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주는 '진짜 이유'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2월 28일,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을 대상으로 구글 홈 미니 무료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참여 조건은 2020년 2월 19일을 기준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는 유료 회원이며, 해당자는 이메일을 통해 구글 홈 미니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얻게 된다. 구글이 인공지능 스피커인 구글 홈 미니를 무료로 제공한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으며, 이번 증정 행사를 포함해 앞으로도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구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구글 홈 미니 사진. 출처=구글>
하지만 구글 홈 미니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월 구독 금액은 7,900원, 구글 홈 미니의 정가는 6만 원대다. 약 1년 구독 금액에 맞먹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무료로 주는 셈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수익 사업을 위해서인데, 가격만 봐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구글이 구글 홈 미니를 제공하는 표면적 이유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영향력 확대,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광고의 개인화'라는 궁극적 목표가 있다. 구글 홈 미니를 간단히 사용해보고, 왜 구글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주는지 알아보자.
구글이 선보이는 '준비된 호출식 스피커'
<애플 아이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두 지원한다. 출처=IT동아>
구글 홈 미니는 구글 어시스턴트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로, 2016년 발표된 구글 홈의 소형 버전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비서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음성 명령으로 인식해 수행한다. 삼성 빅스비, 애플 시리와 같은 서비스다.
2016년 발표된 구글 홈과 기능 및 활용도는 똑같으며, 스피커 크기가 작아 출력(음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게 차이다. 대신 크기가 작은 만큼, 각 방에 하나씩 두기에 좋다. 설치 과정은 구글 홈 미니에 마이크로 USB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애플 아이폰에 '구글 홈' 앱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구글 홈 미니와 스마트폰 연결 과정. 출처=IT동아>
스마트폰과 구글 홈 미니의 연결 과정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함께 진행된다.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구글 홈'을 다운로드한 다음 실행하면, 안내 동영상과 함께 '시작하기' 화면이 뜬다. 그다음 구글 홈과 연결할 계정을 선택하고, 켜져 있는 구글 홈 주변에서 화면의 지시에 따른다. 연결 과정은 간단하지만, 스마트폰이 연결된 와이파이 이름(SSID)과 구글 홈 설정 시 연결하는 와이파이 이름이 같아야 한다.
<구글 홈 미니를 스피커로 연결해 동영상 및 사진 감상에 쓸 수 있다. 출처=IT동아>
순서를 잘 따르면 구글 홈 미니와 스마트폰 간의 연결이 끝난다. 기기에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헤이 구글'이라 외치면 백색점 4개로 된 상태 표시등이 켜지는데, 이때 음성 명령을 내리면 구글 검색을 기반으로 대답한다. 플러그를 뽑으면 전원이 꺼지므로 블루투스 스피커처럼 외부에서 쓸 순 없지만, 스마트폰 사운드를 와이파이 신호로 받아 연동할 수 있어 유튜브나 넷플릭스 감상에 유용하다.
음성 명령의 활용도도 좋다. 간단하게 오늘 날씨를 물어보거나, 알람 시간, 미리 알림을 지정할 수 있고, 빗소리나 화이트 노이즈 재생 같은 소소한 기능도 제공된다. 활용도를 넓히면 필립스 휴(Hue) 조명이나 티피링크(TP-Link) 플러그 같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기 조작, 업무 및 쇼핑을 처리하는 등의 기능도 수행한다.
아쉽게도 통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구글 홈 미니는 구글의 화상·음성 전화 서비스인 '구글 듀오'로 통화하는데, 이 서비스가 한국에서 지원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는 방안이면 무엇이든 명령할 수 있다.
구글 홈 미니가 왔으니, 개인정보가 간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관련 안내. 출처=구글>
오는 것이 있었으니, 가는 것도 있다. 구글 고객센터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질의응답을 살펴보면, 구글 홈은 '음성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적인 선호도 등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구글은 당신의 검색 기록과 위치 기록 등을 수집하며, 사용자가 직접 삭제할 때까지 저장한다. 또한, 구글 홈은 외부 서비스와의 대화 기록을 저장하고, 타사 서비스 제공업체에 텍스트 형식으로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글이 생성한 광고 개인 최적화(좌)와 내 어시스턴트 활동 목록(우). 출처=구글>
수집된 정보는 광고의 개인화에 쓰인다. 광고의 개인화란, 특정 사람에게 딱 맞는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목록을 생성하는 모든 과정을 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과 효율을 끌어올리고, 개인은 호감이 가는 광고만 보게 된다. 구글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광고의 개인화에 직간접적으로 쓰이며, 구글 홈 미니와 나눈 대화 기록도 포함된다.
결국 구글 홈 미니는 공짜가 아니다. 구글 입장에서 구글 홈 미니의 기기값보다, 광고의 개인화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 개선에 필요한 정보 수집이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구글 계정에서 광고 개인 최적화를 금지하거나, 구글 어시스턴트 내역을 자동으로 삭제하면 된다. 이같은 광고의 개인화가 신상이나 사생활에 영향을 주진 않으나, 구글 홈 미니를 통해 내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쓰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