한국 결선 우승팀의 박다솜, 최제환씨, 그리고 태국 결선 우승팀의 파차라폰 카른자노파스(Patcharaporn Karnjanopas, 애칭 Gam)씨, 그리고 이번 행사의 진행을 담당한 고승희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HR 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그린 2020 국내 결선에 참여한 소감, 그리고 아시아 결선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한국 우승자 박다솜, 최제환, 그리고 태국 우승자 파차라폰 카른자노파스(Patcharaporn
Karnjanopas)
(왼쪽부터)한국 우승자 박다솜, 최제환, 그리고 태국 우승자 파차라폰 카른자노파스(Patcharaporn Karnjanopas)

< (왼쪽부터)한국 우승자 박다솜, 최제환, 그리고 태국 우승자 파차라폰 카른자노파스(Patcharaporn Karnjanopas)>

Q1.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그리고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고승희 팀장: 슈나이더 일렉트릭에서 채용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 외에 일본 및 대만, 몽골도 담당한다. 이전에도 현대중공업 및 쿠팡 등의 기업에서 영업 및 채용 관련 업무를 한 바 있다. 채용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면서 사업 관련 지식을 쌓는 것이 직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다솜: 울산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 학생이다. 친한 선배 중 한 명이 작년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입사했기 때문에 이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번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후에 같은 팀원이 된 제환이 오빠의 권유도 있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다.

최제환: 마찬가지로 울산대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에 재학중이다. 본인 역시 작년에 입사한 선배 덕분에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알게 되었고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전의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다가 교내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교류하던 다솜이와 팀을 짜게 되었다.

Gam: 태국 출신이며 본명은 파차라폰 카른자노파스(Patcharaporn Karnjanopas)지만 주로 Gam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에 다니고 있다. 본인이 속한 태국팀의 이름은 '체인저(Changer)'이며 함께 참여한 친구 이름은 나차폰 독마이펭(Napachon Dokmaipeng, 애칭 Look Pear)이라고 한다. 타국생활을 하며 어떤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뛰어난 기업이라는 이야기는 아버지를 통해 들었고 이 때문에 고그린 2020에도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큰 글로벌 기업의 공모전에 참가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 경험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Q2. 고그린 2020 공모전에 대해 설명한다면?

고승희 팀장: 고그린 2020은 글로벌 규모의 대학생/대학원생 대상 공모전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향하며, 그 중에서도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및 스마트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한다. 2019년에는 2만 3302명이 165개 국가에서 참여하여 3천개가 넘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기업철학을 반영, 첫 행사부터 반드시 여성 1명을 포함한 2명 이상이 팀을 이루도록 했다.

고승희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HR
팀장
고승희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HR 팀장
< 고승희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HR 팀장>

Q3. 올해 10년을 맞이한 고그린 공모전이 글로벌 규모로 원만히 운영되고 있는 비결은?

고승희 팀장: 회사에선 고그린을 인재양성 및 영역확장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로벌 규모의 공모전은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국가에서 공평하게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학생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국내 결선 및 아시아 결선, 글로벌 결선으로 이어지는 동안 다른 나라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이와 더불어 회사 제품에 대한 공부 및 글로벌 트렌드 파악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고그린 참가자들 대상으로 국가별 멘토링도 제공되는데, 이를 통해 사내의 전문가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 참고로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주로 온라인(스카이프)을 통한 교류가 이루어졌다.

Q4. 이번 공모전에서 본인들이 선보인 아이디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최제환: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화재에 대응하는 예지보전솔루션이다. 거리통신 기술인 비콘(Beacon)을 활용한 블루투스 기술에 기반하며, 화재 발생시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탈출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소방관 역시 이를 통해 한층 효율적인 구조가 가능하다. 이전에도 비콘 기반의 실내 인식 시스템은 있었지만 이렇게 실용적인 솔루션은 그다지 없던 것으로 안다.

Gam: 우리 팀이 선보인 아이디어는 '하이브리드 풍력 태양광(Hybrid wind solar)' 시스템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동안 발생하는 풍력 에너지를 포착하는 가로등이 대표적인 응용 아이디어다. 그 외에 잉여 에너지를 포착하는 태양 전지판에 대한 아이디어도 선보였다.

박다솜, 최제환 팀이 제안한 화재 대응 솔루션의
구성
박다솜, 최제환 팀이 제안한 화재 대응 솔루션의 구성
< 박다솜, 최제환 팀이 제안한 화재 대응 솔루션의 구성>

고승희 팀장: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고그린 공모전은 실용성을 중시한다. 글로벌 우승자의 아이디어는 특허를 출원하며, 실제 제품 개발에 적용한 바도 있다. 입상한 학생을 실제 직원으로 채용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도 이득이라 할 수 있다.

Q5. 고그린 2020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박다솜: 우리가 처음에 비콘 기반 시스템 외에 공조기의 유량을 조절해 화재에 대응하는 장치의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처음에는 공조기를 내세웠는데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실용성 문제가 지적되어 주제를 바꿨다. 멘토링을 하면서 우리가 시장분석에 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임직원들을 설득하려면 제품의 실질적인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자료 작성능력 역시 미숙해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Gam: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거의 전혀 알지 못하는 기술적, 사업적 모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이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연구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는데,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멘토로부터 받은 조언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Q6. 공모전을 진행하며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어떤 느낌을 받았나?

박다솜: 전에는 막연하게 외국계 기업 중 한 곳이라는 느낌 밖에 없었는데 실제 접하다 보니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이공계 여성을 위한 다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엔지니어가 되고자 하는 여성을 적극적으로 챙겨주고 멘토링 하는 것도 좋았다.

최제환: 고그린에 참여하려면 여성 팀원이 필수인데 우리 과의 180명 중에 여성은 8명뿐이라 파트너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이 아쉽다. 그리고 이번 공모전을 진행하며 많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전문적인 지식도 얻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더욱 높게 보게 되었는데, 향후 이런 회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더욱 각오를 다질 것이다.

고승희 팀장: 여러 참가자들 중에서도 위 두 학생은 멘토들의 조언을 특히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조언을 해도 한쪽 귀로 흘리곤 하는 일부 학생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무엇보다 두 학생 사이의 친화력이 좋았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Q7. 지금 생각하고 있는 진로와 향후 계획은?

박다솜: 현재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호주로 인턴십을 갈 계획도 있다. 만약 슈나이더 일렉트릭에서 인턴십 기회를 준다면 이 역시 기꺼이 할 것이다.

최제환: 요즘 취업이 어렵다. 한동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과 관련된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당장의 취업보단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영어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Gam: 졸업 후에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지만 한국어가 아직 서툴기 때문에 자신은 없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여기서 취업할 수 없다면 고국인 태국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나에게 필요로 한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진로를 정할 것이다.

Q8. 아시아 결선 앞둔 지금, 본인의 각오를 밝혀 달라

박다솜: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한국 국가 대표나 다름없다. 그런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게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최제환: 사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 국내 결선에서 우승할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더욱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완성도를 높여서 결선에 임할 것이다.

Gam: 굉장히 좋은 기회라서 기대가 크다. 나와 내 파트너는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웠다. 나는 지금 한국에, 파트너는 태국에 있는 데다 수업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아시아 결선을 준비할 것이다.

고승희 팀장: 고그린 외에도 슈나이더일렉트릭은 다양한 대학생 대상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WISET(Korea Women's Science and Technology Support Center,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과 함께하는 여성 이공계 글로벌 멘토링 프로그램, 이공계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에코스트럭처 데모 챌린지(EcoStruxure Demo Challenge), 그리고 기술 트렌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유니버시티 앰버서더(University Ambassador) 등 한국에서 기획하여 진행하는 행사만 해도 3가지나 된다. 행사 별로 소정의 상금이나 인턴십의 기회가 제공되기도 하니 이공계 인재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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